요즘 학교는 신학기의 활기가 아직 남아 있다. 나도 지난 학기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새로 입학한 농학과에 적응하는 재미로 쏠쏠하게 지낸다. 나자식물(겉씨식물)과 피자식물(속씨식물), 초본식물과 목본식물, 광합성 등. 중학교 생물 시간에 배웠던 것들과 재회한다. 삶의 경험이 쌓여선지 그때 시험을 위해 뜻도 모르고 달달 외우던 것에 비해 훨씬 이해가 빠르다. 당장 주변에 보이는 나무와 풀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씨앗을 뿌리기 전 땅을 뒤집고 고랑을 만드는 것이 굳은 땅에 산소를 공급하고 수분을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됐다. 무언가를 가꾸고 보살핀다는 기쁨을 위해 농학과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설렌다. 조만간 나이가 들면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으로 자란다’는 거창한 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손바닥만한 땅을 구해 텃밭을 만들고 나만의 정원을 꾸미는 게 내 작은 꿈이다. 그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괜히 생활원예 교재에 손이 간다. 그런데 읽다보면 몰랐던 지식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얼마 전 회의주의 과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셔머(Michael B. Shermer)의 칼럼을 읽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온라인과 하이브리드 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이런 전망은 작금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 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첨단에 서 왔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끈 것은 그가 자신을 예로 들면서, 집 밖에 자주 못 나가는 대신 방 안에 앉아 각 대학과 기관의 ‘이것저것’ 유료·무료강의를 듣고 종종 온라인에 퍼나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온라인 교육의 수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나는 세계적 학자이자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그가 이런 사소한 공부를 계속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긴 공부는 대단한 발견을 위한 탐구만이 아니다. 시험이나 취업, 자격증이나 졸업장도 목표가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내면에 지식을 배양하고 삶의 지혜를 구하는 일 전부가 공부 아닐까. 그 과정에 셔머처럼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소한 접근, 개인의 신념 속에 사소한 일상으로서의 공부, 자기 성장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