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옥렬의 미술로 읽는 세계사

19세기 말 조선이 자주적 개화에 실패하고, 새로운 세기에 한일병합조약을 강제 당하면서 우리 미술도 개화 바람을 타고 서울에서 도쿄로 불기 시작했다. 이 시기 최초의 일본 유학생으로는 도쿄미술학교에 입학한 고희동(1909), 김관호(1911), 이종우(1918)가 있다. 최초의 여성 화가로는 나혜석(1913)이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하면서 신미술 시대를 열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의 화가들이 서울에 들어와 고종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지만, 서양화가 최초로 형성된 것은 일본유학을 통해서다. 당시 일본에서는 자국 미술인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을 하고 돌아와 그들의 개화 미술을 꽃피우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인상주의 화풍의 유화를 공부하고 돌아온 화가들이 동경미술학교 교수가 되면서 일본 화단의 주류를 형성했다. 이 시기 고희동(1886~1965)이 한국인 최초로 도쿄미술학교에 유학하면서 한국의 서양미술이 시작됐고, 이후 김관호, 김찬영도 도쿄미술학교로 유학했다. 이 세 명은 한국 근대 서양화단 최초의 유학생이었지만, 한국에 돌아와 서양미술에 대한 현실적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작업을 그만둔다.개척기의 장벽을 깨고 평생을 화가로 살았던 나혜석(1896~1949)과 이종우(1899~1981)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였다. 두 화가의 공통점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유학 가 서양화를 공부하고 나서 다시 19세기 중후반 변화무쌍한 세계미술의 중심이었던 파리로 유학을 다녀온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였다는 점이다.  앞선 시대를 살았던 나혜석의「자화상」나혜석은 1913년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유학으로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가 됐다. 귀국 후에는 함흥의 영생중학교에서 재직했다. 3·1운동에 가담하면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나혜석은 전통적인 관습과 신문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 도덕적 잣대가 가진 불합리와 남녀 차별에 대항한 대표적인 신여성이었다. 그는 이러한 사회 문화적 불평등에 저항하며 앞선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화가였다.  부유한 집안의 5남매 중 넷째, 딸로서는 둘째로 태어난 나혜석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일본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였다. 당시 유학생 동인지인 <학지광> 12호에 이광수의 결혼관이기도 했던「연애야말로 혼인의 근본조건의 하나」라는 글과 나혜석의 여권신장에 관한 글이 나란히 실렸을 때, 춘원 이광수의 『무정』못지않게 나혜석의 글이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국내 첫 페미니즘 문학으로 평가되는 소설 「경희」의 작가도 나혜석이다. 그림뿐 아니라 글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나혜석은 서양화를 공부하고 귀국해 결혼한다. 신혼인 나혜석의 첫 개인전은 신문에까지 대서특필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개인전 이후에도 나혜석은 조선미술전람회 제1회부터 8회까지 상위권에 꾸준히 입상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제10회 선전에서는「정원」을 출품해 특선을 수상했다. 1923년부터 1927년까지 남편의 부임지인 만주에서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고, 이후 세계 일주 여행을 하면서 유럽과 구미의 문화와 미술을 관람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녀의 시대정신은 21세기에 있다그 당시의 세계여행은 나혜석에게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줬을 것이다. 파리 체류 시기는 야수파와 표현주의 미술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1930년 6월에는〈삼천리〉에 당시 유럽 일부에서 유행하던 ‘실험 결혼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1931년 무렵 파리에서의 염문설로 귀국 후 이혼을 당하자,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비판한「이혼 고백서」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나혜석의 천부적인 재능과 성격은 당시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갈등의 씨앗이 됐다.  화가로서 나혜석의 그림은 파리에 가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많은 작품이 화재로 소실됐지만 남아 있는 작품 중에서「자화상」은 신여성을 서구적인 방식으로 묘사한 수작으로 평가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저서『한국근대미술의 형성』(미진사)에서 “1927년 파리에 체류했던 그는 한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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