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기상청 : 우리나라 장기적 계절변화 경향(2009)
기후변화와 봄 계절변화
계절적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은 기상학적 또는 식물 계절구분으로 분류한 계절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이다. 기상학적 계절 구분방법도 다양한데, 우리나라에서는 30년 동안 관측된 기온을 평균한 값을 이용하는 이병설(1979)의 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 방법을 따라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우리나라의 1920년대와 1990년대의 계절변화를 조사한 결과가 <그림>이다. 봄 시작일의 기준은 일 최저기온이 0℃ 이상, 일평균 기온이 5℃ 이상 20℃ 이하로 나타나는 기간을 말한다. 그림의 가로 축을 Julian Day로 나타내었는데, 이는 1월 1일부터 12월말까지의 일수를 말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계절변화는 1920년대에 비하여 겨울이 한 달가량 짧아졌고, 봄과 여름은 20일 정도 길어졌다. 여름 시작이 빨라져감에 따라서 과거에 비하여 봄철이 일찍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봄의 길이 자체는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겨울이 일찍 끝나고 봄의 시작이 훨씬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후반 들어 더욱 분명해지고 있으며 남쪽 지역일수록 더욱 뚜렷하였다. 그림 상에서도 1920년대에는 3월 하순에 시작되던 봄이 1990년대에는 2월 하순에 시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기후모델을 통하여 전망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 계절변화 전망의 가장 큰 특징은 여름의 시작이 빨라지고 가을의 시작이 늦어지면서 여름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이다. 남쪽 지역일수록 여름 기간이 더 길어지는데 서귀포의 경우 6개월 이상이 여름에 해당하게 된다. 겨울은 시작일이 늦어지고 봄 시작일이 빨라짐에 따라서 대폭 짧아진다. 가을은 시작일이 늦어지지만 겨울 시작일이 더욱 늦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4계절 중에서 짧아지는 것은 겨울철이다.
봄을 포함한 4계절의 변화는 기후변화(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제주도와 일부 남해안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20세기 말(1971~2000년 평균)에는 3월에 시작되던 봄이 21세기 말(2091~2100년 평균)에는 주요 산악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3월 이전에 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부지역의 경우 1월 말에 봄이 시작되고 고산지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2월 초·중 순 경에 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여름의 시작도 더욱 빨라져서 21세기 말에는 여름의 시작일이 4월 말에서 5월 초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여름이 빨라져도 봄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지속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봄 계절변화의 전망과 그 영향
식물 계절 구분 방법으로 봄을 분류해 보아도 봄의 시작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 진달래, 개나리의 개화일 변화를 살펴보면, 개화일이 1920년대에는 3월 중하순이었는데 최근에는 2월 말에서 3월 초에 걸쳐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봄이 빨리 시작되고 빨리 사라지게 되면 식물, 곤충, 조류 등 다양한 생태계 구성 요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식물의 개화시기와 곤충의 활동시기가 맞지 않게 되어 식물은 수분을 못하게 되고 곤충은 먹이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지리산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북방산 개구리와 같은 종들도 산란일이 당겨지면서 곤충 등 먹이가 되는 다른 종의 출현 시기와 맞지 않아서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리산에서 북방산 개구리의 산란 일을 추적한 연구에 의하면 최근 5년 동안에 북방산 개구리의 산란 일에 한 달 가까운 변동 폭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산란 일에 큰 변동이 나타나는 이유로 기후변화로 인해 해마다 변덕스럽게 변하는 겨울철 날씨를 들고 있다. 기상청의 2010~2019년의 겨울철 기온 자료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1월 평균기온에 큰 진폭이 나타나고 기온상승 폭도 컸다는 것이 확인된다.
봄철의 계절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결국 인간에게도 위기로 다가오는데, 그런 징조가 이미 우리 곁에 현실로 닥쳐있다. 사과, 배 등의 과수 개화시기가 너무 빨라져서 벌의 수분활동을 받지 못하여 흉작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남쪽지역과 북쪽 지역 사이에 존재하던 개화일의 차가 점차 줄어들어 봉밀업자들이 꿀을 얻을 수 있는 시기도 짧아져서 꿀 수확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불균형은 점차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젠 일찍 들려오는 봄소식은 희소식이 아니라 우리를 한숨짓게 하는 근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