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쟁 70주년 기획 ‘다시 평화의 눈으로 DMZ를!’

전쟁이 남긴 파괴의 현장에서도 생명은 자라나며 사람들은 그 아픔을 씻어낸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판문점(板門店)이다.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바로 그 경계선 위에 있는 판문점은 서울에서 북서쪽으로 대략 60㎞ 정도 떨어진, 동서 800m, 남북 400m에 해당하는 사각형 공간이다.원래 이곳의 지명은 ‘널문리’였다. 1951년 10월, 정전회담 장소가 개성에서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이름이 바뀌게 됐다. 중국어 표기를 위해 우리말인 ‘널문리’를 한자식 표기인 판문점(板門店)으로 고쳐 쓴 것이다. ‘널문리’라는 지명에는 매우 독특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宣祖, 1552~1608)는 파죽지세로 몰려드는 왜적의 침입을 막지 못해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피신을 갔다. 왕과 신하들이 북쪽을 향해 계속 올라가다가 초가집이 듬성듬성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이르렀을 때, 강이 길을 막아섰다.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초라한 옷을 입은 농부들이 나타나 널빤지로 만든 대문을 뜯어다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그 덕에 선조 일행은 무사히 화를 피할 수 있었다. 그 후, 이 마을은 ‘널문리’가 됐다고 한다. 이처럼 판문점의 진짜 이름인 ‘널문리’는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고, 막힌 길을 뚫어주고,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냉전에서 평화의 공간으로판문점은 공동경비구역이다.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 JSA)은, 말 그대로 양쪽이 함께 경비를 서고 관리하는 지역을 말한다. 1953년 10월부터 북측과 남측은 이 지역을 공동으로 관리해 왔다. 20여 년이 흐른 1976년 8월, 북쪽 병사들이 UN군을 도끼로 찍어 살해한 ‘미루나무 절단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사건 이후 양측은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서로 넘나들 수 없도록 통행을 금지했다.하지만 2018년 4월부터 이어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이와 같은 적대의 대결 흐름을 바꿔 놓았다. 4월 27일, 두 남북 정상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이 그어진 그곳에서 손을 마주 잡고 경계선 너머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함께 넘어오는 상징적 장면은 분단의 해체를 전 세계에 보여준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그동안 남북 간 무력적인 대결의 공간이며, 견고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넘나듦과 대화, 평화의 문(門)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해주었다. 판문점의 진짜 이름인‘널문리’는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고, 막힌 길을 뚫어주고, 강을 건너는 다리를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냉전과 분단의 해체는 과거 70여 년 동안 지속돼 온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과 길을 만드는 것이다.  약 60년 전 1961년, 소설가 이호철은 「판문점」에서 최근 상황과 같은, 분단이 사라진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2백 년쯤 뒤 판문점이란 고어로 ‘板門店’이 될 것이다. 그때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쓰일 것이다. 1953년에 생겼다가 19XX년에 없어졌다. 지금은 개성시의 남단 문화회관이 바로 그 자리다.”(이호철,『판문점』, 북치는 마을, 2012, 203쪽.) 1960년 419 이후 남북 분단 문제와 남북교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판문점」이라는 소설을 통해 판문점을 남북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문이자 다리로 부각시킨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적군 묘지’공동경비구역 서쪽에는 사천강이 흐른다. 그 강을 건너는 다리가 ‘널문다리’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뒤, 이 다리를 통해 양쪽의 포로 교환이 이뤄졌는데, 한 번 건넌 포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에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로 불린다. 그러나 이 다리를 통해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1968년 1월 원산 앞바다에서 나포된 푸에블로호의 승무원 82명은 이 다리를 통해 12월 송환되었다. 그리고 남북 적십자회담 수석대표들도 이 다리를 통해 평양을 갔다 왔다.하지만 1976년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 UN군 제3초소 앞에서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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