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전쟁 70주년 기획 ‘다시 평화의 눈으로 DMZ를!’

 진정한 안식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이 소명될 때야 가능할 것이다. 떠난 이들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우리가 울려야 할 레퀴엠은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는 일일 것이다. ‘무덤 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50년부터 53년까지 치러진 한국전쟁에서는 600만 명의 사람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전선에서 죽어간 군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숱한 민간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전선에서 날아오는 포탄과 폭격을 피하지 못해서 죽음을 맞은 것이 아니었다. 한국전쟁은 ‘피스톤 전쟁’, ‘대패 전쟁’이라고도 불렸다. 그 이유는 전선이 불쑥불쑥 밀고 당기는 식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낙동강까지 내려왔던 전선은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한강 이남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반복된 점령과 수복의 과정에서 민간인들은 ‘예비검속’과 ‘인민군 부역혐의자’라는 명목으로 재판절차도 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 시절, 총성은 전쟁터와 삶터를 가리지 않고 울렸다. 어떤 죽음도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건만, 전장의 죽음은 추앙되고 마을의 죽음은 부정당했다. ‘민간인 학살’은 1987년 민주화 전까지 침묵을 강요당한 채 ‘알면서도 모르는 일’로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죽음의 진실은 다 밝혀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비석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남아있는 사연들이 즐비하다. 살아남은 가족들은 혈육이라는 이유로 연좌제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 고통은 떠나보낸 가족의 원혼을 달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67년이 지났다. 우리는 흔히 전쟁을 회상하며 ‘전쟁이 남긴 상처’, ‘전쟁의 상흔’과 같은 말을 쓴다. 전쟁이 끝난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폭파된 한강다리는 다시 놓였지만, 할퀴어진 마음의 상흔은 매만져지지 못하고 70여 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김포 신곡리 천등고개의 비극현재 DMZ 접경지역은 38선 부근 지역이었기 때문에 보도연맹 학살보다 인민군·좌익에 의한 학살, 미군에 의한 학살, 부역혐의에 의한 학살의 경우가 더 많다. 김포와 강화의 경우 부역혐의 학살의 경우가 더 많으며, 희생자의 숫자로만 보면 거의 대부분이 부역혐의로 몰려 죽음에 이르렀다. 인천상륙작전 후 김포지역이 완전히 수복되고 김포경찰서가 복귀하자 본격적으로 부역혐의 주민들에 대한 색출과 연행이 시작됐다. 혐의자 색출작업은 경찰뿐 아니라 우익 치안대에 의해서도 진행됐다. 그렇게 김포에서는 1·4후퇴 직전까지 600명 이상의 주민들이 고촌면 천등고개, 김포면 여우재고개, 대곶면 소라리고개, 양동면 마곡리 한강변, 양촌면 양곡지서 뒷산, 하성면 태산골짜기 등으로 끌려가 학살당했다. 지금은 김포시 상수도사업소가 있는 야산, 신곡리와 풍곡리로 갈라지는 지점에 천등고개라 불리는 곳이 있다. 당시 이곳에는 미군용 참호가 있었고, 그곳이 총살이 자행된 장소였다. 처음 부역혐의자로 지목돼 끌려온 사람들은 고촌면사무소 옆에 있던 양곡창고에 갇혔다. 당시 근처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치안대가 그곳에 끌려와 갇힌 사람들을 때리는 소리와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1950년 10월 12일, 치안대원들이 창고에 갇힌 일부 주민들을 김포경찰서로 넘기겠다며 새벽에 끌고 나갔다. 그러나 군용 통신선으로 묶여 끌려나온 이들은 경찰서가 아닌 천등고개로 향했다. 천등고개의 미군용 참호로 끌려온 이들은 일렬로 세워졌고, 그 직후 20여 발의 총성이 울렸다. 창고에 갇혀있던 주민들이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은 가족들을 통해 마을로 알려졌지만 희생자들의 시신은 대부분 수습되지 못했다. 그러다 1952년 당시 학살당한 주민 중 한 명이었던 송해붕의 시신이 발굴됐다. 인근 구덩이에서도 70여 구의 시신이 발굴됐으나 이들은 신원을 알 수 없어 다시 흙으로 덮었다고 한다. 그 해, 2년 만에 시신을 찾은 송해붕 가족은 1952년에 가톨릭 신자였던 장교가 근무했던 벨기에 군대에 ‘살해 및 사체 유기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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