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파란등 켜진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

방송대 로스쿨 설치 문제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각인의 기회 균등’ , ‘행복을 추구할 권리’,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어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으며, 제31조 ①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했다.
방송대 로스쿨 설치 문제가 새해부터 다시 뜨겁다. 지난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동료 의원들과 함께 국립 방송통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을 발의하면서다. 방송대 로스쿨 설치 문제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각인의 기회 균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방증이다.  

거듭된 ‘방송대 로스쿨’ 설치 여론
정청래 의원이 대표발의하기 이전에도 방송대에 로스쿨을 두자는 여론은 존재했다. 역설적이게도 그 제안처는 25개 로스쿨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하 법전협)였다. 이들은 2016년 5월 사법시험 폐지 대안으로 입학 기회를 확대하는 ‘오픈 로스쿨’을 제안했다. 법전협은 ‘방통대 로스쿨 설치와 운영’을 오픈 로스쿨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국회에서도 법안 발의가 있었다. 2017년 12월 1일 박준영 의원 등이 처음으로 한국방송통신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로스쿨이 비싼 학비로 인해 특권층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국민적 비판과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방송대 로스쿨이 사시를 대신해 ‘성공의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2020년 4월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공정사회 부문 공약의 하나로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2020년 6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제기한 지적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 모두 ‘새로운 로스쿨’을 구체화하자고 제안했기 때문(「방송대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 가능성에 ‘촉각’」, <KNOU위클리> 제52호, 2020.6.15. 참조).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6일 정청래 의원 등이 “2017년 사법시험 폐지 및 로스쿨 교육환경 등의 문제점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직장인·가사전업자 등의 법조계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의 법안 제안 이유를 들여다보면, △기존 로스쿨 제도의 단점 보완 △사회적 약자 배려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을 위해 ‘온라인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기왕에 형성된 국민적 여론이 깔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또 방송대 로스쿨이 운영되면 △온라인을 통한 접근 △저렴한 학비 △입학전형 간소화 등으로 기존 로스쿨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옹색한 반대 논리를 넘어서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 법안 제안 이유가 명확한 데도 기존 로스쿨과 법조계는 이 법안의 ‘철회’를 주장하면서 반대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일종의 선점 지위에 대한 우려와 시장 논리를 반영한 대응인데, 헌법 정신의 구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결여됐다.
2016년 방송대 로스쿨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법전협은 이번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에 대해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021년 1월 12일 성명서를 내고 법안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법안 철회 촉구가 우려되는 것은 로스쿨 교육의 기회 확대에 대한 성찰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 역시 ‘법조 시장 포화’, ‘법률 서비스의 질적 하락’, ‘방송대 로스쿨생의 변시 합격은 희망고문일 뿐’이라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기득권을 방어하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반대 논리는 과거 사시에서 로스쿨로 전환할 때도 등장했던 내용의 복제판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 로스쿨 한계 보완할 수 있는 접근”
정청래 의원의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을 반기는 첫 번째 이유는 ‘다양한 인생 경험과 삶의 노하우’를 지닌 이들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대 중문학과와 영문학과를 졸업한 안귀옥 변호사는 “방송대 로스쿨 설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로스쿨 설치 목적 측면에서도 방송대 로스쿨 설치가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방송대에 로스쿨이 설치되면 단순한 지적 능력을 넘어서 인생의 경험과 삶의 노하우를 겸비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법률교육을 통해서 변호사가 되어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높은 법조 진입 문턱에 좌절했던 직장인과 주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방송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문명주 학우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지닌 직장인과 주부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방송대 로스쿨이 현행 로스쿨 제도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라고 보았다.
비싼 등록금을 내지 않고서도 누구든지 새로운 기회에 도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법학과를 졸업한 장웅상 동문 역시 “기존 로스쿨 등록금은 너무 비싸다. 방송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등록금을 책정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80만 명의 졸업생·재학생 인맥을 지닌 방송대에 로스쿨이 설치되면 국가적으로도 이익일 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방송대 로스쿨’은 우리나라 법조인력 양성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제도적 보완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방송대 제주지역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던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공동대표 박은선 변호사는 현재 25개 로스쿨이 고시학원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사법개혁으로서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은 완전히 실패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방송대 로스쿨 설치를 이와 같은 기존 제도의 실패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스쿨의 근본 취지와 좀더 본질적인 제도적 한계까지 고민하는 박 변호사는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지만, 일단 방송대 로스쿨이 ‘최소한의 현실적인 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변호사 질이 낮아진다? 그 사람들은 변호사 자격증 있다고 다 같은 변호사인줄 착각하시나요? 방송대 출신들을 무시하는 발언일뿐더러 특정 대학교는 안 된다는 이른바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이미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한 대학교인데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정청래 의원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 방송대 로스쿨 특별법을 제안한 이유를 올리자 실시간으로 올라온 댓글 가운데 하나다. 방송대가 2018년, 2020년 두 차례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진행했던 국민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지만, 국민은 방송대 로스쿨 설치에 대해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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