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윤용인의 쌩쌩 평생교육 ①

백세 시대, 공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자격증, 취미, 학위, 자기계발 등 동기는 다양하지만 불혹이 넘어 공부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오늘 시작하고, 내일 좌절하고, 할까말까를 고민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만학도 열전을 시작하는 윤용인 작가의 글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고, 공부를 선택한 사람들을 향한 위로가 되어주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필자가 공부하는 기술사 학원은 학생들의 나이가 고르게 분포돼 있다. 서른을 갓 넘은 젊은이부터 일흔이 넘은 노년까지 한 교실에서 향학열을 후끈 불태운다. 가장 많은 나이대는 아무래도 40~50대다. 명퇴의 불안감이 시작되는 40대와 이미 그 과정을 지난 50대가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다수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두 개 정도 공통적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첫째는 공부하기에 자신이 너무 나이가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나이 들어서 머리가 너무 나빠졌다는 생각이다.
가끔 공부에 지친 사람들끼리 술자리를 할 때면 이런 생각들은 모시 바지 방귀 새듯 피식피식 기어 나온다. 그나마 나이와 관련돼서는 자기보다 나이 더 많은 동석자를 통해 위로받는다.

그러나 두 번째 생각은 양상이 다르다. 젊어서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드니 머리가 나빠져 공부하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윗물 아랫물 없이 터져 나온다. 60대가 말한다. “몇 시간을 열심히 외웠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아주 환장할 노릇이지.” 50대가 맞장구친다. “마누라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판에 베르누이 공식을 어떻게 기억해요? 내게 누이는 일사후퇴 때 헤어진 금순이 누이밖에 없거든”.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70대가 느리게 말한다. “그런데 댁들은 뉘시우? 요즘은 얼굴만 돌리면 다 잊어버려서…”

뇌는 사용할수록 더 진화해
필자는 ‘내가 더 머리가 나빠요’를 경연하는 이 술집에 앉아 끝내 목에서 나올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 말은 바로,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나빠졌다고요? 아니에요! 당신들은,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머리가 나빴어요. 머리 나쁜 것조차 까먹고 있는 거라고요!”

이렇게 사실을 말해버리면 이 나이에 빵셔틀, 담배셔틀 당할까 봐 꾹 참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생각은 명백한 사실이다. 필자는 저들이 전봇대도 씹어 먹을 위장을 가지고 있고 500페이지 전화번호 책을 30분만에 다 외우는 두뇌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10대 때를 잘 알고 있다. 위장은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도 500페이지 전화번호부 책은 커녕 ‘태종태세 문단세’를 끝까지 외우지 못하고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되는 훈민정음을 중간까지밖에 못 외웠다. 고작 인생에서 통으로 외운 것은 안 외우면 두들겨 맞았던 국민교육헌장과 나의 조국 노래, 그리고 군대 고참서열 정도였을 터. 나이 들어 책을 펼쳐든 지금, 공부는 하기 싫고 핑곗거리는 필요하니까 자꾸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려한다. 선수끼리 말해, 그렇지 아닌가? 뜨끔하다면, 당신의 양심은 아직 순결하다고 할 수 있다.

유명한 한 다큐멘터리의 실험은 인간의 뇌가 결코 노화에 의해 기억력을 후퇴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대부터 70대까지 모집단을 만들어 기억력 게임을 했을 때 70대가 2위를 했다. 60대 역시 상위권이었다. 오히려 정신이 산만하고 주변이 복잡한 30대가 꼴찌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뇌라는 것은 사용할수록 더 진화한다는 뇌가소성(可塑性, plasticity) 이론은 이미 뇌과학에서는 정설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 패러디 신문 딴지일보 편집장을 거쳐 현재 노매드 힐링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도 만학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고 계신 형님 누님들아. 공부한 것을 자꾸 까먹는다고, 나이 운운하지 말지어다. 그것은 나이를 떠나, 충분히 반복과 암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뇌를 복제해서 붙인다고 해도 반복 없는 암기는 답이 없다. 일찍이 오승근 형님은 노래하지 않았던가?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고. 어디 사랑뿐이겠는가? 당신 나이,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지. 정말 그런지 아닌지를 이 칼럼을 통해 펼쳐보일 터이니, 기대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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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il***
    괜히 찔린 1인 입니다. 제 머리도 원래 나쁘다는 것을 .... 노력하면 되겠지요~~~?
    2021-02-28 02:29:44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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