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방송대 입학생을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지인 추천으로 입학한 경우가 전체의 52.9%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KNOU위클리>가 ‘방송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확인한 ‘방송대를 졸업했거나 재학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는 응답(39.9%)보다는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두 자료는 방송대 주요 입학 경로가 주변의 추천과 권유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고 한다. 이 속담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친구가 좋아서 무엇이든 함께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끌려서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후자의 ‘부정적’ 의미로 많이들 쓰인다. 그러나 친구 따라 방송대를 온 경우라면, 그것은 전자의 긍정적 의미로 봐야 한다. 신뢰하는 친구가 권해서 함께 공부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분명하다. 공자도 『논어』에서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했다. 벗이 멀리서 찾아와서 즐거운 이유는, 그와 함께 공부하고 익힌 것을 서로 토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현대적 해석과도 관련이 있다.
8년 전 늦깎이로 같은 해에
중등·고등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직장 일과 비싼 등록금으로 대학교 입학을 미루던 장순덕 학우(국문 2)는 2019년 1학기에 국어국문학과를 입학한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입학 권유를 받았다. 그는 “그 친구가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려 줬어요.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2학기에 바로 입학했죠”라고 말한다. 작가가 되는 게 꿈인 장 학우는 “정말 결정을 잘했다. 평생 한이던 대학 공부를 하게 돼 기쁘다. 졸업할 때까지 열심히 배우고, 배려와 포용심으로 사회에서 소통하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친구 따라 방송대 문을 두드리는 일은 나라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여름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이재숙 동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이 동문은 시험을 치러 한국과 미국을 자주 오갔다. 그 역시 사회에서 만나 친구가 된 강숙례 학우(중문 2)의 권유로 방송대에 발을 디뎠다. 강 학우는 청소년교육과를 마치고 중어중문학과에서 새로운 공부를 열어 가고 있다. 이 학우는 “미국으로 이민 나온 뒤 소식이 끊어졌는데, 숙례의 노력으로 다시 만났지요. 숙례가 1학년 때 미국에 왔다 가면서 학교 이야기를 많이 했죠. 친구가 추천하면서 해낼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는데, 의심도 하지 않고 입학했습니다. 막상 해보니까 생각보다 더 힘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친구의 용기와 후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늘 마음 든든한 친구로 남아 있어요.”라고 말했다(오른쪽 기사 참조).
방송대로 안내한 소중한 사람들
친구가 아닌 아버지나, 형, 누나나 언니를 따라 방송대를 노크하는 이들도 많다. 다음 학기에 법학과를 졸업하게 되는 김산드라 학우는 1970년대 법학과를 졸업했던 아버지가 퇴직 후 다시 방송대 법학과에 편입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방송대에 진학한 케이스다. 김 학우는 이번 학기 글로벌장학생으로 선발돼 등록금도 85% 감면받은 상태.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그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버지에게 ‘방송대 졸업장’을 꼭 안겨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안산시학습관의 터줏대감격인 ‘남덕환 패밀리’는 6남매 가운데 넷이 방송대와 인연을 맺었다. 막내인 남덕환 학우가 2010년 자기계발을 위해 청소년교육과에 입학한 게 발단이었다. 안산시학습관 학생회장을 지낸 남덕환·남미영 남매는 청소년교육과를 졸업하고 법학과에서 새로운 공부를 깊이 다지고 있다(<KNOU위클리> 제30호 참조).
부부가 방송대를 다닌 경우도 있다. 가왕 조용필의 「친구야」(1983) 가사를 쓴 작사가 하지영 동문은 자녀들 대학 공부 뒷바라지를 마친 뒤에 교육학과에 진학, 방송대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서 석사학위까지 했다. 잘 나가는 레코딩 회사 대표였던 남편 이호준 동문도 영문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뒤 역시 대학원 영상문화콘텐츠학과까지 마쳤다(<KNOU위클리> 제73호 참조). 80세에 부부가 함께 방송대를 찾아 교양의 폭을 더 깊게 일구기도 한다. 전남 해남으로 귀농해 문화교양학과 공부를 함께 시작한 정두채·김은숙 부부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방송대로 오게 했을까? 정다운 친구가, 믿고 따르는 형이, 자랑스런 막내가,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손짓했다. 함께 새로운 공부의 길을 걸어보자고.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 이들 모두가 평생의 ‘친구’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