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큰 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세 모녀 둘러싼 가혹한 사회 시스템
송파구 세 모녀의 자살 사건은 단순히 가족이 경험하는 경제적, 정신건강적 위기 이상의 문제를 던져 준다. 이 가족을 힘들게 만들었던 우울감과 상실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한국의 가혹한 사회 시스템을 지목할 수 있다. 1997년에 경험한 IMF 위기 이후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가 형성되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의 상대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사회의 부가 편중되는 가운데,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의 위기를 경험하는 대상자들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줄곧 지체되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적인 위기 가운데서 가족의 붕괴를 모면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정들의 모습도 존재한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가족의 위기를 경험하면서도, 그 위기를 가족의 응집력과 적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어내는 가족에 대한 연구들이 학자들의 관심을 받아 오고 있는데, 이러한 접근은 레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레질리언스란 탄성, 탄력, 복원력을 뜻하는 용어로 인문사회학 분야에서는 역경이나 어려움으로부터 회복하는 힘과 가능성을 의미한다. 개인의 인생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레질리언스는 어떠한 개인이 인생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때 회복탄력성을 보이는지 관련하여 연구되어 왔다. 어떠한 특징 혹은 심리기제가 사람을 더욱 회복적, 탄력적으로 만드는지 그 요인들을 탐색하는 연구들이다. 연구 결과, 더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인 낙관주의, 두려움과 마주하는 용기, 옳은 일을 하는 가치관, 종교적 믿음, 사회적 지지, 로드맵을 제공하는 롤모델, 신체적 건강, 뇌 건강, 인지적 정서적 유연성, 그리고 삶의 의미 찾기라는 레질리언스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관점 레질리언스 연구와 함께, 가족 단위의 회복탄력성에 관심을 갖는 가족 레질리언스 연구도 큰 주목을 받고 활발히 진행되었다.
개인의 관점으로만 레질리언스를 다룰 때에는, 가족과 사회 안에서 유기적인 가족관계, 인간관계를 맺으며 위기를 경험하기도 하고 극복하기도 하는 특징을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단위로 레질리언스를 이해하는 관점은 과거 레질리언스 연구에서 진화한 특징을 보인다. 과거에는 가족을 한 개인의 배경 정도로만 이해하고, 역기능적 가족의 모습과 위기 요인이 삶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가족 레질리언스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고 더욱 진화된 연구에서는 가족의 장점과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가족을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본다. 특히,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극복을 한 후에는 더욱 강해지며 더 많은 가용자원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개인이 수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발달하듯이, 가족 역시 수많은 위기를 겪고 극복하면서 발달하고 성장한다. 가족 레질리언스 관점은 이러한 가족의 변화, 발달, 그리고 위기 극복 과정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이 된다. 가족이 각 구성원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한 가족의 사회에서의 순기능적 역할을 고려할 때, 가족 단위로 위기를 극복하고 장점과 강점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