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우리 가족은 비정상인가요?



제목에 적혀 있는 문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의 제목이었다. 생활동반자등록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 청원은 한 달간 6만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생활동반자보호법이라는 이름으로 부부와 직계혈족 외의 관계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왜 일까.


너무나 협소한 가족의 정의

“모든 사람은 가족문제에 있어 당사자다.” “모든 가족은 문제를 품고 있다.” 언뜻 이런 말들은 개인과 가족을 거의 동일시하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거의 아무 뜻도 없는 것처럼 당연한 말인 것도 같다. 하지만 ‘너희들은 가족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는 너희들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받는 사람들은 앞선 명제에 비로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식구, 가구, 가족, 혈족이라는 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고 사람마다 가족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법제도에서 특정한 형태의 가족만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가족, 즉 부부와 미혼의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의 형태가 주류화된 것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200년도 되지 않았으며, 지금의 주된 가족형태는 1인 가구(28.6% 2017년)로 변화했다. 그런데 민법상 규정된 가족의 범위는 ①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②(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민법 제779조)로 되어 있다. 아직까지 한국의 법은 배우자를 남성과 여성의 혼인을 통해 발생하는 관계로만 한정하고 있고, 직계혈족은 혈연이라는 관념을 통해서 정의하고 있다.
혼인 외에 그 어떤 결합도 인정하지 않고, ‘혈족’이라는 관념을 통해 재혼가족의 현실조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호주제 폐지를 통해서 겨우 부계혈통만을 인정하고 남성주의라는 관념을 명시했던 가족제도를 조금 변화시켰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는 대다수의 삶을 애써 외면하고 그럼으로써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가족’들이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박탈하고, 위기의 순간에서조차 서로를 지킬 수 없도록 고통을 만들고 있다. 왜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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