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에 마른 체형 때문에 소나무 숲 위를 훌쩍 날아다니는 학 같으시기도 하고···” 2월 방송대 교수직에서 퇴임하는 문화교양학과 송찬섭 교수.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때때로 ‘학’으로 묘사되곤 한다. 그러나 학이 세상일에 초연하여 혼자만 고상한 '학'과는 달리 송 교수는 문·사·철·예술 등의 다양한 인접 인문학을 한데 어울려 놓고 짜임새있게 ‘교양’하는 공간으로 만든 장본인, 즉 문화교양학과를 설립한 교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강사 생활 10년 만에 방송대에 교양으로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양과정부 교수로 임용됐어요. 몇 년 뒤 문화교양학과라는 인문학 중심의 학과를 만들면서 가르치는 범주가 넓어졌죠. 아마 처음부터 사학과가 있는 대학에 갔다면 결코 인접 학문과의 교류와 다양한 연구 및 교육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방송국이 있는 학교라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현장보고-변화하는 역사교육」,「현장증언-이 땅의 노동운동 지도로 본 한국근현대사」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적인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갖기도 했죠.”
송 교수는 문화와 교양 인물로 본 문화 영화로 생각하기 등의 개설 과목에 대해서는 학과 내 여러 분야의 교수들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자도 영입해 교재를 작성하고 강의도 제작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과목들을 구상하면서 인문학과 교육을 연결해 고민해봤다는 자체가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학문 분야만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해 결과를 내고 또 학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일 자체가 바로 ‘온기의 인문학’이다.
‘온기의 인문학’경험은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서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지난 27년간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온기라는 것은 단순한 따뜻함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제대로 익힘’의 뜻으로 보는 것이 맞죠. 논어의 온고지신을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하여 새것을 앎’이라고 풀이하듯이 따뜻함은 익힘과 통해요. 끊임없이 습득하는 과정에서 ‘기왕의 습득’ 대 ‘새로운 습득’의 구분이겠지만 현재를 익히다 보면 과거를 새롭게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기존의 지식을 잘 익혀서 습득한다면 날로 새로워지는 것을 알게 되는 그 대상은 바로 자신이고 이것이 곧 인문학입니다.”
그래서인지 송 교수는 일상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더 많다. 다수의 민(民)이 노동하고 놀이하고 다양한 생활을 하면서 땀과 숨결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일상의 역사에서 온기가 물씬 더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체온’을 가지고 있다. 관계망이 형성되면 따뜻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일까? 문화교양학과 학술제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개인사를 발표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행사의 하나가 됐다.
“특히 역사 속에서 사람과 인물을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술제에서 발표하는 학생들의 개인사는 인물과 문화의 단순한 팩트가 나열돼 이뤄진 ‘냉정한 역사’가 아니라 ‘인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청중이 모두 거미줄처럼 서로 얽히고 중첩돼 일어나는 공감으로 ‘온기의 인문학’을 공유하는 현장이죠. 이런 소중한 경험은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에서만 습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27년간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송 교수의 주요 저서에는 『한국사의 이해』를 비롯 『여유당 전서를 독함』(펀서), 『근대적 일상과 여가의 탄생』(공저) 등이 있다. 퇴임을 맞아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