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① 원격교육 환경 변화와 방송대의 길

방송대는 학부·대학원·교양과정·비학위과정·후진학·일반인 재직자 과정 등을 대상으로 한 풍부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교육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사진 출처=픽사베이)코로나발(發) 원격교육의 뉴노멀(new normal)을 정립하기 위한 대학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대면·비대면 혼합교육이 전체 대학가에 확산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에 기술이 더해진 에듀테크 기반 맞춤형 학습을 도입하기 위한 정책도 새롭게 추진된다. 일반대와 사이버대 등 모든 대학들이 온라인 교육 영토 확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방송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오는 2022년 개교 5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원격교육의 강자 자리를 넘어, 미래교육의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위클리가 특집 ‘위클리 리포트 2021’을 연재로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기반 미래교육 전환 가속화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지난해 수업과 시험 등 대부분의 학사 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오프라인 대학들은 올해도 비대면 수업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젊은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제 비대면 수업이 익숙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는 원격수업을 받는 게 훨씬 편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온라인 강의실의 수업 운영 방식에서 일반대학보다 원격대학이 비교우위에 서 있다. 문제는 금세 그 간격이 좁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 역시 원격수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지난해 9월 일반대에 대해 총 학점의 20%로 제한한 원격수업 개설학점 규제를 없앤 것. 대학 여건에 따라 모두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허용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학 설립·운영에 요구됐던 교육과정·교원·학생정원·학습장 등 필수 4대 요건도 근본적으로 손볼 예정이다. 또 교육부는 특화 분야 모듈화 교육과정을 개발·공유하는 혁신공유대학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모듈화 공동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원·콘텐츠·시설 등 각종 교육 인프라를 공유하게 된다.


대학가, 온·오프라인 교육 실험 분주
미래교육을 선점하기 위한 대학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수도권 대학원격수업지원센터에 선정된 한양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은 홀로그램 기반 대면수업이 가능한 하이-라이브(HY-LIVE) 영상 제작실을 구축했다. 양주성 수도권 대학 원격교육지원센터 부센터장(교육혁신팀장)은 “‘텔레 프레젠스’(tele-presence·원격 실재) 기술을 교육 현장에 적용했다. 학생들은 동작 인식 카메라, 스마트 글래스, 음성인식 트래킹 등 여러 기술을 통해 홀로그램 티처를 만날 수 있다”며 “교수자와 학습자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수업 현장의 실재감을 느낄 수 있고 상호작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안에 학습부진자를 조기에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교육모델로 주목받는 대학도 있다. 경희사이버대는 올 1월 교육부가 평가한 원격대학 인증·역량진단 결과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미디어영상홍보학과 학과장)은 미래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학사운영 자체가 ‘블렌디드 러닝’으로 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희사이버대는 같은 학교법인이면서 오프라인 캠퍼스를 보유한 경희대와 함께 이러한 학사운영을 시도한 적이 있다. 민 소장은 “저학년 동안 교양수업 중심으로 캠퍼스 생활을 하면서 전공 탐색의 시간을 갖고, 고학년 시기에는 구직활동을 병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일종의 혼합형 교육을 실현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14일 김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사회뉴딜분과위원장)을 비롯해 강득구·홍성국·윤영덕·고영인 국회의원, 구연희 교육부 평생미래교육국장이 방송대 디지털미디어센터를 방문해 K-에듀플릭스(Eduflix)에 관한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사진 출처=KNOU위클리 DB)
우수 콘텐츠 개방, 학습플랫폼 고도화 구축
그렇다면 방송대로 시선을 돌려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 불확실성에 대비한 미래교육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방송대가 선구자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미래교육에 대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대는 교육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선 하드웨어적 여건은 상당 부분 갖춰져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방송대를 ‘K-원격평생교육혁신’ 교육 기관으로 지정해 ‘케이-에듀플릭스(K-EduFlix)’ 플랫폼으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이를 방증한다. 케이-에듀플릭스의 최종 목표는 전 국민이 학습할 수 있는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를 하자는 것이다.

방송대에는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교육정보화본부’를 비롯해 원격교육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고 강의 콘텐츠를 제작·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미디어센터’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격교육 모델 개발 및 공유 기능을 수행할 ‘원격교육연구소’와 해외교류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국제협력단’도 갖춰져 있다. 다만 케이-에듀플릭스의 실현을 위해서는 재원 확보 등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케이-에듀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방송대의 우수한 콘텐츠를 개방하고 국내 전 국민은 물론 해외 학습자에게 서비스함으로써 원격평생교육의 공적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정보화본부에서는 홈페이지 운영, 학사관리시스템 운영 및 유지 보수, 이러닝시스템(LMS) 운영, 아이디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학부·대학원·교양과정·비학위과정·후진학·일반인 재직자 과정 등을 대상으로 한 풍부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방송대와 콘텐츠 상호 교류를 희망하는 다른 외부기관들이 꽤 많다. 지난해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장애인복지채널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콘텐츠 협력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유노캠퍼스(U-KNOU CAMPUS)와 통합 학습관리시스템(LMS)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MS로 100%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면서 약 25년 동안 축적된 원격교육 관련 경험은 방송대의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다. 교육정보화본부의 한 관계자는 “타 대학은 보통 LMS 구축 시 패키지 솔루션을 쓰는데 우리 대학은 독자적으로 개발해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편리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방송대의 강점은 엔드유저인 학생들과 교수들의 학습(수업) 관련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 교육, 나노디그리 모델 검토해 봐야”
온라인 교육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온·오프라인 교육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입은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모듈식 강의 설계가 대표적이다. 

윤태범 원격교육연구소 소장방송대 개교 5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장인 윤태범 원격교육연구소 소장(행정학과)은 교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수자의 전공과목 특성을 고려한 ‘하이브리드형’ 교육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윤 단장의 구상이다. 그는 “방송대에는 각 학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많다”며 “나의 경우 공기업 과목을 강의하고 연구한다. 경영학, 회계학, 법학 등의 과목들과 결합한 융합형의 공기업 관련 과목 개발이 가능하며,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듈로 지금보다 더 많은 전공을 쉽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과 간 경계 허물기와 교수의 인식 변화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방송대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A교수는 “막상 다른 대학의 교수가 만든 강의를 쓸 경우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생길 수 있다”며 “좋은 강의가 있다면 자유롭게 공유되고 활용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게 필요하다. 대학의 교육 서비스 방식도 여기에 맞춰 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용 대학원 이러닝학과 교수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나노디그리(nano-degree·단기 교육과정 인증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식의 주기가 짧아져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능력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용 대학원 이러닝학과 교수는 “나노디그리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내용을 반영할 수 있게 운영이 가능하다”며 “이를 도입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보면 학칙이나 제도가 여기에 맞춰 우선적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방송대의 경우 IT 분야 신기술을 다루고 있는 학과나 전공에 우선 적용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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