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사랑하는 학우님께

제주 새별오름에서 아내와 함께

학교를 퇴임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갑니다. 돌이켜 보면 방송대에 재임했던 33년은 제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소중한 날들이었습니다. 학교를 떠날 즈음 중문과 1회 졸업생 여러분이 식사자리를 마련하여 은퇴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분도 있고, 서울시 고위직 공무원이 되어 중국관련 업무를 담당한 분도 있습니다. 또 한 분은 시골 텃밭에서 공들여 수확한 농산물을 매년 종류별로 보내주기도 합니다. 긴 세월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연락을 주는 이 분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제가 제자들에게 베푼 것보다 제자들이 제게 보내주는 사랑이 몇 배나 더 큰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학우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졸업 후 방송대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규일 선생, 중국 사천성의 전통 묘기인 변검을 멋들어지게 연기해내는 김동영 명인,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산동대학 한국어과에서 중국학생들을 가르치는 박애양 교수, 이 밖에도 사회 각처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살아가는 정종용, 정재순, 김용배, 석귀희, 주영월, 최성은, 이종우, 김중숙, 박선영, 성혜숙, 김서운 학우님 등등 …… 이 분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퇴임한 뒤 아내와 함께 서울을 떠나 제주로 이사를 왔습니다. 노후의 휴양을 위해 그리한 것은 아니고, 제가 오랜 동안 섬겨왔던 중국선교단체의 본부가 4년 전 제주도로 이전하였기에 그 뒤를 따라 내려온 것입니다. 그 후 지금까지 미력하지만 제주에서 선교 활동에 참여하며 보람 있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주에는 약 2만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건축노동자, 식당 종업원, 농장일꾼, 유학생, 주재원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합니다. 제주는 1개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이어서 외국인의 왕래가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종종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자가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타국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가는 나그네이기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감사하게도 제주의 한국교회들이 나그네를 영접하고 보호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중국인 나그네들을 위한 예배공동체를 세우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10여 개의 중국인교회가 세워져 마음과 영혼의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모국어로 소통하고 생활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정과 일터에서 시간을 쪼개어가며 면학에 힘쓰는 재학생 여러분에게 힘내시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車到山前必有路’(수레가 산 앞에 막히더라도 반드시 길이 있게 마련이다)라는 중국어 격언이 있습니다. 난관에 부딪칠 때면 이 말을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비록 느릴지언정 한 걸음씩 꾸준히 헤쳐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여러분의 선배들처럼 좋은 결과를 얻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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