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말에서 읽는 한국인의 심층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우리말의 이름말과 풀이말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말을 만들어 쓰는 바탕이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난다. 10회까지 글 싣는 차례① 나와 사람② 몸과 마음과 머리③ 하늘과 바다, 해와 달과 땅④ 이름이란 무엇인가⑤ 물과 불⑥ 바람과 흐름 그리고 풍류(風流)⑦ 벌과 나비, 파리와 잠자리⑧ 물음과 따짐과 풀음, 깨침과 익힘과 배움⑨ 아름과 그위와 아름다움⑩ 느낌과 얼임, 여김과 알음 사람들이 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려면, 먼저 무엇을 가리키는 이름말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풀이말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가리키는 ‘쓸개’라는 이름말과 그것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쓰다’라는 풀이말을 갖게 되면, “쓸개는 쓰다”라고 말할 수 있다. “쓸개는 쓰다”라는 말에서, 무엇을 가리키는 ‘쓸개’와 그것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쓰다’는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이다. ‘쓸개’는 ‘쓰다(쓴 것)’에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이고, ‘쓰다(쓴 것)’는 ‘쓸개’에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이다. 사람들은 ‘쓸개’와 ‘쓰다’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쓰게 되면, 말의 뜻을 또렷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쓰다(쓴 것)’라는 말의 뜻을 가지고서 ‘쓸개’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또렷이 알 수 있고, ‘쓸개’라는 말의 뜻을 가지고서 ‘쓰다(쓴 것)’가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또렷이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들은 말을 만들 때,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쓸개’와 ‘쓰다(쓴 것)’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여러 가지 이름말이나 풀이말을 만들어 쓸 수 있다. 예컨대 사람들은 ‘쓸개’와 ‘쓰다’를 바탕으로 삼아서 ‘쓸개’, ‘쓴 것’, ‘쓴 약’, ‘쓴 소리’, ‘쓰다’, ‘씁쓸하다’, ‘씁쓰레하다’, ‘쌉쌀하다’와 같은 말을 만들어 쓴다.  한국말에서 이름말과 풀이말한국 사람은 “쓸개는 쓰다(쓴 것)”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만들어서, 말의 뜻을 또렷하게 만들고, 말의 차림을 살뜰하게 차리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아왔다. 이런 까닭으로 한국말에는 “다래는 달다(단 것)”, “부들은 부드럽다(부드러운 것)”, “파래는 파랗다(파란 것)”, “토끼는 토끼다(토끼는 것)”, “신을 신다(신는 것)”과 같은 말이 매우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쓸개’와 ‘쓰다’처럼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소리, 빛깔, 모양, 맛깔, 냄새, 닿음 따위를 좇아서 이루어진다.  첫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소리를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사람들은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바탕으로 ‘뻐꾸기’와 ‘뻐꾹뻐꾹’, ‘개구리’와 ‘개굴개굴’과 같은 말을 만들어 쓴다.  둘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빛깔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눈에 보이는 빛깔에 바탕을 둔 ‘파래’와 ‘파랗다’, ‘노루’와 ‘노랗다’와 같은 것이다.   셋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모양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있는 이름말과 풀이말을 만들어 쓴다. 예컨대 눈에 보이는 모양에 바탕을 둔 ‘징거미’와 ‘징그럽다’, ‘구름’과 ‘구르다’와 같은 것이다. 넷째로, 사람들은 어떤 것에서 비롯하는 맛깔을 감으로 삼아서, 서로 뜻을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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