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성의 사유로 읽어낸 역사 속의 여성

왕가리 마타이는 민들레 씨앗이었다. 가볍게 벽을 넘어 자유롭게 날아올라 어디에든 정착해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다. 그녀가 묘목 한 그루를 심을 때마다 독재 정권은 그녀를 해칠 계책을 하나씩 늘려갔다. 마타이는 ‘나무’라는 희망에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걸었다.   “매끈한 미남의 모습을 지닌 용(이리무)에게 반해 친구들의 경고도 듣지 않고 용의 아내가 된 처녀가 있었다. 이 처녀는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도 용이었다. 처녀는 매일 용 부자에게 사람요리를 해 주어야 했다. 처녀에게는 언니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찾아 왔다가 용 부자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하지만 동생은 뱃속에 있던 언니의 쌍둥이 아들들을 숨겨 키운다. 조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처녀는 꾀를 내어 쌍둥이 청년들과 함께 용 부자를 해치우고 탈출한다.” 왕가리 마타이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들었던 키쿠유부족의 구전설화다. 이 이야기를 즐겨 듣던 소녀는 쌍둥이 청년으로 자라 부패와 독재의 용을 해치웠다.  환경운동가가 받은 노벨평화상왕가리 마타이(Wangari Muta Maathai, 1940~2011)는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그녀는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아프리카 여성이며, 케냐 최초의 여성 교수, 동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박사, 마마 미티(나무들의 어머니) 등으로 불린다. 왕가리 마타이는 30년 동안 아프리카에 3천 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그린벨트 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나무와 숲을 지키다가 독재정권의 미움을 받아 여러 번 투옥됐고, 인권운동의 대가로 폭행과 살해의 위협을 받았다. 평생 열심히 나무를 심은 그녀가 어째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을까?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 온 그녀는 성별의 벽, 관습의 벽, 독재의 벽, 부패의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녀는 식물적 삶을 살았다. 왕가리 마타이는 민들레 씨앗이었다. 가볍게 벽을 넘어 자유롭게 날아올라 어디에든 정착하여 자신의 영토로 만들었다. 그녀는 식물의 병법을 몸에 익혔다. 항상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했고 부당한 위협과 폭력을 당할 때마다 자신의 현실을 국내외 언론에 알렸다. 마타이의 부모는 케냐산 자락 키쿠유 부족 출신이었다. 키쿠유 부족은 대대로 산과 나무를 신으로 여겨 숭배하고 경외했다. 케냐산은 풍부한 물의 저장고이며 나무와 각종 동식물들을 품고 있었다. 백인 농장의 운전사로 일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들을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보냈다. 마타이의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마타이를 주저 없이 상급학교에 보내주었다. 마타이는 시대적 행운아였다. 케냐의 독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갈 무렵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케냐 청년들을 위해 대학의 문을 열어 주었다. 마타이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펜실베니아 피츠버그대에서 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는 1966년에 귀국했다.그녀는 나이로비대에서 여성차별의 유리벽을 뛰어넘어 조교로 시작해 시간강사로, 다시 생물학과의 학과장이 된다. 나이로비대 제1호 여성박사로서, 국회의원 남편을 내조하며 아이를 키우며 살던 그녀에게 거센 바람이 몰아닥쳤다. 어느 날 퇴근하고 보니 그녀의 남편 므왕기 마타이가 짐을 챙겨 집을 나가버렸다.그것은 왕가리 마타이라는 민들레 씨앗이 다시금 평온한 가정 울타리 밖으로 날아오르는 계기였다. 국회의원과 대학 교수의 이혼소송은 전 국민의 관심거리가 됐다. 남편 므왕기 마타이는 자신의 부인이 ‘너무 배웠고 너무 성공했고 너무 고집세고 너무 말을 안 들어서’라는 이유로 이혼을 원했다. 가정을 지키려는 마타이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은 불명예스러운 ‘이혼녀’로 전락했다. 민들레 홀씨, 바람 타고 날아오르다 이혼 후 세 아이들을 키우며 사회활동을 하던 마타이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대학 교수직을 내놓았지만 공천을 거부당하고 실업자 신세가 된다. 날아다니던 민들레 씨앗이 콘크리트에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녀는 본격적으로 나무심기 운동에 전념한다. 부패한 독재정권은 공공의 숲을 마음대로 나누어 가지며 사유화해갔다. 숲이 사라지면 물이 오염되고 먹을 것이 사라지고 공기가 나빠진다. 그래서 한 그루의 나무, 한 포기의 풀은 생명이고 생존권이고 인권이다. 나이로비 시내 우후루 공원에 정부가 거대한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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