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왼쪽부터 커피체리, 커피 껍질을 제거하고 있는 발리 탐바탄 농장(Tambakan Farm) 직원, 인도네시아 전통 방식으로 하는 로스팅.

커피의 모든 것은

묘목 키우기부터

토질·지형·기후 이해,

수확-세척-건조-로스팅

커피 추출까지 전 과정을

경험해 보는 데서 우러나온다.

 

내가 처음 원두커피를 접한 것은 1980년대. 인도네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이모부(Robert T Lie)가 가끔 한국에 올 때마다 가져오시거나 항공 화물 편으로 보내오는,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깡마른 콩과 새카맣게 탄 것 같은 가루. 나는 그것들을 어딘가로 배달하는 심부름을 해야 했다. 그 당시에 나는 그것이 원두와 분쇄한 커피라는 것을 몰랐다.

 

심부름의 대가는 너무 달콤했다. 여름 방학이면 저 발리로 날아가 서핑, 스쿠버 다이빙 등등 해양 스포츠에 빠져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이른 새벽부터 잠을 깨우는 이모부와 함께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한없이 달리는가 싶더니, 웬 화산 꼭대기를 지나 정글에 도착했다. 이모부는 그곳에 있는 허름한 집에서 뭔가를 타서 주셨는데, 이것이 내가 생애 처음으로 마신 발리 아라비카 커피였다

 

인도네시아는 전역이 커피 원산지로, 전 세계 4위의 커피 생산지다. ‘커피천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커피는 일반적으로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산도가 비교적 낮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 사향 고양이 배설물로 만드는 코피 루왁(Kopi Luwak)’의 원산지도 인도네시아다. 이 커피는 인도네시아에서조차 일반 커피의 2, 많게는 10배까지 비싸다.

 

어쨌거나 유년기를 커피와 보냈음에도 커피가 내 인생이 될지는 몰랐다. 1990년대 초반 잠시 시애틀에서 유학할 때 접했던 스타벅스가 90년대 말 한국에 들어왔을 때, ‘반갑다정도. 대학 졸업 후 PD로 일하면서 작가나 배우들과 늘 커피숍에서 회의를 하며 한 잔 두 잔 습관적으로 마시던 음료수. 커피는 이렇게 나에게는 그냥 평범한 음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커피에 관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발리, 이태리, 터키 등등 답사를 다니면서 커피를 더욱 알고 싶어졌다. 더군다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커피에 파고들 수 있는 천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이모와 이모부가 있는 발리를 들락거리며 커피 종자부터, 수확, 생두의 건조 발효, 로스팅, 커피 추출까지 닥치는 대로 배웠다.

 

커피가 나무에 달린 열매의 상태를 커피체리라고 부른다. 커피체리에서 과육을 벗겨내고 건조시킨 내과피가 덮인 상태의 생두를 파치먼트라고 한다. 또 이 파치먼트의 내과피를 벗긴 생두를 그린빈이라고 한다. 커피의 맛은 커피체리 그 자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확에서부터 탈피, 건조, 숙성, 선별, 포장, 운반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 K-컬처를 융합해 커피사업을 하고 있다. 커피에 한류를 융합하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 원칙은 우리 직원들뿐만 아니라 커피로 승부를 보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해당된다. 앉아서 커피만 만들어 팔 것이 아니라 근본 있는 커피를 만들라는 것. 그 근본이란, 커피 묘목 키우기부터 토질·지형·기후 이해-수확-세척-건조-로스팅-커피 추출까지 커피의 모든 것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30여 년 전에 처음 만났던 새카맣게 타 보이는 가루의 근본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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