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농장을 방문해
원두를 손으로 만져보고
공장에서 로스팅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프칼 강좌만의
특징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근무하던 글로벌 햄버거 회사에서 카페를 론칭해 우연히 커피 관련 교육을 받게 됐다. 그 후 카페 담당 매니저로 발령받으면서 나는 커피의 매력에 홀딱 빠져버렸다. 온몸을 감싸는 원두의 향이 그 어떤 향수보다 나를 매혹했다. 커피는 때때로 아메리카노의 쌉쌀함으로 나른한 오후를 깨워주었고, 달콤한 마키아토로 기분을 전환시켜줬다.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야 하는 내 일터가 커피와 함께 하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으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되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와 일반인이 좋은 기계로 만드는 커피의 맛이 다르냐고. 물론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기계라 하더라도 아직은 인간의 손맛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같은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 대회에서 매년 스타 바리스타가 배출되는 것이다. 2019년엔 한국인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커피전문점 폴 바셋(Paul Bassett)도 이 대회의 2003년 우승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바리스타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그것은 바로 탬핑(tamping). 탬핑은 분쇄한 원두를 국자 같은 모양의 바스켓에 담아 눌러주는 압력을 의미한다. 이 압력을 위해서는 손목이 아니라 팔의 일정한 각도와 힘을 유지해야 한다. 커피를 추출하는 자세 등을 제외하고도, 원두의 크기, 색깔, 향, 분쇄 정도의 구분, 스팀을 이용해 우유로 밀크 폼을 형성하는 스티밍(steaming)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훈련 그리고 숙련도가 없다면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없다.
커피를 내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서비스 마인드다. ‘고객이 우선, 고객이 법이다’라는 생각은 기본이다. 그러나 나만의 손맛으로 바리스타로서 ‘내’가 내리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을 ‘나의 가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매장을 찾았을 때 그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무언가는 손님들이 커피를 입으로만이 아니라 코와 눈으로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매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시설·설비 등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이 직업은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바리스타는 결국 제조업이면서 동시에 서비스업이다. 고객에게 나의 정성과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현장에서 피교육자에게 커피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그들의 입장에서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예전에 졸업했던 방송대를 다시 찾아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교육은 확고한 지식의 확신과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학습자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방송대에서 배웠다.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여러 자격증 과정을 거쳤고 방송대를 두 번이나 졸업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내 직업적 역량을 펼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번에 프라임칼리지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으로「커피와 삶」강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기쁜 배신감(?)’ 같은 감정을 느꼈다. 바리스타로서 본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커리큘럼은 여느 바리스타과정보다 훌륭해서 ‘역시 나의 모교’라는 기쁜 감정과 ‘이게 왜 지금에서야 생겼지?’하는 배신감!
프라임칼리지 강좌는 총 3부로 나눠지는데, 1부는 온라인 강의다. 강의 커리큘럼은 커피의 역사와 철학 등에 관한 인문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원두의 생태학적 특징, 커피의 화학적 특성에서 건강과의 관련성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적인 내용, 그리고 바리스타가 갖춰야 할 이론적인 지식까지 망라했다. 2부는 제일 중요한 실습 강좌다. 커피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리스타의 숙련도인데, 이것을 직접 실습할 수 있다. 또 매장 회계, 창업 업무, 매장 위생 및 식품관리 같은 현실적인 내용도 실습할 수 있어 바리스타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내가 이 강좌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3부의 발리 농장 체험이다. 커피 농장을
방문해 원두를 손으로 만져보고 공장에서 로스팅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바리스타에겐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몸으로 익힌 지식이라야 커피를 내릴 때 함께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현재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이에게는 역량 강화 수업이 될 것이고,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는 사람에게도 자격증 강좌로 손색이 없다. 사업이나 직업으로 바리스타를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 강의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아는 만큼 향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커피산업 관련 직종
바리스타(Barista)
바리스타는 이탈리아어로 ‘바(bar)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지금은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바리스타는 완벽한 에스프레소 추출뿐만 아니라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모든 과정, 즉 생두부터 로스팅 단계까지의 전반적인 이해, 원두의 종류에 따른 향미·특성·머신 사용법 등에 대한 높은 지식이 요구된다. 또 고객과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고객의 취향과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서비스 정신도 겸비해야 한다.
큐그레이더(Quality Grader)
커피의 품질에 따라 등급을 정하는 사람을 ‘큐그레이더(Q-grader)’라고 한다. 생두부터 로스팅이 끝난 원두까지의 전반적인 일을 총괄한다. 큐그레이더는 생두의 외관을 보고 1차 평가를 거친 후, 로스팅한 콩과 원두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그리고 원두를 분쇄한 뒤 냄새를 맡아 품질을 한 번 더 평가하고, 분쇄된 원두 위에 물을 부어 완성된 한 잔의 커피를 음미하는 과정을 거쳐 커피의 품질을 최종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큐그레이더가 되려면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의 커피품질연구소(CQI: Coffee Quality Institute)에서 출제하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까지 가야 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큐그레이더 시험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시아커피감정평가원과 아시아스페셜티커피감정사학원이 큐그레이더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커피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20개 이상의 영역에 걸쳐 실기와 필기를 치러야 한다. 이 자격은 3년에 한 번씩 재시험을 봐 갱신해야 한다.
로스터(Roaster)
로스터는 아직 가공되지 않은 커피콩인 생두를 원두로 만들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생두를 볶는 일(로스팅)을 하는 사람이다. 커피체리에서 얻어진 생두를 로스팅 없이 그냥 커피로 마시게 된다면 향기로운 커피 향과 다양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없다. 생두 자체로 커피를 즐길 수 없지만 로스팅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비로소 각각의 생두가 가지고 있던 맛과 향이 커피로 나타난다. 로스터의 기술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 관련 직군 중 중요한 직종으로 꼽힌다. 로스터가 되기 위해선 생두의 수확시기, 수분 함량, 조밀도, 종자, 가공방법, 특성 등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져야 한다.
블렌더(Blender)
원두의 맛은 지형과 토질, 기후, 그리고 로스팅 등에 의해 다양하게 결정된다. 그래서 원두를 어떤 비율로 혼합하느냐에 따라 커피의 단맛, 신맛, 바디감, 향미, 후미 등 맛의 스펙트럼이 깊어진다. 블렌더는 원두의 다양한 맛과 특성을 고려해 여러 종류의 원두를 혼합해 맛을 내는 사람이다. 보통 로스팅을 하면서 블렌딩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