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알고 즐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아는 만큼 그 맛은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있어요.” 방송대 생활과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우는 평소에도 입소문난 바리스타를 찾아가 커피를 즐기는 애호가다. 최근에는 중간과제물 제출 마감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와 잠을 쫓으려고 더 자주 커피를 찾는다. 커피마니아인 직장인 A씨도 코로나로 홈카페를 시작하게 됐어요라면서 원두와 기계를 사들이고 책과 유튜브를 보며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왜 커피에 빠졌나?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커피가 어떻게 우리에게 스며들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2면에는 잘나가던 PD를 그만두고 커피 사업에 뛰어든 전범석 코피발리 한국지사장의 사연을 실었다.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 믹스에서 원두, ‘마시기에서 알기로 바뀌고 있다. 이에 3면에서는 현직 바리스타인 최정민 동문으로부터 방송대 프라임칼리지 커피와 삶-바리스타 과정강좌(5월 중 개강 예정)의 특징에 대해 들어봤다.

 

사발로 마시지 않아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인은 1인당 연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132)의 약 2.7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커피전문점의 매출액은 43억 달러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게다가 매해 15만 톤 이상의 커피 원두를 수입하고 있어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단순히 사발로 마시는 것처럼 보인다면 오판. 실상은 그렇지 않다. 커피 소비량이 늘어난 만큼 그 질도 따지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연구원의정기연구보고서(2019)를 보면, 한국의 커피 소비자들은 커피에 대한 자신의 입맛이 점점 고급스럽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집에서도 고급커피를 마시고 싶어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커피 브랜드의 맛을 구분할 수 있으며, 커피 전문점을 선택할 때 커피 맛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집에서도 조제커피인 믹스커피보다 커피머신을 이용해 원두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소비자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문화교양학과에 적을 둔 한 학우는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면서도 7천 원짜리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사 마시는 딸애의 심리를 모르겠다라고 털어놓았다. 요즘 20대 대학생들에게 커피는 포기할 수 없는 기호식품이 됐다. 40대의 직장인 B씨도 커피 한 잔의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만은 따질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들 20~40대의 공통점은 편의점에서 삼김(삼각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해도 후식은 별다방같은 커피 전문점의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커피도 진화한다고?

포기할 수 없는 기호식품, 경제적 가치로만 따질 수 없게 된 커피! 언제부터 커피는 우리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왔을까? 전문가들은 15세기 서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음료로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16세기에 들어서 커피를 대규모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17세기에 이르러 유럽은 본격적으로 커피 무역을 하게 된다. 18세기인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이 터지면서 커피는 드디어 신대륙 미국에 발을 딛게 되고 대중화된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언제 처음에 상륙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그러나 공식문헌상 커피에 관한 최초 기록은 1895년 을미사변 때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마신 커피다. 고종은 우리나라의 커피 애호가 1호라 할 수 있다. 커피는 그 당시 서양에서 들어온 국물이라는 뜻에서 양탕국으로 불렸다. 왕실이나 고급관료 혹은 부호들만 접할 수 있는 음료였다.

 

일제강점기에서는 일본식 다방이 들어서면서 인텔리 계층에서 커피를 주로 소비했으며, 해방이 되고 나서부터는 도시 곳곳에 다방이 생겨나게 돼 일반 서민들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음료로 자리를 잡아가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에 의해 불법으로 제공됐던 커피의 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제커피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믹스커피.

 

믹스커피는 커피 자판기의 등장과 함께 날개가 돋기 시작했다. 이제 커피는 굳이 다방에 가지 않아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음료가 됐다. 지금도 여전히 나른한 오후 당이 떨어졌을 때, 사람들은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으로 활력을 찾곤 한다. 하지만 1987년 커피 수입 빗장이 풀리면서 믹스커피는 이전만큼의 위상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커피3, 프림3, 설탕3의 황금 레시피가 일품이었던 다방커피의 다방은 사라져갔고, 그 자리에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숍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수입 자유화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커피 전문점의 메뉴 앞에 서면 동공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락토프리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부터 원두의 원산지를 따지는 꼼꼼하고 다양해진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커피 메뉴는 진화의 진화를 거듭했다. 이제 커피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르게 되었다.

 

깊은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람들은 커피를 왜 좋아할까? 과학자들은 커피의 성분인 카페인 때문으로 본다. 인간의 신체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아데노신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뇌의 각성 상태를 완화해 잠이 들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데노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물질이 바로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집중력·지구력 등을 높이는 성분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정서적 측면으로 분석한다. “질 좋은 신선한 원두로 갓 내린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순간은 잠시일지라도 정신적 공간을 마련한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데, 황폐해졌던 심리적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독일의 작곡가 바흐는 역사적인 커피 애호가 중 한 명이었다. 커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일종의 커피 찬미곡커피 칸타타(1732년경)를 작곡했다. 이 곡은 커피를 마시던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됐는데,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이를 거부하는 딸 사이의 유쾌한 실랑이를 아름다운 선율로 묘사한다. 프랑스의 문호 볼테르도 헤비 드링킹으로 커피 사랑을 표현했다. 커피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주치의의 경고를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그는 하루에 무려 40잔 가까이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커피공화국이라는 별명처럼 커피 소비량의 규모가 큰 대한민국. 커피공화국에서 진정한 애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록 한 잔이더라도 양질의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다면 더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지금 마시는 커피의 원두가 무슨 종류인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고 즐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아는 만큼 그 맛은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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