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은 그동안 책과 멀어졌던
독자들을 위한 등대와도 같다.
독자는 동네책방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김동네’를 아십니까? 김포에 생긴 동네책방 네트워크의 줄임말이 ‘김동네’다. 일산이든, 분당이든, 평촌이든 신도시란 대개 엇비슷한 모습이지만 김포 신도시에는 고유한 특징이 하나 있다. 다양한 특징을 지닌 동네책방이 여럿 존재한다는 것. 지역에 비슷한 업종이 생겨나면 서로 경쟁 관계가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김포 신도시에 생겨난 동네책방은 좀 다르다. 5년 전 김포에 처음 생겨난 ‘꿈틀책방’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김포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든 동네책방
김포 원도심에 자리잡은 꿈틀책방은 동네책방의 롤모델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책방에서 다양한 모임과 행사가 열렸다. 이숙희 대표는 “책방 매출의 90퍼센트 이상이 책 판매에서 나온다. 동네 손님들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책 모임이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독서 모임 엄마의 서재, 서평 모임, 인문학 강독회, 신간 읽기 모임, 초등동화 읽기 모임, 중학생 독서 토론 모임, 그림책 읽기 모임 등이다. 모임에 필요한 책을 책방에서 사고 그 밖에 선물할 책, 추천받고 싶은 책, 필요한 다른 책을 한꺼번에 주문한다. 책 모임을 통해 꾸준하게 책방에 오는 손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다”라고 말했다. 꿈틀책방이 주도해 만들어진 모임뿐 아니라 단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책 모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내어주었다. 그러다보니 책방 외에 별도의 공간이 절실해서 책방 옆에 ‘꿈틀옆방’을 마련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건 지난 2년 사이 꿈틀책방의 단골손님이었거나 혹은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지역민들이 김포에 동네책방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책 전문이자 어린이 프로그램이 특색 있는 ‘코뿔소 책방’, 술과 책방이 조화로운 ‘술탄스카페’, 테마 색인 노랑만큼 개성 있는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책방 노랑’, 젊은 감성으로 무장한 독립서점 ‘게으른 정원’, 드립 커피가 맛있는 ‘민들레와 달팽이’, 독립출판물과 인문 서적을 구비한 ‘화창한 서점’, 인문학 중심의 ‘책방짙은’까지 앞다투어 책방 문을 열었다.
5년 전 김포에 하나밖에 없던 동네책방이 무려 8개까지 늘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동네책방의 손익 계산은 금방 답이 나온다. 한때의 로망으로 시작하기에는 힘든 일이고 큰돈을 벌기는커녕 최소 운영비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어려운 때인데도 동네책방이 생겨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비록 소수일지언정 책이 필요하고, 책을 중심으로 함께 모여 마음과 생각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에게 동네책방이 필요하다.
‘김동네’를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책방 사이의 네트워크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살아내려면 작은 이해관계에도 철저하게 내 몫을 챙겨야 하는 법이라 배웠기에 김포 동네책방의 네트워크는 신비롭다. 꿈틀책방 이희숙 대표를 중심으로 예비 책방 창업자를 위한 워크숍을 함께 열었고 서로의 빈틈을 메우고 연대하며 삭막한 신도시에 새로운 색깔을 만들고 있다.
책방은 함께 누리는 곳
책은 돈을 내고 구매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책과 책을 다루는 출판이나 서점 같은 일에는 늘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책은 비즈니스이자 문화재로 말하자면 상업적인 성격을 지닌 문화재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 공공적 성격을 지녔다면 책방은 책을 판매하는 곳으로 엄연한 자영업이다. 하지만 독자가 책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서재나 도서관과는 또 다른 상업적 공공성을 지닌다. 구로에 있는 ‘질문 서점 인공위성’ 김영필 대표의 말처럼 “서재는 혼자 누리지만 책방은 함께 누리는 곳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시대를 맞은 오프라인 책방은 지극히 미약한 존재일지언정 더욱 필요한 곳이다.
지역에 동네책방이 생기면 주민들이 찾아와 “책방이 생겨서 참 좋다. 책방을 열어줘서 고맙다” 소리를 한다. 동네에 책방이 생기기 전까지 사람들은 왜 책방이 필요한지 미처 알지 못한다. 책은 생필품이 아니고 없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데 한번 책방을 찾고 나면, 그래서 책을 사서 읽고 나면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진다. 그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만큼 책방에서 삶의 풍요로움을 접한다.
그러므로 동네책방은 책을 팔지만 단지 책을 파는 곳만은 아니다. 비독자를 계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즐겨 책을 읽던 사람들은 자신이 읽어야 할 책, 사야 할 책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동네책방이 아니라도 온라인 서점에서 얼마든 원하는 책을 살 수 있다. 반면 오랫동안 책과 소원하게 지내 온 비독자들은 베스트셀러에 의지하지 않고는 책을 쉽게 고를 수 없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디지털 시대의 독자에게 책방은 안내자이자 동무다.
동네책방은 그동안 책과 멀어졌던 독자들을 위한 등대와도 같다. 동네책방에 가보면 독자를 압도할 만큼 장서량이 많은 게 아니다. 흔히 큐레이션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거쳐 지역 독자들이 원하는 책, 혹은 주인이 골라 추천하고 싶은 책을 보여준다. 동네책방에 간 독자들이 제일 놀라는 건 “이런 책도 있었구나!” 하는 감탄이다. 독자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은 도리어 한정적이다. 반복 진열된 베스트셀러 혹은 마케팅과 홍보에 역점을 둔 책들이다. 그래서 늘 비슷한 책을 읽게 된다. 하지만 동네 책방에 가면 그동안 만나지 못한 책을 발견할 수 있다. 독자는 동네책방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동네책방은 스쳐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만나는 곳이다. 그 중심에 독서 모임이 있다. 책방 중에는 아예 독서 모임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도 있다. 홍대 전철역 근처 ‘북티크’나 경복궁역 인근 ‘서촌그책방’은 독서 모임 전문 책방이다. 혼자 읽을 때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반면 독서 모임에서는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는다. 여기에 묘미가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읽기를 통해 타인의 생각이나 무관심한 영역에 대해 깨닫게 되는 각성이 있다.
동네책방의
독서 모임은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의 시작이라는 순기능을 가진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는 중심에 책방이 있다. 서점이 살아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될 때 우리는 좀 더 좋은 동네, 함께 살기 좋은 마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한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삼일문고 김기중 대표의 말처럼 ‘인생은 아주 먼 길이니 우리는 서로 돌보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꿈은 동네책방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동네책방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공동체가 복원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