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주 출판문화원 편집팀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이 영화의 영어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이 화제에 올랐다. 한국적 유머와 심리묘사를 외국인 심사관들에게 어필하는 데 영어자막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한다.
책 편집을 하는 나에게는 번역 실력보다는, 그의 텍스트 해석력과 그것을 2차 창작물로 번역해 낸 창의성(creativity)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외국인이 모두 그처럼 신박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파켓은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7번을 봤다고 한다. 볼 때마다 그는 새로운 영감을 얻었을 것이고, 그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독자와의 접점 찾기에 나섰을 것이라고, 단행본 편집을 시작했을 때의 경험에 비춰 추측해 본다.
편집자로 일해 보니, 세상은 정말 날것 그대로의 원고로 가득했다.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원고를 읽고 편집안을 끄적거리는 행위를 몇 번 하면 그제야 날것에서 빛이 퍼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그것을 어떤 형태로 빚어서 최대한 많은 독자와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느냐는 편집자의 텍스트 해석력과 창의적인 사고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책 한 권에 쏟은 열정이 인구에 회자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자기만족에 으쓱하면서 다음 책으로 넘어가곤 했다.
방송대에서 교재편집을 시작하면서 우선 그 규모에 놀랐고, 엄청난 양의 책이 단 몇 개월 만에 고정 독자인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시스템에 감탄했다. 이 말인즉슨, 저 위에 언급한 편집자의 역할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데, 그럼 나는 뭘 하란 말이지… 라고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본격 체험 삶의 현장이 시작됐다. 그것도 하루짜리가 아니라 학기별로 4개월 분량의 ‘노동현장’ 말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재의 오류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교재편집 시 저자에게 가장 많이 요청하는 단어는 ‘확인’이다. 수없이 확인하고 검증하고… 여전히 확인해야 할 것들을 뒤로 하고 공급일정에 쫓겨서 ‘강제’마감을 한다. 내 책의 운명을 정오표에 맡긴 채.
수십 권을 짧은 시간 동안 작업해 내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이 지난 후에는 ‘해냈다’보다는 ‘해치웠다’는 감정이 들곤 한다. 책의 오류에 대한 평가는 체계화돼 있지만, 작업물로서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학기에 예정된 교재 개발 관련 전화통화로 대신한다.
그런데, 요즘은 교재가 품고 있는, ‘매체로서의 가능성’이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어떤 책이든, 독자가 외면하면 그 생명은 끝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고정 독자를 품고 있는 방송대 교재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학생들의 교재이용 편의성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집필 경험이 풍부한 학내 저자가 2차적 학습 저작물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방송대 학습방식의 저변확대를 꾀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조금 더 보태, 한국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국가에 이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즉 방송대가 교육의 한류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작년에 일본에서 열린 한일 대학출판부협회 세미나에서 일본의 한 대학출판부 편집장이 대학교재의 새로운 방향성을 책이 가진 세 가지 정체성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보재, 신뢰재, 경험재가 그것인데, 스마트한 세상에서 정보재로서 책의 위치는 불안하지만, 신뢰재와 경험재의 특성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고 대학 교재의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며, 방송대 교재야말로 이에 걸맞은 매체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교재의 가치가 날것 그대로 전달된 후 사라지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은 모두의 몫이다. 교재가 가능성으로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쓰임새 있는 반짝거리는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끔 교재집필 및 편집의 작업환경에 대한 점검 역시 필요할 것이다.
자격과 실력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저자가 쓴 전문적인 정보의 집약체인 방송대 교재를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경험의 극대화를 꾀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 모두가 꾸준히 궁리해 볼 때다.
책 편집을 하는 나에게는 번역 실력보다는, 그의 텍스트 해석력과 그것을 2차 창작물로 번역해 낸 창의성(creativity)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수많은 외국인이 모두 그처럼 신박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파켓은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7번을 봤다고 한다. 볼 때마다 그는 새로운 영감을 얻었을 것이고, 그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독자와의 접점 찾기에 나섰을 것이라고, 단행본 편집을 시작했을 때의 경험에 비춰 추측해 본다.
편집자로 일해 보니, 세상은 정말 날것 그대로의 원고로 가득했다. 종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원고를 읽고 편집안을 끄적거리는 행위를 몇 번 하면 그제야 날것에서 빛이 퍼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그것을 어떤 형태로 빚어서 최대한 많은 독자와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느냐는 편집자의 텍스트 해석력과 창의적인 사고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책 한 권에 쏟은 열정이 인구에 회자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자기만족에 으쓱하면서 다음 책으로 넘어가곤 했다.
방송대에서 교재편집을 시작하면서 우선 그 규모에 놀랐고, 엄청난 양의 책이 단 몇 개월 만에 고정 독자인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시스템에 감탄했다. 이 말인즉슨, 저 위에 언급한 편집자의 역할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데, 그럼 나는 뭘 하란 말이지… 라고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본격 체험 삶의 현장이 시작됐다. 그것도 하루짜리가 아니라 학기별로 4개월 분량의 ‘노동현장’ 말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재의 오류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교재편집 시 저자에게 가장 많이 요청하는 단어는 ‘확인’이다. 수없이 확인하고 검증하고… 여전히 확인해야 할 것들을 뒤로 하고 공급일정에 쫓겨서 ‘강제’마감을 한다. 내 책의 운명을 정오표에 맡긴 채.
수십 권을 짧은 시간 동안 작업해 내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이 지난 후에는 ‘해냈다’보다는 ‘해치웠다’는 감정이 들곤 한다. 책의 오류에 대한 평가는 체계화돼 있지만, 작업물로서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학기에 예정된 교재 개발 관련 전화통화로 대신한다.
그런데, 요즘은 교재가 품고 있는, ‘매체로서의 가능성’이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어떤 책이든, 독자가 외면하면 그 생명은 끝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고정 독자를 품고 있는 방송대 교재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학생들의 교재이용 편의성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집필 경험이 풍부한 학내 저자가 2차적 학습 저작물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방송대 학습방식의 저변확대를 꾀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조금 더 보태, 한국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국가에 이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즉 방송대가 교육의 한류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작년에 일본에서 열린 한일 대학출판부협회 세미나에서 일본의 한 대학출판부 편집장이 대학교재의 새로운 방향성을 책이 가진 세 가지 정체성에서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보재, 신뢰재, 경험재가 그것인데, 스마트한 세상에서 정보재로서 책의 위치는 불안하지만, 신뢰재와 경험재의 특성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고 대학 교재의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며, 방송대 교재야말로 이에 걸맞은 매체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교재의 가치가 날것 그대로 전달된 후 사라지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은 모두의 몫이다. 교재가 가능성으로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쓰임새 있는 반짝거리는 매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끔 교재집필 및 편집의 작업환경에 대한 점검 역시 필요할 것이다.
자격과 실력을 갖춘 신뢰할 수 있는 저자가 쓴 전문적인 정보의 집약체인 방송대 교재를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경험의 극대화를 꾀할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 모두가 꾸준히 궁리해 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