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이 최소투자에
최대효용이라는
천박한 경제원칙에서 벗어나 더 멀리 보게 하고,
논문 중심의 업적평가
제도에서 벗어나서
학자들의 좋은 교재를
적극적으로 평가해주는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교재가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잠시 거슬러 2015년 4월로 가보자. 당시 한 매체에서 대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전공서적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교재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전공서적 이용실태조사 결과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 이들 대학생들은 한 학기에 평균 6.4권의 전공서적을 사고 9만4천원을 교재 값으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들 중 83.5%가 “책값이 비싸다”고 응답했다는 것.
그렇다면 교수들이 생각하는 ‘좋은 교재’는 어떤 것일까.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박현모 교수(정치사상)는 ‘좋은 교재’의 조건을 여섯 가지로 꼽았다. 첫째, 사실 내지 문헌 근거가 있는 내용과, 저자의 의견 내지 해석을 구분한 책. 둘째, 단순 암기를 요하기보다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내릴 수 있는 교재. 셋째, 풍부한 시각자료를 연계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교재. 넷째, 다른 연구자의 검수를 필히 거친 책이어야 할 것. 다섯째, 주요개념을 저자가 정확히 정의하고, 모든 정의가 일관성 있게 책을 관통하고 있는 교재. 여섯째, 최근 이슈까지도 저자의 논리를 덧붙여 잘 정리한 교재여야 한다.
새로운 교재의 출현 조건
문학평론가인 손종업 선문대 교수(국문학)는 좋은 교재의 조건으로 “강의자의 강의내용과, 강의로는 다 전달될 수 없는 부분ㅡ연구자의 자세라든가 열정, 더 많은 전문적인 정보 등ㅡ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좋은 교재일지라도 교재 기피 현상은 피해갈 수 없다고 진단한다. 어째서일까. “책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 교재를 대하는 쌍방의 태도가 모두 강의를 위해 임시로 부설된ㅡ부실한 가교 같은ㅡ걸로 대하고, 실제로도 그러니 서로 떳떳치 못하고, 인터넷 환경 속에서 대체할 다른 텍스트나 방식들이 있다고 믿고 우회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대학 교육이 최소투자에 최대효용이라는 천박한 경제원칙에서 벗어나 더 멀리 보게 하고, 논문 중심의 업적평가 제도에서 벗어나서 학자들의 좋은 교재를 적극적으로 평가해주는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교재가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연도 교수는 “수업진행에 필요한 원문 내용이 적절히 제시되고, 학생들의 실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물음과 과제를 제시한 교재”를 좋은 교재의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교재 기피 현상에 대해 “교육부나 학교 지원을 통해 교재를 염가에 보급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대학 변지원 교수(중어중문학과) 역시 “좋은 교재는 좋은 연구, 좋은 글쓰기가 바탕이 돼야 하고 좋은 강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종이 교재가 주는 ‘신성한 느낌’을 강조한다.
김태성 교수(농학과)는 좋은 교재의 조건으로 “관련된 깊은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에 항상 열려있는 것”을 꼽았다. 김 교수 역시 향후 ebook의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금 파격적인 제안도 있다. 박아르마 건양대 교수(불문학)는 “모든 강의에 교재를 요구하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글쓰기나 실용성이 높은 강좌는 교재가 필요하고 나머지 교과는 교수자가 참고문헌을 제시하고 수업 때 강의자료를 제공하거나 노트를 하게 만드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한다.
교재활용도 높이는 노력도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대학생들은 여전히 종이책 형태의 교재를 보는데, 교재 활용도가 아주 높은 책은 구입하고 참고로 보는 책은 잘 사지 않는다. 대신 도서관에서 대여나 필요한 부분을 촬영해 파일로 보는 경우도 일부 있다. 다만, 교수별로 교재활용, 강의자료 제공, PPT 등 편차는 존재한다. 프랑스 대학가도 교재 복사는 많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수업에 교재 활용도가 높으면 80% 이상은 구입하는 것 같다. 다만 참고문헌 혹은 부교재 형태의 교재는 구입율이 30% 미만으로 짐작한다. 종이책 형태의 교재는 문과보다는 경상, 이공 쪽이 분량이나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는데 아직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 움직임은 없다”라고 말하는 그는 ‘교재 활용도’를 특히 강조했다. 좋은 교재 못지않게,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대효용이라는
천박한 경제원칙에서 벗어나 더 멀리 보게 하고,
논문 중심의 업적평가
제도에서 벗어나서
학자들의 좋은 교재를
적극적으로 평가해주는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교재가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을 잠시 거슬러 2015년 4월로 가보자. 당시 한 매체에서 대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전공서적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교재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전공서적 이용실태조사 결과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 이들 대학생들은 한 학기에 평균 6.4권의 전공서적을 사고 9만4천원을 교재 값으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들 중 83.5%가 “책값이 비싸다”고 응답했다는 것.
그렇다면 교수들이 생각하는 ‘좋은 교재’는 어떤 것일까.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박현모 교수(정치사상)는 ‘좋은 교재’의 조건을 여섯 가지로 꼽았다. 첫째, 사실 내지 문헌 근거가 있는 내용과, 저자의 의견 내지 해석을 구분한 책. 둘째, 단순 암기를 요하기보다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과 비판을 내릴 수 있는 교재. 셋째, 풍부한 시각자료를 연계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교재. 넷째, 다른 연구자의 검수를 필히 거친 책이어야 할 것. 다섯째, 주요개념을 저자가 정확히 정의하고, 모든 정의가 일관성 있게 책을 관통하고 있는 교재. 여섯째, 최근 이슈까지도 저자의 논리를 덧붙여 잘 정리한 교재여야 한다.
새로운 교재의 출현 조건
문학평론가인 손종업 선문대 교수(국문학)는 좋은 교재의 조건으로 “강의자의 강의내용과, 강의로는 다 전달될 수 없는 부분ㅡ연구자의 자세라든가 열정, 더 많은 전문적인 정보 등ㅡ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좋은 교재일지라도 교재 기피 현상은 피해갈 수 없다고 진단한다. 어째서일까. “책 문화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 교재를 대하는 쌍방의 태도가 모두 강의를 위해 임시로 부설된ㅡ부실한 가교 같은ㅡ걸로 대하고, 실제로도 그러니 서로 떳떳치 못하고, 인터넷 환경 속에서 대체할 다른 텍스트나 방식들이 있다고 믿고 우회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대학 교육이 최소투자에 최대효용이라는 천박한 경제원칙에서 벗어나 더 멀리 보게 하고, 논문 중심의 업적평가 제도에서 벗어나서 학자들의 좋은 교재를 적극적으로 평가해주는 방안을 찾는다면” 새로운 교재가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한다.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연도 교수는 “수업진행에 필요한 원문 내용이 적절히 제시되고, 학생들의 실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물음과 과제를 제시한 교재”를 좋은 교재의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교재 기피 현상에 대해 “교육부나 학교 지원을 통해 교재를 염가에 보급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대학 변지원 교수(중어중문학과) 역시 “좋은 교재는 좋은 연구, 좋은 글쓰기가 바탕이 돼야 하고 좋은 강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종이 교재가 주는 ‘신성한 느낌’을 강조한다.
김태성 교수(농학과)는 좋은 교재의 조건으로 “관련된 깊은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에 항상 열려있는 것”을 꼽았다. 김 교수 역시 향후 ebook의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금 파격적인 제안도 있다. 박아르마 건양대 교수(불문학)는 “모든 강의에 교재를 요구하는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글쓰기나 실용성이 높은 강좌는 교재가 필요하고 나머지 교과는 교수자가 참고문헌을 제시하고 수업 때 강의자료를 제공하거나 노트를 하게 만드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한다.
교재활용도 높이는 노력도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대학생들은 여전히 종이책 형태의 교재를 보는데, 교재 활용도가 아주 높은 책은 구입하고 참고로 보는 책은 잘 사지 않는다. 대신 도서관에서 대여나 필요한 부분을 촬영해 파일로 보는 경우도 일부 있다. 다만, 교수별로 교재활용, 강의자료 제공, PPT 등 편차는 존재한다. 프랑스 대학가도 교재 복사는 많이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수업에 교재 활용도가 높으면 80% 이상은 구입하는 것 같다. 다만 참고문헌 혹은 부교재 형태의 교재는 구입율이 30% 미만으로 짐작한다. 종이책 형태의 교재는 문과보다는 경상, 이공 쪽이 분량이나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는데 아직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 움직임은 없다”라고 말하는 그는 ‘교재 활용도’를 특히 강조했다. 좋은 교재 못지않게,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