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말에서 읽는 한국인의 심층

옛말에서는 ‘따지다’라는 말을 찾아볼 수가 없다. 19세기 말부터 사람들이 캐묻는 일에 힘을 쏟게 되면서, ‘따지다’라는 말을 만들어 쓴 것으로 보인다.묻는 일(물음)사람들은 어떤 것을 궁금하게 느끼면, 어떤 것에 대해서 묻는 일로 나아간다. 사람들은 궁금하게 느끼는 것이 많을수록 묻는 일 또한 많아진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 묻는 일은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묻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묻는 일이다. 사람들은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물어서, 어떤 것을 무엇으로 알게 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하는지 묻는 일로 나아간다.  한국말에서 ‘묻다’는 ‘묻다=묻+다’로서, ‘묻’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묻다’에서 ‘묻’은 ‘뭇’, ‘무리’, ‘무릇’, ‘무엇’과 뿌리를 같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서 ‘묻는 일’은 먼저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에서 비롯해서, 다음으로 ‘어떤 것이 무엇인지 무리를 나누어보는 것’을 거쳐서, 끝으로 ‘어떤 것이 어떤 무리와 같은 것인지 알아보는 것’으로서 매듭을 짓는다. ‘묻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묻’과 ‘뭇’, ‘무릇’, ‘무리’, ‘무엇’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말에서 ‘뭇=무+ㅅ’은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하나의 모두로서 싸잡아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 사람은 한자 낱말인 ‘중(衆)’을 ‘뭇 중(衆)’으로 새겨왔는데, 이때 ‘뭇’은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중생(衆生)은 ‘목숨을 가진 모든 사람’ 또는 ‘목숨을 가진 모든 생명’을 하나로 아울러서 일컫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무릇=물+읏’은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하나의 모두로서 싸잡아 일컫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 사람은 한자 낱말인 ‘범(凡)’을 ‘무릇 범(凡)’으로 새겨왔는데, 이때 ‘무릇’은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범인(凡人)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런저런 사람’을 하나로 아울러서 일컫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무리=물+이’는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하나로 아울러서 갈래를 나누는 말이다. 예컨대 한국 사람은 한자 낱말인 ‘류(類)’나 ‘륜(倫)’을 ‘무리 류(類)’, ‘무리 륜(倫)’으로 새겨왔는데, 이때 ‘무리’는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인류(人類)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아울러서, ‘사람’이라는 갈래로서 일컫는 말이다. 한국말에서 ‘무엇=무+엇’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것을 이런저런 무리로 갈래를 나누어 놓는 것들 가운데서, 아직 갈래를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들이 ‘뭇’, ‘무릇’, ‘무리’, ‘무엇’을 바탕으로 삼아서, 무엇에 대해서 ‘묻는 일’은 무엇이 어떤 ‘무리’에 속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 일’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무리’로서, 갈래를 나누는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무엇을 어떤 ‘무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을 어떤 ‘무리’로서 풀어내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이러한 ‘묻는 일’의 결과는 사람이 무엇을 어떤 ‘무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은 ~것이다”라고 일컫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무리’와 같게 여겨서, 무엇을 어떤 ‘무리’로서 알아보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떤 것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무엇을 사슴의 무리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면, “이것은 사슴이다”라고 말한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에 속하는 것’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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