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은
‘폐기물 선적 규정’을 개정했다.
자국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에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제도적 장치다.
이제는 단순 재활용을 넘어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자원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제조 시스템은 물론 소비습관까지
혁신하는 친환경적 사이클인
순환으로 가야 할 때가 아닐까.
오염된 환경은 우리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전염병이 전파되는 원인과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자연의 기본 구성물인 물, 공기, 토지 등의 오염은 바이러스의 창궐을 돕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일상이 깨진 지 2년째. 깨끗한 환경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바이러스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는 중요한 방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우리의 환경을 녹색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현재 심각하게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살펴본다. 2면에서는 전지용 아주자동차대학 교수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친환경성에 대해 들어봤다. 3면에서는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 방송대 환경동아리와 독일 사례를 소개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급증, 어쩔 수 없어?
「코로나 사태와 환경 영향」 보고서(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20)에 따르면, 중국이 매해 내뿜던 탄소배출량이 지난해에는 1/4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제한 조치를 실시하면서 중국의 산업 생산은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및 수질오염에 영향을 끼치던 주된 오염원도 줄어 전에 비해 깨끗해진 공기로 숨 쉴 수 있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좋아진 대기 질은 코로나19가 우리 환경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력도 행사했다. 그것은 바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급증이다. 배달이 폭증하는 만큼 플라스틱 포장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매일 쓰는 일회용 마스크 및 전염 예방을 위한 방역물품 등 의료폐기물의 플라스틱 포장용기 발생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이들 폐플라스틱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오염은 해양, 하천, 토양 등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영원히 끼칠 수 있다. 플라스틱은 분해되기까지 무려 4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플라스틱 일회용품과 포장지가 금방 ‘태산’으로 바뀌는 상황을 두 눈으로 보게 되자 사람들은 ‘플라스틱의 재앙’에 대해 전보다 더 많은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쓰레기에도 ‘환경 정의’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그 많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용기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플라스틱이 눈앞에서 치워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플라스틱은 중국으로 보내지다가, 중국이 폐기물 수입금지를 단행한 이후 동남아시아 국가로 흘러 들어갔다. 동남아 국가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폐플라스틱 쓰레기의 기습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 수입국의 토양과 바다로 흘러든 쓰레기들이 섬을 이루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환경오염 문제는 다시 국제적 문제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유럽연합(EU)은 2020년 12월 ‘폐기물 선적 규정’을 개정했다. 자국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에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제도적 장치다.
개정된 ‘폐기물 선적 규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세계가 ‘자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책임은 자국이 져야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인천시도 ‘쓰레기 독립’을 선언하고 더 이상 수도권의 쓰레기 매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쓰레기는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것이 ‘환경 정의’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전제한 것이다.
이젠, 단순 재활용보다 순환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개개인이 양산할 수밖에 없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개인의 윤리적 책임론으로 환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최소 단위는 개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하자원, 초원, 공기, 해양의 물고기와 같이 공동체 모두가 사용해야 할 자원은 사적 이익을 주장하는 시장 제도의 기능에만 맡겨 두면 어떨까? 해당 세대에서는 이를 남용해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생긴다. 이 현상을 공유지의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 이론이 시사하듯 개인의 의식과 결단에 의해 제도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환경오염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텀블러를 챙겨 다니고, 다 마신 페트병을 깨끗이 헹궈 쌀벌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쌀을 담아 놓는 ‘재활용’ 등도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초록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방법과 상상력은 없을까? 재활용보다는 ‘순환’으로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요즘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스위스 가방 브랜드가 있다. 여기서 만드는 가방은 동물의 가죽이 아니라 트럭 덮개용 비닐,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타이어 등을 주원료로 한다. 환경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사립대 학생은 이 가방을 즐겨 들고 다닌다. 그는 “재활용은 다시 활용한다는 의미다.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것은 좋은 환경운동이지만 소극적인 방법”이라며 “이제는 자원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순환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가방은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버려진 페트병을 이용해 운동복이나 등산복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몇몇 회사에서는 소비자가 들고 가는 용기에 화장품이나 세제 같은 내용물만 팔기 시작했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순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행동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순환이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원의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제조 시스템은 물론 소비습관까지 혁신하는 내용을 포함한 친환경적 사이클을 의미한다. 순환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초록 지구’를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상상하는 첫 번째 관문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