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어린이라는 세계

이야기 속의 캐릭터는 중개된 매체를 통해 상상되고 지각된 환영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교유할 수 없고, 허구적 이야기 세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제한된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 실제 인간 이상으로 강한 존재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상진 방송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 그의 책『캐릭터, 이야기 속의 인간』(에피스테메, 2019)에서 지적한 말이다.
캐릭터는 환영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강한 존재감을 보인다는 그의 말은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시대별 캐릭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를 사로잡은 시대별 캐릭터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들 캐릭터에 담긴 어린이에 관한 인식 양상은 어떠했을까?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인기 ‘애니메이션’에 한정해서 접근한다.
잘 알려져 있듯,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일본과 미국의 OEM시장 진입으로 본격화됐다. 1964년 「황금박쥐」를 필두로 일본 OEM을 시작했으며, 1979년부터는 미국 OEM에도 뛰어들었다.
주요 국내 애니메이션 작품은 1970년대 후반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말은 대중적 캐릭터가 이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보트 태권 브이」(1976)와 「똘이 장군」(1978)이다. 당시 각 학교에서 학생 대상으로 실시했던 태권도 교육과 맞물리면서 ‘태권 브이’의 인기가 높아졌던 것이다. 특히 「똘이 장군」은 김청기 감독이 제작한 반공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의 교육적 효과를 이념적으로 이용한 작품으로 당시 큰 인기몰이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반공 소년 ‘똘이’는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꼬마 어사’, ‘공룡 소년’ 등으로 이념성을 탈피하기 시작한다. 냉전 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린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념적 성향이 강해 비판을 받으면서 변화한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좀더 대중적인 성격의 캐릭터들이 양산되기 시작한다. 주요 작품에는「아기공룡 둘리」(1988),「달려라 하니」(1988) 등을 꼽을 수 있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0년대 말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각종 캐릭터 상품, 극장용 애니메이션 등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국민적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남아 있다. 원작자인 만화가 김수정은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는 아동관에 따라 말썽꾸러기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구상했지만, 당시 만화 속 어린이는 교과서적인 행동만 해야 하고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사전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공룡’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0년대 후반 등장한 ‘하니’는 ‘말광량이 삐삐’나 ‘억척 캔디’처럼 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잘 먹혔던 시대적 아이콘이다. 이진주가 그린 동명의 순정만화를 국내 최초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기획해 큰 인기를 누렸으며, 이듬해에 「천방지축 하니」(1989. KBS)로 이어지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소녀 주인공 하니가 역경을 딛고 육상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에듀테인먼트 성격을 갖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주로 제작됐다. 이 시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는 「뽀롱뽀롱 뽀로로」(2003)를 들 수 있다. ‘뽀로로’는 EBS 방송 당시 평균 시청률을 웃도는 5%를 기록했으며, 출판 및 완구, DVD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오늘날 캐릭터 산업 시장의 밑그림이 그려졌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 82개국에 수출됐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평균 시청점유율 47% 달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뽀롱뽀롱 뽀로로」가 가져온 문화적·교육적 효과도 흥미롭다. 미취학 아동의 생활습관과 사고력 증진을 위한 에피소드를 제공했다는 평에서부터, 교육용 애니메이션이지만 잘 짜인 시나리오와 귀여운 캐릭터, 교육적 효과가 어우러져 어른이 함께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갈채가 이어졌다.
2010년대는 애니메이션 산업계가 정체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2000년대 어린이 교육용 애니메이션의 맥을 잇는 작품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등이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당시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전 세계 40여 개국에 판매되며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암탉과 청둥오리의 인연을 통해 꿈과 희망, 우정과 용기, 모성애를 보여준 점이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EBS가 생산해낸 ‘펭수’가 단연 찐 캐릭터다. 물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건 아니지만, 펭귄을 닮은 이 모습은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울고 웃게 만들고 있다. ‘계몽형 캐릭터’의 모습을 벗고 좀더 친근한 ‘생활 안내자 캐릭터’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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