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철저하게 문과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장교로 복무하면서 여러 사건들을 겪게 됐고, 그 덕분에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전역 후 장교전형을 활용해 취업하는 것을 포기하고 20대의 끝자락에 국비 교육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됐습니다.
몇 차례 탈락의 고통을 겪은 후 운이 좋게도 프로그래머로 취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전공자로서 끊임없는 지식의 결핍을 느끼는 하루가 지속 됐습니다. 같이 일하는 개발자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표현들을 저는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기존의 문과적 사고 방식들로 인해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때 선택한 것이 바로 방송대 컴퓨터과학과로의 편입이었습니다.
등록하고 첫 학기 첫 과제를 할 때부터 상당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어느 강의를 들어도 배경지식이 없으니 모든 것이 새로웠습니다. 출근 전, 퇴근 후, 주말 시간을 쪼개가며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는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장 제 직무에 대해 배우기보다는 이를 감싸고 있는 기반 원리나 지식들을 배우는 시간들로 채워졌습니다. 이 때문에 당장 업무 스킬을 배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많이 들었습니다. 입학 전엔 무시했던 방송대 졸업이 힘들다는 얘기를 그제야 사무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학기를 보내고 제법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게 되자 제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다음 학기에는 배우고 싶은 과목들을 잔뜩 선택했다가 결국 한 과목에서 F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다소간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피하지 않고 과목을 선택한 저를 기특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졸업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통과 함께해야 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비전공자로 태어났고, 걷지도 못해 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고통의 시간도 결국 진주처럼 빛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든 학우 여러분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모두 파이팅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