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 2개 학과를 다니면서 14년을 보냈다. 4년제 국문학과 7년, 3학년에 편입한 문화교양학과 7년, 도합 14년 중 두해 정도 빼곤 모두 등록해 재학생으로 활동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방송대의 여러 학과를 졸업한 듯이 오해를 하신다. 사실 내 주변의 가까운 선배님은 일곱 개 이상의 학과를 2년마다 졸업해 주변을 놀라게도 했지만, 그분과 가깝게 지내며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니 같은 레벨로 생각을 했는지 여러 학과를 졸업했을 것으로 생각들을 하신다.
나의 정규학교 졸업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초등학교 졸업자의 학력으로 세간의 무지 속에 살다가 나이가 들어 40대 중반에 들어서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했고 방송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피땀을 흘려 6년의 정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과, 학원에도 다니지 않고 서점에서 검정고시 문제집만 풀며 6년의 시간을 단축한 나로서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지식의 차이를 보여 입학 초기의 방송대 적응 과정이 어려웠다. 주변 학우들은 쉽게 따라갔지만 나는 학업 포기의 유혹을 수시로 받았다.
첫 출석수업에서 국문학과 교수님은 학생들과의 면담 시간에 “배움이란 흐르는 물과 같아 아무리 깨끗한 수돗물이 흐른다 해도, 물이 지나간 자리엔 알게 모르게 물이끼가 끼게 된다. 보이진 않더라도 만져보면 미끈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학문은 쌓여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이 들어서 오랜만에 하는 공부가 지금 당장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학문이니 어렵더라도 계속 다니다 보면 원하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행히 대학교에 입학하며 처음 시작한 봉사 활동에서 방송대 학생회의 역할을 알게 됐다. 1학년에 입학해 하늘 같이 느껴지던 4학년 선배님들의 학습요령을 배워야 했고, 스터디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선배님들을 모시고 교과서 위주의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학생회 활동이 체질에 맞았는지 학과대표에 학과 부회장과 회장을 순서대로 밟으면서도 학생회 문체부장, 내무부회장, 나중엔 성남시학습관 총학생회장까지 지내며 학교생활을 나름 보람 있게 보냈다.
내 삶의 일부인 학교 공부에 있어 인성을 자극하고 영향을 주는 교수님이 많다. 교수님들은 심오한 지식으로 학생을 사로잡으면서, 방송대에 잔디처럼 포근히 깔려 있어 학생들의 발판이 되어 주시곤 한다. 지난 14년 동안에 한두 해, 휴학만 빼곤 대부분 재학생의 입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교수님들과 자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커다란 복이었다. 
배움이 몰랐던 것을 깨달아가며 숙지하며 익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에게 영향을 준 모든 것이 스승일 것이다. 교수님들은 학문의 전문가로서, 다양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지식의 정보 속에 옥석을 가려주시고 길을 터주시는 나침판이다. 공부하다 보면 어렵거나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처음 입학해 출석수업에서 들은 교수님의 말씀이 지금도 어려운 고비가 나타날 때마다 생각이 난다. 14년의 세월 속에 두 개 학과의 졸업도 나에겐 커다란 선물이었다. 즐거운 고민이 생겼다. 졸업하면 어느 학과로 입학해 새로운 경험을 하지? 7년 더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