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세계의 문고본]


과거 대학출판부가 앞다퉈 ‘문고본’을 내던 시절이 있었다. 시내 대형 서점마다 어김없이 대학출판부 코너를 비치했고, 그 중심에 이들이 출판한 ‘문고본’이 서 있었다. 이제 이런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국 출판문화사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 출판문화원은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2008년 ‘아로리 총서’를 기획하면서 문고판 교양서 발굴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휴대폰이 말하다』,『교육의 상상력』 등 지금까지 22종을 내놨다. 200자 원고지 500매 분량으로 역사문화, 철학, 교육, 정치경제, 문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지(知)의 경계로 가는 길을, 특히 학생들에게 제시하겠다는 기획이다. 현재 대학출판부 문고본으로서는 유일하다.
사실 대학출판부의 문고본은 여느 문고본들과 같이 1970~198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다가 함께 쇠퇴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 출판문화원은 어째서 2008년에 출사표를 던졌을까. 2007년에 마련한 ‘열린 대학 열린 지식 문고(가칭) 출판계획’을 보면, 이 비장한 출사의 두 가지 목적이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첫째,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교양인에게 필요한 기초 지식을 지속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한다. 둘째, 지식을 체계화·네트워크화하고 융합할 수 있는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책으로 출판한다. 전자는 방송대를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의 교양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후자는 방송대의 두뇌 네트워크인 교수진을 활용한다는 것을 각각 의미한다. 한 마디로 ‘방송대’의 특성을 십분 발휘한 접근이다.
원래 계획은, 추후 필요에 따라 섹션을 확장하기로 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 교육과 미래, 문화와 트렌드, 삶과 철학, 소통과 글쓰기, 정치와 경제, 문학과 예술, 과학과 생활 등 여섯 가지 섹션에서 100종을 출간하겠다는 것이었다. 2019년 현재까지 22종을 내놓았으니, ‘아로리총서’는 현재진행형 프로젝트인 셈이다.
‘아로리총서’는 애초부터 일반 문고본과 달리 변형국판(129×204㎜)을 채택했다. 민음사의 ‘쏜살문고’가 113×188㎜인 것을 보더라도 사이즈를 조금 키웠다는 걸 알 수 있다. 출판문화원측은 “손가방에 들어가는 크기, 재킷 주머니에 넣었을 때 책 윗부분이 노출돼 애서가(愛書家)라는 게 자연스레 드러날 수 있도록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200자 원고지 500매 내외라 대개 160쪽에서 200쪽 정도 분량이다.
특히 ‘아로리총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의 다리: 사랑을 잇고 사람을 잇다』(손종흠 지음, 276쪽, 5,900원)와 『교양이란 무엇인가』(동경대교양학부 지음, 노기영 외 옮김, 200쪽, 5,900원)다. ‘우리 역사와 문화’ 섹션의 첫 책인 『한국의 다리』는 부제가 ‘사랑을 잇고 사람을 잇다’인데, 이는 다분히 중의적으로 읽힌다. 요컨대, ‘아로리총서’는 ‘한국의 다리’처럼 사랑을 잇고 사람을 잇겠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삶과 철학’ 섹션의 첫 책인 『교양이란 무엇인가』는 ‘교양’의 확대를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대개 ‘~란 무엇인가’는 매우 본질적이고 확고한 질문 양식이다.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라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서양 철학의 진화에 기여했듯 말이다. 이것은 삶의 의미, 세계의 기원, 역사의 진보 등과 관련해서 만나게 되는 중요한 질문형태이기도 하다. 비록 일본 도쿄대의 책이지만, 『교양이란 무엇인가』는 ‘아로리총서’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깃발 같은 책이다. 그것은 ‘다리’처럼 종합과 전체를 지향하는 지식(Knowledge)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 대학 출판문화원은 올해부터 아로리총서의 꾸준한 발행을 목표로 새로운 출간을 준비 중이다. 또한 참신한 원고를 확보하기 위해 제5회 ‘방송대 출판문화원 도서원고 공모’에 처음으로 아로리총서 분야를 신설하기도 했다. 스물세번째 ‘아로리총서’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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