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구독경제’ 시대, 당신의 장바구니는?

뜨거운 여름이 곧 다가온다. 한 제과업체에서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해당 구독 서비스는 한 달에 한번,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받아볼 수 있는 새로운 판매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구독경제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공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공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구독경제에서 드러난 소비자들의 특성은 오랜 세월 지속돼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 쇼핑이 발달한 최근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형서점을 방문한다. 책을 구경하다가 한참을 독서하고 다른 책을 집어들고 살펴보거나, 꽤 오랜 시간 동안 읽어 본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책을 통째로 읽지 않는다. 도서관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 책 저 책 필요한 부분들만 골라 읽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었다. 영화조차도 이 영화 저 영화의 특정한 장면들만 골라서 볼 때도 많다.

가속화된 구독경제, 그 원동력은?
세상 사람들이 이 영화 또는 이 음악을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별로다. 세상 사람들이 그저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엄청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경험이 자주 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양하게 분화되는 중이다. 경험과 취향을 중시하는 개인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변화의 원동력은 급격한 기술 변화와 플랫폼 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용 기계의 시대에는 공장에서 대중(mass)을 겨냥해 표준화된 생산품을 저렴한 생산비로 대량생산하고, 매스미디어 광고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기업과 시장의 주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확산된 정보화 혁명을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달라졌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온라인으로 실시간 확인하면서 소비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거나 상품과 기업에 대한 평판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기업들의 시장 활동 목표가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에 머물 수 없었다. 스마트한 기술로 무장하고 사회적 연결망으로 이어진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사회와 세계에 기여하는 미션과 가치를 보여줘야 했다. 소비자들은 소유에서 경험으로 달라진 소비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 소비자들은 소유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형태를 선호했다. 지속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구독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개인화, 맞춤화, 큐레이션 추천
새로운 소비자들은 단순하게 상품 구매보다는 구매 과정과 사용 후 느낌 등을 서사화 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고받는다. 소유보다는 경험과 현실적 편리함을 추구한다. 글로벌 플랫폼과 스타트업들이 뛰어들면서 구독경제는 진화를 거듭했고, 구독 서비스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일정한 기간, 일정한 금액을 결제해 상품과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배달하는 정기구독 비즈니스가 품목을 바꿔가며 사용하는 대여 모델 등으로 다양화됐다. 이 변화는 정보·기술과 개인 맞춤 서비스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스타트업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구독경제 비즈니스와 상품들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개인화와 맞춤화, 그리고 큐레이션 추천에 있다.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해 판매하려는 공급자의 의지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와 취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작성하고 여기에서 활동한 빅데이터를 모은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정보와 취향을 수집해 광고 비즈니스를 작동시키고 분석한 정보와 취향에 맞게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배달한다. 이 체계를 놀라울 정도로 발전시킨 요소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과 사회적 연결망 인프라다.

참여의 시대 이끈 기술 대중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은 개인이나 집단, 커뮤니티들을 연결하며 상호작용하는 활동을 간편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이 편리해지면서 수많은 정보와 소스들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기술의 대중화는 참여의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은 뉴스와 아이디어, 오락, 콘텐츠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창조하기도 한다. 매스미디어 광고를 통해 상품을 인지하고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참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창작자들이기도 한 셈이다.

이제는 단순 소비자가 아닌 경영 파트너의 시대가 열렸다. 참여의 시대에 사용자들은 구독경제 기반의 개인 맞춤형 추천에 따라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 창작자로 진화해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 커뮤니티를 이끌기 시작했고, 유튜브 같은 플랫폼과 구독 서비스 상품을 제공하는 광고 파트너로서 활동한다. 넷플릭스는 배급사와 극장의 시스템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전통적 영화 유통 시스템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수많은 인디 영화 제작자들을 성장시켜 세계무대에 데뷔시키고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서 케이컬쳐 영화가 급성장한 배경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도 ‘구독형’으로
구독경제의 급부상에는 크라우드펀딩도 한몫하고 있다. 경영의 혁신 사례로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대중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들 수 있다. 벤처기업, 문화예술단체, 영화인, 창작자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은 소비자, 사용자, 커뮤니티, 기업 등이 기업 활동, 공연과 영화 제작, 콘텐츠 창작을 후원하는 개방적 방식이다. 집합적이며 공개적인 참여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동력이 되고 있다.

경기도 정보화위원회와 빅데이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광고는 어떻게 세상을 유혹하는가』, 『4차 산업혁명 상식사전』 등이 있다.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hobbits84)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지식 나눔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며 페이스북, 트위터, 소셜미디어를 홍보와 네트워크 확산을 위한 채널로 사용한다. 더 많은 창작자와 후원자, 이용자들이 연결되고 질문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 기획과 계획에 대한 집단적 판단이 이뤄진다. 펀딩 참여자에게는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수익 등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크라우드펀딩은  화폐와 재화·서비스를 교환하는 상업경제와는 대비되는 사회적 관계의 조합이면서, 동시에 자본과 재화·서비스가 거래되는 공유경제 또는 공동경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례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주제를 지니고 활동하는 독립잡지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구독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국내의 텀블벅(tumblbug.com) 같은 플랫폼에서 구독료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독경제는 소유가 아닌 사용을 통해 가치를 경험하는 체계이며 공동의 투자와 생산, 그리고 생산 시스템과 상품의 공동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공유경제의 한 유형이다. 구독경제에서 진화하는 시장과 소비자의 미래는 어디에까지 이를까. 그 길을 찾는 일은 공유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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