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과 좋아요 꾸욱 눌러주세요!” 유튜브 전성시대에 자주 듣는 말이다. 유튜브 밖으로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구독해달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접한다. 셔츠와 양말 등 생활소비재부터 심지어 고가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구독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과거에 신문, 잡지, 우유로 대표되던 정기구독 서비스가 최근 들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구독경제’라는 용어로 일상 속 깊이 파고들었다. 소유보다 효용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함께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발달에 힘입어 미래경제를 이끌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구독경제의 개념과 성장요인, 사례와 유형, 개인 소비 패턴의 변화 양상과 의미 등을 짚었다. 2면은 구독경제 시대에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 소비자의 진화, 구독경제의 전망 등에 관한 전문가의 분석을 실었다. 3면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방송대 재학생들 가운데 다양한 연령층의 샐러던트를 만나 이러한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와 경험 사례, 유의점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큐레이션’과 ‘온디맨드’
사실 구독경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예전부터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우유와 야쿠르트 등을 신청해 소비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구독경제는 전통적인 렌탈 서비스와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용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는 미국의 결제 정산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주오라(Zuora)’의 창립자 티엔 추오(Tien Tzuo)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기존 방식인 제품 판매와 달리 서비스를 통해 반복적 매출을 창출할 수 있게 고객을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전환하는 산업 환경을 정의했다. 그는 자사 기업의 핵심 가치를 파악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돼 있는 경영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에서 렌탈 서비스와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큐레이션(curation)’과 ‘온디맨드(on-demand)’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첫째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취향과 관심사를 분석해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서비스) 추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둘째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즉각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빅테크 기업 등 구독 서비스 공급자는 플랫폼을 활용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구독 ‘영토 확장’ 나선 기업들
불과 몇 년 사이 구독 서비스는 모든 산업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는 모양새다. 구독 대상이나 서비스 제공 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유료 콘텐츠 시장에서 자리잡은 구독 형태를 살펴보자. 뉴스, 영상, 음원, 전자책 등 엔터테인먼트와 지식형 콘텐츠 산업에서 구독 모델이 꾸준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구독경제의 대명사로 꼽히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2억7천만 명(올 3월 기준)에 달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월 이용자 수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1천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북저널리즘, 퍼블리, 폴인, 셜록 등 지식 콘텐츠 기반의 멤버십 서비스도 규모 있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며 비즈니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연대 북저널리즘 대표는 “지식·정보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북저널리즘이 발행한 모든 책과 뉴스, 오디오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며 “2017년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료 구독 모델인 <저널(Journal)>을 7월부터 출시한다. 이는 저널리스트를 위한 디지털 퍼블리싱 플랫폼인데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문화 등 특정 분야의 전문 필자가 저널 작가로 활동하며 아티클을 자유롭게 발행하고,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저널은 광고 없이 북저널리즘의 유료 구독 모델과 통합 운영된다”라고 설명했다.
특정한 분야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월 정액 판매 서비스 모델에 공을 들이는 기업도 있다. 이는 관심 있는 소비자와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른바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특정한 카테고리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자상거래 유통)로 불린다.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면도기업이나 MZ세대의 명품소비 트렌드를 공략해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업도 눈에 띈다.
유통사들이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점도 주목된다. 이를 위해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선택해 주문하는 서비스,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이용자가 구매한 제품을 유지 관리해주는 서비스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구독경제를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은 소비 트렌드가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객 만족도 떨어지면 언제든 이탈 가능
이와 같이 기업들이 구독경제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독경제에서 찾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 저자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센터장은 “극심한 저상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효용성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따질 뿐만 아니라 나만을 위한 서비스(경험)나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상품을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보다는 경험과 대여,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 공간, 지출 가능한 비용 등을 다각도로 따져가며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양면성도 같이 나타난다. 편리함과 절약을 추구하는 ‘알뜰 소비’를 지향하다가도,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면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가치 소비’를 추구한다.
한편, 기업들이 구독경제에 관심을 쏟는 또 다른 이유로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익이 확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를 가리켜 ‘락인(lock in·자물쇠) 효과’라는 표현을 쓴다. 가입자들이 한번 자동납부를 등록하면 결제 방식과 수단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이는 고객들이 경쟁사로 이탈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효과가 매우 크다.
특히 콘텐츠 기반의 구독경제는 초기 개발 비용을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늘어나더라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구독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순이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고객은 해당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순식간에 구독자를 끌어 모을 수 있지만 그만큼 빨리 인기가 식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월 정기구독 서비스를 몇 개월 이용하다 해지한 대학생 김승연 씨(상명대 행정학부 1학년)도 기업과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신규 구독자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정작 장기 구독자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를 고려한다면 신선하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에 대한 매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엉뚱한 상상력을 접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창작자 중심의 구독 콘텐츠 시장 열리나
너도나도 뛰어드는 구독경제 시장. 구독경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삼정KPMG가 발간한 보고서 「디지털 구독경제 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2021년 5월)에 따르면 구독경제 관련 기업에 투자금이 10년간 3.6배로 증가한 93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콘텐츠 시장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미국의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Substack)의 경우 구독료의 90퍼센트를 창작자에게 지급하며 기성 언론과 출판은 물론,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료 콘텐츠 시장에서 창작자 중심의 구독경제를 설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 플랫폼 기업이 콘텐츠 유료 구독에 뛰어들면서 온라인 구독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베타 출시된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에는 현재 20여 개의 창작자 및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측은 “창작자가 콘텐츠 제작부터 발행, 데이터 분석까지 주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1인 콘텐츠 창작자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들이 생기면서 각 분야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다만 콘텐츠 창작자를 위해 브랜딩 지원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에서 1인(웹진 〈아는사람〉)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소리 씨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했다. 독자 접근성, 콘텐츠의 차별성이 중요해졌다”며 “유료 구독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 등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소유의 종말』에서 주장한 대로, 소유 방식에 일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미래사회는 개인이 재화를 직접 소유하는 대신 대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그의 예견이 어느덧 현실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혁신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구독경제에 올라타려는 기업과 소비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구독경제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