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놀이하며 성장해 여행 통해 ‘받아들이는 법 배워’
여행자 시선으로 일상을 살면 “매일이 발견과 탐구의 대상”
여가를 두려워하지 마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이 말을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대부분 세대는 ‘노동’을 미덕이라 여기며 자랐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게으름 자체를 나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이 현대 사회에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며 ‘우리는 즐거움의 향유나 소박한 행복에는 별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이 교육을 통해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안목을 제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요한 하위징어(Huizinga)는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언급하며 인간의 문명이 놀이 속에서, 그리고 놀이로서 생겨나고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삶에 있어 게으름이나 휴식과 같은 여가는 꼭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노동을 위한 휴식이나 재충전을 위해 즐기는 여가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가와 놀이는 죄가 없다
산업화를 거치며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4차 산업혁명 이후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마저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러셀의 말처럼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여가를 ‘남는 시간’으로 여기며 죄책감을 갖거나 불안해하기보다, ‘자유의 시간’으로 여기고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을 탐구해야 한다. 한편 동양과 서양이 여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여가(餘暇)’는 한자 풀이 그대로 남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반면, 여가의 영어식 표현은 ‘free time’으로 보다 적극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행은 인기 있는 여가이자 놀이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으며,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이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고 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목적, 취향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여행은 인간의 생각, 태도를 바꾸기도 하고 삶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떠오르는 여행 트렌드
시대에 따라 여행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패키지, 단체 여행 중심에서 자유여행, 혼자여행, 미니 휴가처럼 자신의 기호에 맞는 방법으로 하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이국적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다면, 이젠 휴식과 즐거움 추구는 물론 새로운 배움, 정신적 치유,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혼여 “혼자 하는 여행이 즐겁다”=‘혼족문화’는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 이미 2017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2018년도 소비 트렌드 키워드 10가지 중 하나로 혼족을 선정했다.
임나리 씨는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어 부분적으로 함께 동행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사색할 여유도 있어 혼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은발의 배낭여행자 ‘시니어 노마드’=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 시기를 맞으며 소득보다 즐거움과 재미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통계청 연령별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5월 60대 이상 해외 출입국자는 150만여 명으로 해마다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노년층이 선호하는 여가활동으로 관광과 여행이 2순위를 차지했다.
사실 은퇴 후 여행이라 하면 ‘크루즈(유람선) 여행’ 같은 화려한 여행을 떠올리지만, 노년 배낭여행도 흔히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시니어 노마드 즉, ‘은퇴 이민자’라 불리는 신종 여행자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은퇴 후 최소한의 재산 외에 모두를 처분해 자유롭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삶을 체험하고 여행한다.
◇테마 여행…요가, 미식, 디지털 디톡스=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으로 분한 줄리아 로버츠가 여행지인 발리 우붓에서 요가와 명상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동남아 여행 중 요가를 배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 또 하나가 ‘음식’이다. 여행에서 재래시장 코스는 필수로 여겨지고 있으며, ‘먹킷 리스트’ ‘쿠킹 클래스’ 등 그 나라의 음식 문화 체험 역시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회사원 김한준 씨는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해외 재래시장을 투어하며 현지 식재료를 구입하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해 그곳에서 함께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이 밖에 여행 기간 중 디지털 기기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 ‘액티비티’ ‘템플 스테이’ ‘한 달 살기’ 등 여행자 개개인 입맛을 충족시키는 여행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행은 받아들이는 방식 배우는 것
여행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마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여행을 좀 다녔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각자가 간직한 에피소드 한 편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숙취로 새벽 비행기를 놓쳤다거나, 해외여행 도중 소매치기를 당하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착오로 예약일 잘못 잡았다거나, 공항에서 불법체류자로 오인 받아 심사국에 끌려갔던 일 등등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사건은 좋았던 일들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되는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계획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해도 수긍하는 법은 배운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난 시점부터 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지 모른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디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여행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지구별 여행자’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이란 말이 있듯, 여행자의 시선에서 삶을 살아간다면 인생은 흥미로움 그 자체며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삶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날로 채울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탐구하는 나날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조금은 더 자유로우며 즐겁고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여행자 시선으로 일상을 살면 “매일이 발견과 탐구의 대상”
여가를 두려워하지 마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이 말을 듣지 않고 자란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대부분 세대는 ‘노동’을 미덕이라 여기며 자랐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게으름 자체를 나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이 현대 사회에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며 ‘우리는 즐거움의 향유나 소박한 행복에는 별 중요성을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이 교육을 통해 여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안목을 제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요한 하위징어(Huizinga)는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언급하며 인간의 문명이 놀이 속에서, 그리고 놀이로서 생겨나고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삶에 있어 게으름이나 휴식과 같은 여가는 꼭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노동을 위한 휴식이나 재충전을 위해 즐기는 여가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가와 놀이는 죄가 없다
산업화를 거치며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4차 산업혁명 이후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마저 대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러셀의 말처럼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여가를 ‘남는 시간’으로 여기며 죄책감을 갖거나 불안해하기보다, ‘자유의 시간’으로 여기고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을 탐구해야 한다. 한편 동양과 서양이 여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여가(餘暇)’는 한자 풀이 그대로 남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반면, 여가의 영어식 표현은 ‘free time’으로 보다 적극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행은 인기 있는 여가이자 놀이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으며,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왔고, 그런 본능이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고 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목적, 취향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여행은 인간의 생각, 태도를 바꾸기도 하고 삶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떠오르는 여행 트렌드
시대에 따라 여행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패키지, 단체 여행 중심에서 자유여행, 혼자여행, 미니 휴가처럼 자신의 기호에 맞는 방법으로 하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이국적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다면, 이젠 휴식과 즐거움 추구는 물론 새로운 배움, 정신적 치유,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혼여 “혼자 하는 여행이 즐겁다”=‘혼족문화’는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 이미 2017년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2018년도 소비 트렌드 키워드 10가지 중 하나로 혼족을 선정했다.
임나리 씨는 “현지에서 친구를 사귀어 부분적으로 함께 동행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사색할 여유도 있어 혼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은발의 배낭여행자 ‘시니어 노마드’=최근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 시기를 맞으며 소득보다 즐거움과 재미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통계청 연령별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5월 60대 이상 해외 출입국자는 150만여 명으로 해마다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노년층이 선호하는 여가활동으로 관광과 여행이 2순위를 차지했다.
사실 은퇴 후 여행이라 하면 ‘크루즈(유람선) 여행’ 같은 화려한 여행을 떠올리지만, 노년 배낭여행도 흔히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시니어 노마드 즉, ‘은퇴 이민자’라 불리는 신종 여행자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은퇴 후 최소한의 재산 외에 모두를 처분해 자유롭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삶을 체험하고 여행한다.
◇테마 여행…요가, 미식, 디지털 디톡스=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으로 분한 줄리아 로버츠가 여행지인 발리 우붓에서 요가와 명상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동남아 여행 중 요가를 배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 또 하나가 ‘음식’이다. 여행에서 재래시장 코스는 필수로 여겨지고 있으며, ‘먹킷 리스트’ ‘쿠킹 클래스’ 등 그 나라의 음식 문화 체험 역시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회사원 김한준 씨는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해외 재래시장을 투어하며 현지 식재료를 구입하고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해 그곳에서 함께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이 밖에 여행 기간 중 디지털 기기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 ‘액티비티’ ‘템플 스테이’ ‘한 달 살기’ 등 여행자 개개인 입맛을 충족시키는 여행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행은 받아들이는 방식 배우는 것
여행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마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여행을 좀 다녔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각자가 간직한 에피소드 한 편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숙취로 새벽 비행기를 놓쳤다거나, 해외여행 도중 소매치기를 당하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착오로 예약일 잘못 잡았다거나, 공항에서 불법체류자로 오인 받아 심사국에 끌려갔던 일 등등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사건은 좋았던 일들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되는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계획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해도 수긍하는 법은 배운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난 시점부터 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지 모른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디고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여행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지구별 여행자’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이란 말이 있듯, 여행자의 시선에서 삶을 살아간다면 인생은 흥미로움 그 자체며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가 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삶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날로 채울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탐구하는 나날로 만들어 가려는 노력을 한다면 조금은 더 자유로우며 즐겁고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