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AI 시대의 생각법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1863년, 100년 뒤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상상한 『20세기 파리』를 썼다. 출판계조차 이 소설의 허무맹랑한 내용을 감당할 수 없어 출판을 보류할 정도였다. 휴대폰, 텔레비전, 에어컨, 유리로 만든 고층 빌딩, 엘리베이터, 컴퓨터와 인터넷, 국제금융시스템까지 예언했다.
미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의 서사는 보다 직접적이다. 상상력, 그리고 묘사와 표현에서도 그 한계 장벽이 녹아내리고 있다. 차용하는 소재들도 시대 변화와 함께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는 주로 SF류로 관객을 찾아왔지만, 이제는 SF라고 딱히 꼬리표를 붙이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는 시대가 됐다.

 

1960년대의 영화적 상상력과 HAL9000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내놓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공지능 영화를 말할 때 언제나 맨 앞에 놓이는 작품이다. ‘기념비적인 SF 우주 영화’로 꼽히고 있다.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 안에는 선장 ‘보먼’과 승무원 ‘풀’, 우주선의 시스템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 9000)’이 타고 있다. 평화롭던 우주선은 ‘할’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위기를 맞는다. 재밌는 것은, 이 영화가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 승무원의 입술 움직임을 포착해 대화 내용을 엿듣고, 생각하기까지는 하는 인공지능을 그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968년 우주선 시스템의 일부였던 인공지능은 이제 활보하고 지각하는 AI로 진화한다. 1999년 「매트릭스」(감독 워쇼스키 형제)는 인간을 자원화한 인공지능 시스템 세계의 비극적 진실을 묘사했다. 다만, 인간이 고안한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보다 고등한 기계의 억압을 다뤘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색깔이 구별된다. 같은 해 개봉된 「바이센테니얼 맨」(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은 인간 외부가 아니라 인간이 고안한 인공지능 로봇을 제시한다. 로봇 앤드류는 예술적 재능까지 갖추고 있는데, 그는 점차 인간의 감정을 동경하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에이 아이(A.I)」(2001)에서는 더욱 진화한 인공지능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영화는 1969년 발표된 브라이언 올디스의 단편소설(「Super Toys Last All Summer Long」)을 원작으로 삼았다. 사실 1983년 스탠리 큐브릭이 구상한 미완의 프로젝트였지만, 그가 영화 제작 직전에 사망함으로써 스필버그의 차지가 된 작품이다.

 


지구가 물에 잠긴 먼 미래를 배경으로, 감정을 가진 소년 로봇 데이비드가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모험이 주 내용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감정을 지닌’ 로봇이란 점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 만들어낸 ‘할’이 서서히 느낌을 갖게 됐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바이센테니얼 맨」의 가사 로봇 앤드류가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 것을 기억한다면, 감정을 지닌 로봇 묘사는 이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됐는지도 모른다. 물론 영화의 한 축은 동화, 즉 잃어버린 엄마의 사랑을 되찾는 여행 서사다.

 

'로봇 3원칙', 강한 인공지능은 인류를 파멸시킬까?
인공지능 서사에서 중요한 ‘기계의 법칙’도 이 시기에 제시됐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단편소설 모음집 『나는 로봇』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이, 로봇」(2004)이 가지는 의미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인 2035년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다. 이 3원칙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상상의 산물로만 이해하기엔 너무나 논리적이다. 법칙 1, 로봇은 인간을 다치게 해선 안 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이 다치도록 방관해서도 안 된다. 법칙 2, 법칙 1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법칙 3, 법칙 1, 2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한다.
이 법칙의 결론은? 김대식 카이스트 전자공학부 교수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김대식의 인간vs기계: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동아시아, 2016)에서 “강한 인공지능은 공리적인 입장에서,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를 전체로 볼 때 더 낫다고 결론 내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써서 당시 화제가 됐다. 「아이, 로봇」에 그려진 로봇 3원칙은 음미할수록 흥미로운 메시지다. 
강한 인공지능은 ‘강하다’는 이유에서 위협적이지만, 실제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친밀하게 다가서는 도구적 기능을 하는 약한 인공지능도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의 앤드류나 「A.I」의 데이비드는 모두 가사 로봇으로 제작됐다. 일종의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장치다. 2020년 개봉된 「슈퍼인텔리전스」(감독 벤 팔콘)는 로맨틱 액션 코미디 영화지만, AI 기반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AI가 주인공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주고, 은행 계좌도 늘리고, 10억 개의 사회적 기반 재단에 자금을 지원하며, 옛 사랑과 재결합하는 것까지도 돕는 존재로 그렸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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