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
그 미래는 한본어,
언어융합에 보이는 공감,
함께하는 대상으로서의
타자인식에 있다.
한국어에는 아직도 청산해야 할 일본어 잔재가 많다. 예를 들어 군대용어 ‘총기수입’이 그러하다. ‘손질’이면 충분하건만 일본어 ‘手入’을 한자인 줄 그대로 사용하다니 오히려 생뚱맞다. 게다가 스멀스멀 밀려오는 이 불편함은 아마 일제강점기의 수직적 관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 10대가 주로 사용한다는 한본어(韓本語)를 아시나요? 한국의 韓과 일본의 本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사용하는 언어융합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이가 아리마셍(어이가 없어)’이 그러하다. 인터넷 중심의 언어유희로 기발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 편안함은 아마 일본어가 놀이의 대상이 된 데서 오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밀가루반죽을 의미하는 일본어 ‘生地’를 ‘생지’로 표기하는 경우도 요즘 눈에 뛴다. ‘총기수입과 사용방법은 같은데 ‘생지’에서 느껴지는 편리함은 아마 일상 문화에 대한 공감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과 일상문화를 매개로 통용되는 한본어에는 이미 청산해야 할 일본어 잔재, 수직적 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놀이와 문화를 공유하는 수평적 타자만이 존재한다.
한본어처럼 일본에서도 언어융합현상이 보고된다. 잡지 <현대비지니스(現代ビジネス)>는 2020년 2월 16일에 チンチャそれな(진짜 그래!)의 충격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어 ‘진짜’와 일본어 ‘それな’를 섞은 용어다. 놀이로서의 언어융합이 영어만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어로까지 확대되면서 일본사회도 충격이었나 보다. 아마 그 충격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의 파트너로 한국어, 한국을 인식하는 변화 때문일 것이다.
비단 인터넷 세대만의 현상도 아니다. 때마침 지난 5월 27일에 ‘2021년도 회사원 센류 대회’ 최종 10위가 발표됐다. 센류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의 일반 버전으로, 언어유희가 묘미다. 대회의 인기비결은 보통사람이 기발한 시를 응모하면 주최사가 100편을 선정 발표하고, 최종적으로 일본 전국의 보통사람들이 투표로 10위를 결정하는 데 있다. 34년의 역사를 지닌 이 대회는 매년 봄의 이벤트로 응모와 투표로 거의 6개월 이상 일본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따라서 흥미는 물론 당해 연도 일본 사회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역시나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와 마스크 관련 내용이 많았지만, 5위 시에 유독 나는 눈길이 간다.
“じいちゃんに/ J.Y.PARKの /場所聞かれ(할아버지가 / J.Y.PARK는 / 어디냐 묻네)”
닉네임이 ‘K-pop’이라는 40대 여성이 응모한 시다. 가수 박진영은 일본에서
J.Y.PARK으로 불려진다. 그런데 박의 알파벳 표기 PARK를 어딘가의 공원쯤으로 오해하는 세대 차이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그 유머와 5-7-5의 음수율을 정확하게 지킨 ‘J.Y.PARKの’, 7자의 센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놀이의 재미와 함께 ‘바로 이거야’라는 희망도 밀려온다.
그렇다! 명쾌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 그 미래는 한본어, 언어융합현상에 보이는 공감, 함께하는 대상으로서의 타자인식에 있다. 그래서 보통사람인 나도 17자 시로 공감을 표현하고 싶다.
“바로 이거야 / 너와 나의 미래는/진짜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