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올해 52살, 보험설계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용사로 20대와 30대 초반을 보냈고, 30대 중반부터 주방장 겸 사장으로 횟집을 운영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횟집 운영이 힘들어졌고, 보험설계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걸 좋아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어렵고 전문적인 책은 멀리하고 흥미 위주의 책을 많이 읽게 됐죠. 항상 차에 무협지를 싣고 다니며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읽는데 친구 눈에도 흥미로워 보였나 봐요, 어느 날 친구가 무협지 말고 이런 책 한번 읽어 보라고 추천한 책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였습니다.
엄청나게 두껍고 큰 책을 받아들고서 이걸 어떻게 읽나 싶었는데 막상 첫 장을 읽으면서 무협지와는 또 다른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역사서이면서도 철학서 같은 이 오묘한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을 때 든 느낌은 망치로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됨, 인간성, 인간이란 모름지기 이런 표현을 많이 쓰고, 저 또한 반인륜적 사건을 접했을 때 ‘사람 같지도 않은’이라는 표현을 써왔죠. 인간이란, 사람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적 결함이 없고 선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는 이 책의 저자가 인간을 파괴적이면서도 다른 경쟁자를 멸종에 이르게 하는 존재라고 표현했다고 읽었어요. 같은 상황을 봐도 다르게 느낄 수 있구나, 왜 저자는 다르게 느끼고 다른 것을 찾으려 할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라리처럼 사물과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까? 『사피엔스』 이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나도 그들처럼 보고,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들처럼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 공부를 해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이런 생각으로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커리큘럼을 보니 역사, 문화, 철학, 문학, 영화 등등 세상 여러 분야의 공부를 총망라한 대단한 학과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첫 수업-물론 코로나19로 화상강의였지만-에서 이준석 교수님의 “왜?”라는 질문이 딱 제가 궁금해하던 그 궁금증과 같은 맥락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정말 문화교양학과에 잘 들어왔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이후 「고전 함께 읽기」 강의의 ‘논어 이야기’와 ‘영화로 생각하기’의 영화에 대한 다른 시각, 「대중문화의 이해」의 ‘대중문화 이야기’는 같은 걸 다르게 보고 싶어 하는,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그 뒷면을 봄으로써 사고가 확장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습니다. 학과 수업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죠. 비록 줌 화상 회의지만 학우들과 서로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학교생활이 엄청나게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였죠. 학기 초 개인적인 문제로 학업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같은 학과 학우들, 특히 과대표의 응원과 위로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준 힘이 됐습니다.
문화교양학과에 들어오기 전까진 그림 전시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동문 선배의 전시회를 가보게 됐습니다. 처음 접하는 그림들을 둘러보다 한 작품 앞에서 한 시간이 넘게 자리를 못 뜨고 지켜봤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인지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그림과 한 시간이 넘게 눈싸움을 했던 경험은 50 인생 처음이라 낯설고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꼭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보고 하는 행위가 ‘문화적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지 않았다면 느껴 보지 못할 경험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문화교양학과에서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습니다. 『논어』의 ‘위기지학(爲己之學)’이 그것인데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운다’는 뜻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배움이란 의미죠. 저는 이 말이 우리 학과와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교양학과는 타 학과와 다르게 모든 과목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세우고 바르게 만드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배움과 경험이 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을 갖게 할 것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문화교양학과를 졸업하고 어떤 생활을 할지 공부를 더 할지, 다른 방향에서 다른 일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배우는 데 열중하며 그 안에서 다른 시선을 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3년 후에는 저의 변화된 모습을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송영진 문화교양학과 1학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