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강성남의 그노시스

공정이 뜨거운 이슈다. 공정 담론은 앞으로도 지속성을 지닌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매듭이 될 것이다. 19세기 미국의 철학자 랄프 에머슨이 “세계의 모든 도서관에 불났을 경우 목숨 걸고 꺼내고 싶은 책”으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꼽았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또 다른 책 『모랄리아』에서 과연 공정한 자는 어떤 사람인지를 찾았다.


파이다레토스, 그는 당시 국가에서 가장 큰 명예라고 여겨지던 왕의 근위대 300명에 뽑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즐겁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 최고 행정관이 그를 불러 돌아서게 하고, 왜 웃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나라에 저보다 나은 시민이 300명이나 있다는 것을 기뻐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파이다레토스는 공정한 채용기준과 절차를 믿었기에 낙방했어도 기뻐했던 것이다. 부모 찬스, 가짜 증명서, 허위 논문 저자, 부정 인턴 증명서 등 채용 과정과 기준이 불공정했다면 기뻐했을 리 없지 않겠는가. 행동은 하지 않고 말로만 진보 행세를 하는 ‘입 진보’와 ‘패션 좌파’, 보수의 가치를 내동댕이치는 ‘극우파’가 설치는 상황에선 기회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한 사람은 아리스테이데스. 그는 마라톤 전투에 장군으로 참여했고, 플라타이아 전투에서 아테나이 군의 지휘를 맡아 그리스 연합군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페르시아의 재침을 대비하기 위해 결성된 델로스 동맹에서 참여국들의 분담금을 산정하는 업무를 매우 공정하게 처리했다. 어느 날 아테나이인이 충동적으로 도편 추방제를 실시했다. 그때 한 무지한 시골 사람이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도편을 쥐고 그에게 다가와서 거기에 아리스테이데스의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그는 ‘왜지요? 아리스테이데스를 아시오?’라고 물었다. 그 남자는 “아리스테이데스를 모르지만, ‘공정한 자’라고 불리는 것이 짜증나서…”라고 대답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입을 다문 채 그 도편에 자기 이름을 쓴 다음 돌려줬다. 도편에 6천표 이상 받은 사람은 10년간 추방되는 관례에 따라 그는 추방당했다.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란 게 있다. 정의에 관한 심리학 연구자인 멜빈 러너가 제시한 가설이다.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고 믿는 것.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에겐 ‘노력 원리주의’를 따르는 성향이 있다. 이들은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믿는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데이비드 솅크는 『우리 안의 천재성』에서 재능보다는 노력이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공정한 세상 가설에 사로잡히면 기대만큼의 보상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사회와 조직에 원망하게 된다. 보상은 분노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몇 년 전, <네이처>에 원숭이가 불공정한 보상을 거부했다는 제목의 실험 논문이 게재된 적이 있었다. 두 우리에 갈색 긴꼬리원숭이를 한 마리씩 넣고 토큰 가져오기 과제를 줬다.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오이를 줘서 보상했다. 나중엔 다른 대가를 제공했다. 한쪽에 포도, 다른 쪽엔 오이를 줬다.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오이를 버렸다. 이 연구의 결론은 원숭이도 불평등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 실험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마이클 토마셀로는 『도덕의 기원』에서 원숭이의 분노가 옆 원숭이와 비교해서 나온 게 아니라 실험자가 좋은 먹이를 줄 수 있는데도 형편없는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덕관념은 공감에서 공정으로, 다시 정의로 진화했다라고 설명한다.


법원의 재판은 과연 공정한가? 애덤 벤포라도(Adam Benforado)는 『언페어(Unfaire)』에서 사법 체계의 불공정은 인간 행동에 대한 부정확한 가정에 따라 수립됐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피의자의 직업, 외모, 재산 등에 따른 편견 속에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된다고 지적한다. 이게 미국만의 문제일까? 문제는 정의의 여신이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순간에도, 그의 눈동자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정의의 여신이 머릿속에 해당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 그 이미지가 일하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눈가리개 없이 눈을 뜨고 있다. 게다가 앉아서 한 손에는 저울, 다른 손엔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정의의 여신인 디케 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사법부의 편향된 판결이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 건 아니겠지’라고 의문을 품는다.


『모랄리아』를 또 인용한다. 테미스토클레스. 그는 정당하지 않은 결정을 해달라고 탄원하는 시인 시모네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가락이 맞지 않은 곡조를 부르면 좋은 시인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법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 좋은 공직자가 되지 못하네.”
공직자가 공정하면 명지(明智)가 생기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


방송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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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a47***
    위의 서적들을 서적을 구입할 수 있나요/
    2021-06-30 16:06:50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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