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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진왜란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북동 유라시아 지역에서 여러 나라들이 충돌해온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나의 애초의 출발점은 일본 문학이었다. 1천500년에 걸친 일본 문학 가운데에서 내가 특히 흥미를 느낀 대상은 1592~1598년의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을 다룬 에도시대 일본의 전쟁 문학이었다.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임진왜란, 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에서 전개된 전쟁들, 오키나와(유구) 지역에 대한 일본 세력의 정복 전쟁을 다룬 에도시대의 전쟁문학을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렇게 문헌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던 박사과정의 어느 시점에, 문득 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일본 고문헌에 빠져서 나는 지금 혹시 제3자적 시각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때 마침 멘토인 일본의 선배 연구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김 선생이 이제까지 다룬 것만으로 박사논문을 쓴다면, 한국 유학생이 쓸 수 있는 논문을 썼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한반도와 무관한 지역에서 일어난 전쟁에 대한 문헌을 다룰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김 선생의 연구는 보편성을 띠게 될 것이다.”

 

이 말에 자극을 받은 나는, 오호츠크해 연안 지역에서 전개된 아이누·일본·러시아 간의 국제전쟁을 다루는 문헌들에 대한 검토를,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기 한 달 전에 급히 추가했다. 그 결과 다행히 논문의 보편성을 인정받아, 귀국 전에 박사학위논문을 저서로 출간하는 계약을 일본의 출판사와 맺기도 했다.

 

이리하여 형식적으로는 국제전쟁에 대한 문헌을 보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론을 학위논문에서 제시했지만, 사실 이 학위논문과 저서에는 결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러시아어를 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런 논문을 썼다는 것이다. 아이누어는 차치하고라도, 러시아와 일본 간의 국제전쟁을 다루려면 두 나라의 문헌을 공평한 정도로 다루는 것이 맞을 터이다. 하지만 유학 기간 동안 러시아어 학습은 하지 못한 채, 일본어로 번역된 러시아 문헌을 읽고, 주로 일본 고문헌에 나타난 러·일 간의 국제전쟁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학위논문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환경이 나날이 좋아지다 보니 유튜브에서 러시아어 학습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구글 번역 프로그램에 의지하면서 러시아측 웹사이트에 공개된 국제전쟁 관련문헌을 읽고 있다. 하지만 역시 어학을 독학으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러 대학에서 제공하는 어학 독학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만약 방송대에 러시아어과가 만들어진다면, 초급·중급 러시아어 코스 이외에도 러시아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방송대 홈페이지에 들러서는, 혹시 러시아어과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체크하고는 실망한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 특히 제2의 학생으로서 방송대에서 인생을 개척하고 계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본인이 배우고 싶은 분야가 방송대에 학과로서 존재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이다.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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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n***
    저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야 국제공용어와 주변국가 언어라 이해를 한다지만 뜬금없이 프랑스어가 있는 것이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스페인어나 러시아어라면 사용하는 국가가 많으니 배워 볼만 한데...그 두개가 없어서 일본어 올해 졸업하고 외대로 가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다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너무 나도 아쉽습니다.
    2024-05-13 19:56:38
  • seon***
    맞습니다. 보다 더 다양한 전공학과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2021-07-05 11: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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