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아기와 엄마 아빠가 있는
가족을 이상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이
꼭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한쪽 배우자 없이,
빈자리는 그것대로
놔두고 가족을 이뤄
살아가기도 한다.
‘코로나와 사유리.’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인다고? 그렇지 않다. 이 두 고유명사의 공통점은 바로 대한민국의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세대주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전통적인 가족 개념과 사유리의 비혼 출산으로 촉발된 새로운 가족 개념. 이 둘이 만났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규범을 고수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한편에선 다양한 가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비정상’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다.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비혼을 중심에 두고 ‘가족 형태’의 의미 변화를 짚어본다. 이어 2면과 3면에서는 최근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비혼 출산 문제에 대해 시민이자 학생인 방송대 가족들의 찬반 의견을 살펴본다.
홑가족 시대, 비혼과 만혼은 계속된다
1인 가족인 홑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2017년 1인 가구는 국민 10명당 약 3명 꼴이었으나, 2047년에 이르러서는 약 4명으로 증가한다고 추산하고 있다(「2017~2047년 장래가구특별추계」). 이런 증가 추세에는 독거노인과 젊은 세대의 비중이 한몫 거든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홑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데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인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반영돼 있다. 결혼을 선택적 사항으로 인식하는 게 결국 비혼(非婚, 결혼 안함)과 만혼(晩婚, 나이가 들어 결혼함)이라는 사회적 현상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하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30대 후반의 A학우는 스무 살부터 10년 이상 ‘홑가족’으로 살았다. 그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해졌다고 한다. 또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도 염려됐다. 게다가 개인 생활을 지나치게 침해받거나 시댁 가족까지 감당해야 하는 전통적인 결혼 방식에 회의감이 컸다”며 “결혼이 아니더라도 동거와 같은 방식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때 하겠다”라고 말했다.
세대가 젊어질수록 ‘결혼’을 대하는 인식은 변하고 있다. 2년마다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하는 「2020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13세 이상 인구 10명 중 6명은 결혼하지 않더라도 같이 살 수 있고, 3명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9.7%로 2년 전보다 3.3%p 증가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국민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2년 약 4.6명(45.9%), 2014년 약 4.7명(46.6%), 2016년 약 4.8명(48%), 2018년 약 5.6명( 56.4%), 2020년 약 6명(59.7%)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편 없이 꾸린 가족은 가족 아닌가요
결혼관의 변화 속에서 비혼 양상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우리는 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소식을 접한 바 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2008년 방송인 허수경 씨 역시 시대의 편견을 딛고 비혼 출산을 선택했다. 비혼모는 어떤 사람이며 그들은 왜 비혼모가 되었을까?
비혼모(非婚母)는 미혼모와 다르다. 비혼모는 배우자 없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아이를 출산한 어머니를 지칭한다. 반면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 상태 혹은 결혼을 미루고 자연수정을 통해, 그러나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자녀를 낳아 키우는 어머니를 미혼모(未婚母)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비혼모가 되었을까? 사유리 씨는 사귀던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원치 않았고, 나중에 결혼을 해도 자신은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허수경 씨는 자기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 중 하나가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출산’인데, 나이가 더 들면 그것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홑가족 시대, 비혼과 만혼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아기와 엄마 아빠가 있는 가족을 이상적(理想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이 꼭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한쪽 배우자 없이, 빈자리는 그것대로 놔두고 가족을 이뤄 살아가기도 한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비혼맘의 삶은 언제 윤택해질까? 가부장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비혼 출산은 언제 새로운 가족으로 사회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삶’은 ‘피’보다 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설문조사(「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7명(69.7%)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가족 개념이 전통적 혼인·혈연 중심에서 벗어나 확장되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에 대한 정책 지원 및 차별 폐지 필요성 인식이나, 가족다양성 포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한 동의 정도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도도 높았다.
다문화와 다인종 사회의 경험을 먼저 축적해온 독일의 사례도 하나의 시사점을 준다. 독일 정부의 2017년 「가족 통계」를 살펴보면 미성년 자녀와 살고 있는 부모 중 23%가 ‘단독 양육인(Alleinerziehende)’이며 이들 중 90%가 단독 양육모, 즉 여성이 키우고 있었다. 이 용어는 결혼과 출산을 분리해서 인식하고, 혼인 여부보다 아이를 기르는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둔 독일인의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부모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아동이 차별받지 않고 자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은 기본법에 따라 법률 제정을 통해 ‘혼인 외 출생 아동에게 그들의 육체적·정서적 발달과 사회 내에서의 지위를 위해 혼인 중 출생 아동과 같은 동일한 조건들이 형성돼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란한 가족은 지금까지 보아온 다른 어떤 형태의 가족보다 더 사랑이 가득하고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전통적인 결혼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형태의 가족이 아이들은 물론 관련된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과 교수의 언급은 전통적 의미의 ‘핏줄’보다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삶’이 더 진하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