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나는 찬성한다

막상 아이는 낳았지만

책임지지 못하거나 학대하느니

진심으로 낳고 싶은

사람이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더 바람직해

 

지금까지 나 위주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 살겠다. 일본인이지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방송인 사유리가 한 말이다. 그는 비혼 출산을 단행했다. 아이를 낳아 키워 가족을 꾸리고 싶었던 그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성에게 결혼해서 아이를 갖자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성폭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유리 어머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40대로 들어서자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하루빨리 결심을 해야 했다.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유리.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유리의 아들은 서양인 혼혈아.

 

나도 그녀와 비슷한 나이다. 내가 그녀였다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평소 방송매체를 통해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를 보여주던 사유리 씨를 지켜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는데, 이번 일을 통해 참 용기 있고 훌륭한 여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나는 이미 오래 전에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이어진 시간 동안 즐거웠던 일도, 힘든 일도 꽤 많았다. 아이가 아플 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간호했고 아이의 잘못을 다그칠 때 나 자신의 인격을 시험당하고 있는 것 같은 비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한 생명을 건강한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보며 키운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며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 배우자와 둘이서 아이를 키워나가도 힘든 일이 많은데···.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배우자와 함께 아이를 양육한다 하더라도 혼자 키우는 사람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고, 꼭 더 잘 키운다는 보장도 없을 것이다. 친부모나 양부모 혹은 위탁가정 등의 양육자나 보호자에 의해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을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육아나 양육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에 대한 이해나 준비도 없이, ‘어쩌다생겼으니 출산하고 때 됐으니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는 형식적인 두 명의 양육자보다, 어쩌면 절실한마음으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고 양육 계획을 세운 사유리 같은 엄마들이 아이를 더욱 사랑으로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둘러보면 사유리 같은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한창 직업적 커리어를 쌓고 있을 때 마주한 결혼 적령기. 커리어를 포기하면 경력단절여성이 돼 언제 다시 사회에 나올지 모른다. 경력을 쌓다가 혼기를 놓치고 나이가 들면서 난소도 늙어간다.

 

가족을 이루고 싶지만 사랑의 감정을 느낄 만한 남성도 없다. 이런 여성들도 임신과 출산의 자유와 어머니가 될 권리, 양육의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딩크족이나 편부모 또는 조손가정, 그리고 다문화가정 등 새로운 가족 형태를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비혼 출산 가족은 안 될까?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의 형태가 생겨난 것처럼 미래에는 지금 없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사회는 변하기 마련이고 세계의 공존은 다양성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지금은 낯선,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지만 다른 가족의 형태가 그러한 것처럼 서서히 받아들여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든 인간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본인의 강한 의지로 비혼 출산을 원한다면 그것 또한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 하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상 아이는 낳았지만 책임지지 못하거나 학대하느니 아이를 진심으로 낳고 싶은 사람이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차별 없이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안은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가족 유형에 따라 가족이나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이번 계획의 가장 큰 특징으로 모든 가족에 대한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확장한 것을 꼽으면서 “‘가족 다양성 인정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선 혼인·혈연·입양으로만 규정된 건강가정기본법(건가법)상 가족 개념을 확대하기로 했다. 비혼 출산을 선택한 방송인 사유리 씨 사례부터, 전체 가구 중 40% 비중에 육박하는 1인 가구의 증가까지, 기존 가족 개념을 넘어 사실혼·비혼·동거 등 현실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 형태를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건가법 제31항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시대 변화에 뒤처진 채 가족 범위를 너무 좁게 규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건강가정기본법이라는 법률명 자체도 바꿀 계획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건강가정이란 표현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족의 형태를 국가가 고정적으로 정의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정은 물론,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이나 혐오 방지 근거 조항도 개정안에는 담아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민법 등에 등장하는 혼중자’ ‘혼외자같은 표현도 없앨 방침이다. 모두 자녀로 통일해 낙인과 차별을 유발하는 표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번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부성(父姓)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부성우선주의는 아이를 낳을 때가 아니라, 결혼한 뒤 혼인신고를 할 때 아이의 성을 결정토록 한 조항이어서 사실상 부모의 선택을 막는 조항이란 비판이 있어왔다.

 

게다가 어머니 성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인정했기에 비혼·한부모 가정 등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시선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도 부성우선주의 원칙 폐기를 이미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앞으로 민법 781조를 개정, 아이의 성은 부부의 혼인신고가 아닌 출생신고 때 부부가 협의해서 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비혼 출산문제도 본격 정책 연구에 들어간다. 정부는 난자·정자의 공여, 대리출산 문제 등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자 공여자의 지위, 아동의 알 권리 같은 문제도 함께 검토한다. 청소년 부모의 연령을 현행 18세 이하에서 24세 이하로 확대한다. 이들에 대한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은 물론, 청소년 부모들의 자녀양육과 학업 지속, 생활안정을 위한 종합적 지원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1인 가구 주거지원 및 복지급여 지급 방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장빛나 기자 bitna65@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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