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상처를 되돌아보는 ‘다크투어리즘’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은 감염병과 기나긴 사투를 벌이고 있다.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바이러스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광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발표한 「2020년 국제관광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관광업계 손실액은 1조3천억 달러로 한화로 계산하면 약 1천4백53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기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내 여행업 피해 규모는 7조4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외 관광산업은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전염병이 전 세계적인 위협요소로 떠오르며, 관광 목적지에 대한 결정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관광 트렌드에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동반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다크투어리즘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아픈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다크투어리즘이란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용어는 1996년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라는 잡지의 특별호에 기재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다크투어리즘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장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백만 명이 학살당했던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미국에서 대폭발 테러사건(9·11테러)이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약 2백만 명의 시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유적지, 원자폭탄 피해 유적지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베트남 호찌민시 구찌터널 등을 들 수 있다.

필자는 베트남 K-Beauty 박람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호찌민 시 인근에 위치한 구찌터널을 방문해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지하요새인 세로 80cm, 가로 50cm 크기의 비좁은 공간이었다. 구찌터널은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폭력을 경험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장소다. 참전의 경험을 지닌 사람이라면 고통스러웠던 과거와 화해하고 싶은 욕망을 만드는 화해의 공간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1990년대 중반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베트남 관광 개발의 중심을 수려한 자연 경관과 베트남 전쟁이라는 13개의 전쟁 유적지를 중심으로 내세워 독특한 체험 상품을 개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다크투어리즘을 회상하라면 2015년 지중해로 떠나는 성지순례 여행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지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을 관람하는 코스였다. 현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 통행이 어려워 관광이 금지됐지만 이처럼 실감나는 다크투어리즘은 생전 처음이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담장의 한쪽은 ‘보안 장벽’이라 일컫고, 다른 한쪽은 ‘분리장벽’이라 불린다.

관점을 달리하면 한쪽은 다른 쪽을 ‘테러리스트’라 부르고, 다른 한쪽은 ‘독립투사’라고 말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하며 누구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숙소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역에서 밤새 총소리가 울려 퍼져 많은 생각이 드는 가운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 속에서 진정한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필자뿐만 아니라 이곳을 다녀온 다른 분들도 모두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로 손꼽았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장소는 어디가 있을까. 사실 반만년의 굴곡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땅에서 다크투어리즘 장소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 4·3사건의 실상을 알려주는 제주4·3평화공원을 비롯해 국립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장소들의 경우 다크투어리즘의 대상들이 과거의 참담했던 역사적 장소나 사건 사고·현장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기억하고 반성하며 교훈까지 얻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거제포로수용소, 칠곡보 생태공원, DMZ 등을 전쟁으로 인한 수탈과 피란의 어둡고 아픔을 겪은 역사적 장소다.

최근 들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현장과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곳들을 관광과 결합해 어둡고 슬픈 현장을 미래세대가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명소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디자인해야 이 같은 다크투어리즘 장소가 지속가능한 문화유산관광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난과 역사의 현장을 접하면서 반성과 교훈을 얻는 특수목적관광(SIT, Special Interest Tourism)으로 구분해 국가 차원의 관광 전략이 필요하다. 세부 전략을 살펴보자.

첫째, 교육적 측면에서 학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그리고 인재나 재난으로 인한 사건·사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 해당 장소가 방치되거나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지속적 보존과 교육적 지원의 대상지로 역사적 장소를 보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국가가 지정 관리해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해 지역주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주면서 일반 관람객에게는 명소로 거듭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활용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 다크투어리즘 장소와 이야기의 특성을 고려, 해당 자원을 재조명해 체류형 공간으로 특화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 홀로그램 해설사,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로 스토리를 부여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관광지로 재조명받을 수 있게 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관련 기관들과의 협업 모색이다. ICT, 문화예술, 문화관광유산 등 다양한 분야의 기관들간의 협업을 통한 제휴와 창업활동 기회 확대로 일자리 창출을 꾀할 수 있다. 다크투어리즘의 대상지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관광유산 콘텐츠로 개발되면 국내·외 방문객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지역의 주민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사)한국지역문화콘텐츠연구원 원장, (재)강원도 관광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MICE 산업론』『MICE경영과 마케팅』『웰니스 산업론』등이 있다.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협력체제의 구축이 절실하다. 2023년이면 정전 70주년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차원에서 대한민국은 국내 다크투어리즘 지역을 세계 곳곳의 주요 관광지를 참고해 발굴발전시켜 나갈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층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으며 세계적인 K-Dark Tourism으로 확장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전쟁, 학살, 항쟁 등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는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귓가에 들려오던 팔레스타인 숙소에서의 총소리가 희망의 새소리로 전환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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