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1, 2순위로 꼽히는 게 ‘국내여행·해외여행 가기’다. 여행이 주는 삶의 여유와 활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성큼 다가왔다. 이번 휴가에는 어려운 시기인 만큼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찾아 슬픔을 나누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인 ‘다크투어리즘’을 떠나보면 어떨까.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다크투어리즘의 개념과 역사, 국내외 사례, 의미와 중요성 등을 알아보고 다크투어리즘을 경험했거나 여기에 관심 있는 방송대 관광학과 학우들의 목소리를 다뤘다. 2면은 역사적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왜 역사교훈여행이 필요한지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담았다. 3면은 이석호 방송대 관광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행태, 문화예술관광의 힘과 중요성, 다크투어리즘의 자원화 방향 등을 들어본다.
국내외 명소는 어디?
다크투어리즘(darktourism)은 다크(dark)와 여행(tourism)을 결합한 단어로 전쟁과 학살 등 참상이 벌어진 역사가 일어났던 곳이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고 체험하는 여행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죽음의 공간을 돌아보며 반성과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알려져 있다.
해외의 대표적 다크투어리즘 장소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코의 체르노빌 원전, 미국의 그라운드 제로, 이탈리아의 폼페이 유적지 등이 꼽힌다. 이곳은 모두 인류의 대형 재난과 얽힌 죽음이나 슬픔이 상존돼 있고, 잔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다.
국내에서도 다크투어리즘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의 관문이었던 군산, 강경, 목포, 인천, 부산 지역에는 일제의 억압과 수난의 그림자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크투어리즘 지역으로는 제주 4·3평화기념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강원 DMZ박물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거제포로수용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어둠에서 배우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다크투어리즘이 왜 다시 주목받는 것일까. 여행하면 떠오르는 ‘즐거움’과는 대치되는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왜 찾는 것일까. 특히 다크투어리즘 지역을 찾는 이들은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도시공학전공)는 2019년 11월 <고대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다크 투어리즘은 경제 수준의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삶의 여유가 증가하며 사람들의 사고의 폭이 넓어지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학습, 반성하고 미래적 비전을 고민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관광에서 다크투어리즘까지』(세계와나, 2017)의 저자 강수환은 다크투어리즘은 현재를 사는 우리 시대에 대해 물음을 던지도록 만든다고 얘기한다. 그는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의 시공간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자, 우리가 해당 사건과 시공간을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단초로서 기능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다크투어리즘은 여행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문화적·학문적 측면에서 중요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토대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의미망이다.
지속 가능한 다크투어리즘이 되려면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장소에 대한 홍보와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다크 투어』(영인미디어, 2017)의 저자 김민주는 하드웨어 측면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에 다크투어의 흔적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 찾아내 이를 하드웨어적으로 어느 정도 원상복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투어를 오게 하려면 현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최대한 관련 글, 사진, 영상을 찾아내어 이를 토대로 전시관, 기념관, 역사관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전시관이 만들어지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적 측면과 관련해선 “콘텐츠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 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진정성을 가지고 콘텐츠를 전달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한국도시설계학회지인 <도시설계> 통권 제80호(2017.4)에 발표된 논문 「지속 가능한 다크투어리즘의 개념 정의와 전개과정 분석」(장성곤·강동진)이 시사적이다. 이 논문은 일찍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했는데, 논문의 저자들은 ‘지속 가능한 다크투어리즘’이 가져야 할 조건으로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들 키워드는 △관련 자원의 최대한 보전 △관광자원 전달 방식의 창의성 △학습과 체험을 위한 참여 관광 △관광자원-관광매체-관광객-지역주민 간의 통합적 운영관리 체계에 대한 필요성 등이다.
강동한 경기관광공사 해외마이스사업팀장도 한때 버려졌던 옛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파주시 군내면)의 사례를 언급했다. 강 팀장은 “다크투어리즘이 지속 가능하려면 젊은 세대들이 즐겨 찾는 문화관광 콘텐츠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캠프 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이후 50년간 미군이 주둔했던 역사적 공간이었다”며 “경기도와 파주시, 경기관광공사는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살려 이곳을 평화·안보·생태 체험 시설 등으로 활용할 것을 군 당국에 제안했고, 현재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내외국인이 군복 체험, 생태문화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역사의 기억만 응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현재적 활용을 시사한 것이다. 이곳은 현재 군복 체험, 생태문화 체험 등을 함께 제공하는 ‘안보·문화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크투어리즘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제주 4·3평화공원은 빠지지 않는 곳이다. 사회적·미래지향적 가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곳 역시 역사 기억의 일차원적 접근을 탈피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의 대상지는 언제나 상처받은 이들과 상처를 준 이들, 그리고 미래세대가 마주치는 곳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분법적인 이념적·정치적 논리가 아닌 진정한 화해를 실천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잊혀진 그날을 기억하자” 한목소리
관광·여행에 대해 공부하는 관광학과 학우와 동문들은 다크투어리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아픈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과 역사적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자,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의 장으로 나가는 길을 찾는 여행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이희웅 학우(3학년·제주지역대회장)는 “제주 4.3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제주 4.3 사건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됐다”며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성의 있는 보상이 적절히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어떤 사건에 대해 감추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창재 학우(3학년·부산지역대회장)는 일본 귀무덤(미미즈카)에 방문했던 경험을 토대로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귀무덤에 가기 전에는 막연하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인한 우리 조상들의 아픈 역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신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자신의 전리품을 전시하듯 세워놓은 귀무덤을 직접 보고 참배하면서 반성은커녕 역사 왜곡에 급급한 일본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픈 역사가 부끄럽다고 덮어둘 게 아니라 다시는 그 아픔을 반복하지 않도록 더 많이 알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김나현 관광학과 학생회장(4학년)은 “사실 다크투어리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학생회 차원에서 진행한 서대문형무소 문화탐방을 다녀온 이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렀던 역사의 비극 속에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다”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서대문형무소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 한 분이 저희 학과에 재학하고 계신데,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픈 역사의 현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관광학과를 졸업한 최희찬 동문(서울동문회 사무총장)은 경기도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다. 최 동문은 “평소 DMZ에 관심이 많아 사전에 해당 지역의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현지 문화해설사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니 훨씬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며 “남북한 분단의 상징으로 각인된 임진각 너머 북녘 땅을 보면서 실향민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얘기를 정리하면 가슴 아픈 사건의 현장을 마주함으로써 역사의 현재 무게를 되새길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치욕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아픔과 어둠의 현장을 마주하면서 역사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