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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동갑내기다. 하지만 아내가 나보다 더 오래 직장생활을 할 거라고 당연하게 여겨왔다. 교사인 아내는 정년이 62세이고, 회사원인 나는 정년이 60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60이 넘은 지금 나는 여전히 직장에 다니고 있고, 아내는 그렇지 않다. 예상과는 반대가 된 것이다. 나는 어찌하다보니 직장을 옮겨 60을 넘겨서까지 일을 하고 있고, 아내는 정년에 앞서 명퇴를 했다. 


아내는 올해로 퇴직 4년째를 맞는다. 30년 이상 하던 출퇴근을 갑자기 멈추다 보니 처음에는 매우 낯설어했다. 혼자인 시간이 많아졌다. 갑자기 텅빈 공간에 홀로 뚝 떨어진 기분이 들어 외롭고 허전함을 이기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자존감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우울 증상으로 확대됐다. 정신과에서는 이것을 ‘빈둥지증후군’이라는 병명으로 불렀다.


한동안 힘들어하던 아내가 돌파구를 찾은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구청에서 주관하는 ‘실버봉사단’이었다. 요양원을 다니며 재능을 기부하는 일종의 봉사 프로그램인데, 아내는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해왔던 터라 딱히 노인들을 위한 재능을 찾긴 어려웠다. 그런데 함께 짝이 된 동료가 노래강사였던 것이 절묘한 한 수였다. 노인들에게 노래를 가르칠 때 아내는 그 보조역할을 했다.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기도, 율동을 따라 하기도 했던 것이다. 생전 안 해본 일인지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서서히 재미도, 보람도 찾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빈둥지’도 채워져 가는 듯했다.


몇 달이 지나자 아내는 주말마다 학원을 다녔다. 실버체조라는 프로그램 수강이었는데, 노인들에게 음악에 맞춰 체조를 가르쳐 주는 강사 자격증 취득 과목이었다. 실버체조강사 자격증을 받아든 아내는 그때부터 ‘보조’가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노인들 앞에 섰다. 재미와 보람이 더욱 커진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게 1년 반쯤 지나자 구청의 봉사 프로그램은 끝났다.


몇 달 뒤 아내는 또 학원을 등록했다. 요양보호사 학원이라고 했다. “요양보호사 하려고?” 물었더니, 아내의 대답. “아니, 그냥 심심하기도 하고 혹시 당신이 나이 들어 필요하면 내가 해주려고…” 몇 주를 열심히 학원을 갔고, 집에서는 문제집을 풀었다. “모의고사에서 몇 점을 맞아 몇 등을 했네” 하며 마치 학생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시험 전날은 거의 밤을 새우며 문제를 풀었다. 60점만 넘으면 합격인데도 그렇게 열심이었다. 결과는 단 한 문제도 안 틀리고 만점으로 합격. 이해가 안 된다는 내 표정에 그냥 웃음만 지어 보였다.


자격증은 지금 장롱에 들어있는데, 아내의 도전은 또 어디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퇴직=끝’일 줄 알았는데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의 도전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TV에서 또 한 명의 여자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든다.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탁구신동 17세 신유빈 선수와 맞대결을 벌인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 그가 이번 대회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메달이 아니라 나이였다. 올해 58세. 20세 때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에 오른 관록이지만 끝없는 도전정신이 60을 바라보는 그를 올림픽 무대에서 뛰게 한 것이었다. 그가 남긴 이 한마디는 많은 사람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어리다. 마음가짐에 따라 나이는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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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el***
    부부간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져 흐뭇하게 읽었습니다. 고령화시대에 은퇴자의 활기찬 삶은 사회 분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텐데요 배우고 단련하는 삶의 중요성을 일상의 에피소드로 잘 풀어내셨네요^^
    2022-01-18 21:35:11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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