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세기가 21세기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필자가, 교육학과 1학년 전공수업인 「교육의 이해」부터 4학년 전공수업인 「교육고전의 이해」까지 매 강의마다 수강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교육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는 한 줄로 답을 작성해보라고 하고, 4학년 학생들에게는 과제물을 통해 여러 장에 걸쳐 답을 작성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이 자리를 빌려 수강생들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사실 이 질문이 그렇게 쉽게 답하기에는 매우 곤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답해져야 할 질문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깊이 또한 절대 얕지 않기 때문이다.‘교육(敎育)’이란, 한자어의 의미 그대로 ‘가르치고 길러줌’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와 ‘어떤 능력을’ 기를 것인가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 이전에 먼저 답해져야 할 질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교육을 통해서 어떠한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다시 말해서, 교육을 통해서 만들어내고자 하는 ‘형(型)’을 설정한 이후에, 그 ‘모델’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형(人間型)에 관한 논의는 자연히 그들이 모여 살아갈 사회에 관한 논의, 즉 이상적 사회상에 관한 논의에 선행하거나(루소), 후행하거나(듀이), 동시(플라톤)에 진행된다. 이렇게 보면 교육학은 학문적 논의를 선도하는 학문이라기보다는 후행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학의 학문적 한계 때문인지 몰라도 오늘 소개할 교육학자들 가운데 ‘순수한’ 의미의 교육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순수하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기를 것인가라는 질문만을 던졌다기보다는 ‘이상적 인간상과 사회상에 관한 그들의 고민’을 그 사회에 걸맞은 구성원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천착한 인물들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봄에 있어서, ‘어제’에 있어서는 ‘인간, 사회, 교육’에 관한 질문을 과학 시대 이전에 던진 플라톤(Plato)과 18세기 자연과학 시대에 던진 루소(Rousseau), 그리고 20세기 인간과학 시대에 던진 듀이(Dewey)를 들여다보고,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오늘날 교육학을 살펴보겠다. 플라톤 이래로 교육의 대상은, 그것이 영혼이든 육체든 아니면 둘 다이든 간에 ‘인간’이 지닌 그 무엇이었다. 하지만 이제 과학은 인간을 새로운 존재로 창조 또는 변형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포스트휴먼(posthuman)’이 현실이 된다면 도대체 교육은, 또는 교육자는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과학 이전 시대의 교육학, 플라톤 플라톤은 『국가론』을 통해서 ‘이상적 사회상과 인간상’에 관한 질문을 평행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간의 ‘영혼’은 욕구, 기개, 그리고 철학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각각 사회 구성원 중 일반 시민, 군인, 통치자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이상적 인간 또는 사회는 이 요소들 각각이 그 독특한 기능을 최상으로 수행할 때 가능하지만, 욕구와 기개는 철학에 의해 그리고 일반 시민과 군인은 지혜로운 통치자의 지배하에 있어야 한다.플라톤 교육론의 주된 관심이자 교육의 대상은 인간의 ‘영혼’이다. 예컨대 초기교육은 무시케와 김나스티케라는 오늘날의 음악교육과 체육교육으로 나뉘는데, 신체를 위한 훈련에 해당하는 김나스티케마저도 궁극적으로는 영혼에의 작용을 그 목적으로 한다. 또한 수학은 상상의 세계에서 이성의 세계로 나아갈 준비를 시켜준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한마디로 말해 플라톤의 교육은 인간 영혼의 개선,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자연과학 시대의 교육학, 18세기 루소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뉴턴, 라부아지에, 케플러 등의 업적에 힘입어 물리학, 화학, 천문학과 같은 학문들이 수립됐으며 과학 혁명이라 일컬어질 만큼 학문의 폭발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이처럼 과학은 ‘자연’을 탐구 대상으로 삼아 각종 최신 지식과 연구방법들을 양산했다. 루소 역시 프랑스의 백과전서파 일원으로 활동하며 최신 지식들을 접했다. 하지만 그 당시 교육 영역은 전혀 과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 밖 사회에서는 과학적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종교적 경전, 라틴어와 그리스어의 형식적 문법들이 주된 교육과정을 이루고 있었다.루소의 가장 큰 교육학적 공헌은 ‘아동의 발견’이다. 물론 그 이전에 ‘아동’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과학이 미지의 자연을 탐구대상으로 삼았듯, 루소는 ‘아동’을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물론 엄밀한 과학적 방식으로 아동을 탐구한 것은 아니지만, 아동의 ‘연령별 차이’를 토대로 시기에 따라 적절한 교육방법과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과학 시대의 교육학, 20세기 듀이19세기에 등장한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탐구 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자연 사물을 탐구 대상으로 삼던 자연과학의 시대를 넘어 인간을 탐구 대상으로 삼는 인간과학 시대가 열린 것이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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