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수명 83.3세. 어느덧 우리는 기대수명이 80대 중반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만큼 은퇴 이후의 삶, 제2의 삶의 비중이 커졌다. 장년 이후의 생애가 양적(量的)으로 확대된 셈이다. 현대 의학의 발달과 평균수명의 상승세를 통해 보았을 때, 이는 앞으로도 지속되고 오히려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노년의 생애가 질적(質的)으로도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분명 양적 확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건강, 경제력 등 노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분명하며, 실제로 이러한 부분들은 이른바 ‘노후 준비’의 대상으로 꾸준히 관리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들이 노후의 행복과 바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이는 수십 년간 집중하고 몰두했던 자신의 직업, 업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공허함, 허무함과 연결된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최소 8시간 이상 집중하며 매달렸던 일이, 직장이 사라지고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 빈 자리를 채우지 않으면 노년의 행복은 요원한 일이다. 노년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몰두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해당 시기에 적합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지 않다.
이 지점에서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직업적으로 학문의 길을 걷는 경우가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학습은 초·중·고와 대학교로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직업적 차원에서의 학습은 이뤄지지만 이는 자신의 취향, 소양, 교양과는 무관한 실용적인 학습일 따름이다. 장년 이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또 다른 자아의 추구와 성취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문화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 혹은 박물관은 이러한 평생교육의 가장 적절한 장(場)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가에 의한 고도로 응축된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미술작품, 오랜 역사성을 배태하고 있는 문화재는 그 자체로도 우리의 눈을 만족시켜 주고 정서를 순화시켜 준다. 감상만으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심도 깊은 학습을 하게 된다면 해당 미술품과 문화재는 조금씩 더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유명한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떠올려보자. 처음 반가사유상을 접했을 때는 약 1,400여 년 전 삼국시대의 커다란 불상이 큰 손상 없이 전해지고 있다는 데 놀란다.
이후 청동으로 만든 뒤에 도금을 했다는 점이나, 수준 높은 제작기법과 사실성에 감탄한다. 그렇지만 학습을 거친 뒤엔 이것이 왕자 시절 인생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던 석가모니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사실, 우리나라 불교 조각사의 본격적인 첫 페이지를 여는 입체성이 빼어난 조각이라는 점, 동아시아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희소하고 완성도 높은 반가사유상이라는 점 등을 알게 된다. 보는 감동도, 느끼는 감동도, 깨닫는 감동도 달라진다. 안목이 달라지고, 감정의 순화의 정도도 더욱 커진다.

미술관, 박물관은 이러한 경험을 다양하게 지속해 갈 수 있는 더없이 훌륭한 장소다. 근래에 와서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직접 심도 깊은 관련 강좌를 개설해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코로나 상황 이후로는 안전과 편의를 위해 해당 강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져 접근성 더욱 좋아졌다. 평생교육시대 미술관, 박물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