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학번이 어떻게 되세요?” 2017년 6월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8년 2월에 상담사로 취업에 성공했을 때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직장동료가 내게 던진 질문이다. 보통 학번이라는 표현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로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학번을 묻지는 않는다. 나는 최종학력이 고등학교인데 직장동료는 당연히 내가 대학을 졸업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대답하자 동료는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대학졸업자가 넘쳐나는 학력 지상주의 사회에서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은 개인 프로필에 명시하기에는 왠지 스스로 작아지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높은 학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의 편견에서 그리 자유로운 적도 없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가졌던 공부에 대한 흥미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열정과 의지를 바탕으로 2019년 3월 방송대에 입학했다.
2019년 3월 방송대 인천지역대학 입학식에 참석했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20대부터 80이 넘은 사람까지 많은 사람이 잠시 접어 두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모여 있었다. 연세가 높으신 분들을 보며 새로운 도전에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처음 1학년 학기가 시작됐을 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없었던 과제물(리포트)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들어선 길이어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교재를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9년 7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과 만남을 줄이고 잠을 줄이면서 공부한 것이 보람이라는 보상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첫 장학금이 동기부여가 되고 채찍질이 되어 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직장 생활 중에 공부를 병행하면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1학년이 지나갔다. 시간은 기다려주지도 않지만 노력한 만큼 배신하지도 않았다. 장학금을 계속 받게 되면서 공부가 재밌고 즐거웠다.
하지만 2020년 1월에 시작된 코로나19가 모두의 일상을 파괴하면서 출석수업이 전면 중단되고, 모든 과목이 과제물로 대체됐다. 1학년 때 3과목 정도의 과제물을 했는데 모든 과목이 과제물이라니, 도무지 주어진 현실이 답답하고 실감 나지 않았으나 포기할 수 없었다. 교재와 도서관의 자료를 참고하며 내 견해를 바탕으로 과제물을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었다. 그동안 짬짬이 읽었던 책들이 과제물 작성에 도움이 되었다.
2학년에
이어 올해 3학년 1학기도 코로나로 인해 출석수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공부 습관으로 이제는 강의 일정과 과제물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도 쉬지 않고 달려가는 나를 멈추게 할 수 없다. 배움이 나의 이기심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더 넓은 세계로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