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학’민국 新대학생

백세 고령사회에서는

먼저 학업을 마치고

돈벌이에 집중하고

은퇴해 여생을 보내는 인생은

기술이 지능을 갖게 되는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방식이고

생활방식이다.

 

영국 런던 정경대학의 린다 그래튼 교수는 인생100세 사회를 살아가려면 무형자산’ 3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첫째가 생산성 자산이요, 둘째가 활력 자산, 셋째 변신 자산인데, 그 중에서도 변신 자산을 좀 더 강조한다. 다양한 변화 가운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과는 다른 연령대, 신앙, 성별, 출신지, 직업 등을 가진 인물들과 동지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변신 자산이 중요

이것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나도 변형 자산을 키우기 위해 방송대에 입학해야겠다고 내심 마음먹고 있던 차였다. 그러던 중 지난 해 겨울 방송대의 <KNOU위클리>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인터뷰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정책 목표와 필요성, 그리고 장수사회 대비 생애경로가 이제는 학업-직업생활-은퇴라는 단선적 단계에서 벗어나 학업, , 여가문화가 겹쳐지는 단계인 멀티 스테이지(multi-stage)’ 사회로 옮겨 가야 할 것이며, 그런 사회에서는 방송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진행했다고 기억한다(<KNOU위클리> 70, 2020.12.04. 참조).

 

인터뷰 말미에, 퇴임하면 방송대에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분명히 했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에 옮겨 나는 방송대 국문학과 3학년이 됐다. 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지금은 수도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지역이지만, 경기도 가평은 1970년대만 해도 읍·면 소재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깡촌이었다. 특히 내가 태어난 마을은 1977년도에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고교 진학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왕복 세 시간이 걸리지만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청평전기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 2학년부터 실시된 자유교양경시대회(고전읽기 대회) 가평군대회에서 3년에 걸쳐 두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은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책 읽고 글 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재능 좇는 일을 아쉬움으로 남긴 채, 전기쟁이로서의 나의 길을 걷게 됐다.

 

시골 공고 졸업 후 한국전력에 입사해서 양수발전소 건설 요원으로, 본사 기획본부에서 정보관리업무를 맡으면서 정신없이 보내면서도 학구열은 식지 않아, 대학에서는 전기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 사이에 직업도 바뀌어, 노동조합 관련 행동으로 한전을 그만두고 한국노총에서 10, 그리고 사회복지 전공을 찾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 전직해 12년을 보냈다. 그 세월이 무려 42년이다.

 

42년이라는 세월은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2천 시간으로 볼 때 84천 시간에 해당한다. 84천 시간의 노동으로 학교를 다녔고, 결혼했고, 아이 낳고 키우고 공부시키고 서울에다 아파트 한 칸 마련하는 등 지금까지 먹고 살아왔고, 노후생애를 위한 준비도 조금은 해 놨다. 그런데 이제 내 앞에는 또 다른 82천 시간이 놓여 있다. 이는 한국 남성의 건강수명이 평균 80세이니 앞으로 남은 기간을 15년으로 계산하면 된다.

 

남은 82천 시간을 사는 법

백수의 일상에서 자고 먹고 씻고 배설하는 시간을 빼면 15시간이 남는다. 그러니까 15시간×365×1582천 시간이 된다. 각 생명보험사들은 1958년생이 100세까지 살 확률이 50%에 이른다면서 상품개발에 서두르는 걸 감안할 때, 82천 시간은 아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일 수 있다. 82천 시간에 문학의 길을 걷고자 함이며, 자동차 운전도 면허증이 필요하듯이 문학의 길을 가자면 최소한의 자격은 갖출 필요가 있기에, 나의 변신 자산을 키울 수 있는 국문학과를 택한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곧 맞이하는 백세 고령사회에서는 먼저 학업을 마치고 돈벌이에 집중하고 그리고 은퇴해 여생을 보내는 순서대로의 인생살이는, 기술이 지능을 갖게 되는 디지털화 시대에는 더는 맞지 않는 노동방식이고 생활방식이다. 엄청난 인적자원의 낭비마저 초래하게 된다. , 교육, 여가·문화가 겹쳐서 진행되는 멀티 스테이지를 대비해 준비하고 열망하면 그것이 바로 미래가 된다. 그 준비 중에서 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백세 시대에 변신 자산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대학이 바로 방송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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