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1927~1929년경 일제강점기 때 이원수가 작사하고 홍난파가 작곡한 국민 동요「고향의 봄」의 1절이다.
이렇게 ‘고향’을 소재로 하거나 제목을 붙인 동요는 적지 않다.「고향」(이원수 작사, 정세문 곡),「고향 그리워」(김종환 작사·작곡),「고향 길」(김한용 작사, 한세용 곡),「고향 길」(김종두 작사, 정문섭 곡),「고향 땅」(윤석중 작사, 한용희 곡)…. 가곡도 많다.「고향 생각」(현제명 작사·작곡),「고향 그리워」(만향 작사, 이흥열 곡),「고향의 노래」(김재호 작사, 이수인 곡),「가고파」(이은상 작사, 김동진 곡),「망향」(박화목 작사, 채동선 곡),「향수」(정지용 시, 김희갑 곡) 등 다양하다. 대중가요로 넘어가면 셀 수 없을 정도다.
추석 연휴가 끝났다. 추석과 설은 한국인에게는 민족 대이동의 시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고향을 찾아가는 ‘수구초심’은 여전했다. 고향 가는 길은 들떴고, 각자의 일터로 되돌아가는 시간은 야속했으리라.
‘노인을 위한 나라’ 정책을 마련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고향의 봄」에 그려진 꽃동네 새동네가 우중충하고,
희망 없는 잿빛 마을로 다가올까 봐 두렵다.
서울을 기점으로 해서 고향 마을로 가까이 갈수록 시간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000년대와 1980년대, 혹은 1970년대가 기이하게 공존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랄까. 그런 느낌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지난해와 달랐다면, 빈집이 좀더 늘어났다는 것, 젊은이들보다는 노인들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추녀가 살짝 기운 번듯한 기와집, 사람 사는 흔적을 지우고 풀이 자란 마당, 무너져가는 돌담…. 시골 출신이라면 대부분 고향 마을에서 이런 풍경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지방소멸위험지수」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9년 기준 97개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13년 75개, 2018년 89개, 2019년 97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방소멸의 문제가 농어촌 낙후지역만이 아니라, 지방 대도시 권역과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거점지역까지 실질적인 위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중구, 영도구, 동구, 경북 경주시, 김천시, 안동시 등도 진입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지방소멸은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다양한 질병에 노출된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돌봄 등 좀더 깊이 챙기는 대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요「고향의 봄」 2절은 이렇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가 사라진 지는 오래됐다. 수양버들 아래 뛰놀던 아이들은 늙어 경로당 양지에 쪼그려 앉아 있거나, 이미 세상을 등졌
을 것이다.
다시 선거의 시간이다. 여기저기서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이 나오고 있지만, 지방소멸과 고령사회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들고 나온 이들을 보기 어렵다. ‘노인을 위한 나라’ 정책을 마련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고향의 봄」에 그려진 꽃동네 새동네가 점점 더 우중충하고, 희망 없는 잿빛 마을로 다가 오는 것 같아 두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