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성의 사유로 읽어낸 역사 속의 여성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에서 오드리는 이렇게 말한다. “너 자신을 위한 일에 너의 정신을 낭비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오드리가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 “매혹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눠라. 아름다운 머리칼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네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돼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며, 병으로부터 회복돼야 하며, 무지한 것으로부터 교화돼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을. 네가 더 나이가 들면 두 번째 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오드리 헵번이 죽기 1년 전인 199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들 숀에게 들려준 시다.타이탄 아룸의 알뿌리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기이한 식물이 있다. 높이 3m, 둘레 1.5m의 큰 덩치를 자랑하는, 타이탄 아룸(titan arum, 학명은 Amorphophallus titanum)이다. 7년 전 이 식물은 5장의 잎을 가진 30cm 정도의 귀여운 묘목이었다. 세월이 지나 잎이 많아지고 키도 5m까지 자라면서 타이탄 아룸은 모든 양분을 알뿌리에 꼭꼭 저장해 둔다. 양분을 먹은 알뿌리가 다 자랐다 싶을 때 지상의 나무 부분은 쓰러지는데, 알뿌리의 사이즈는 아주 커서 직경이 1m이고 무게는 무려 100kg에 육박한다. 도대체 왜 알뿌리를 이렇게 키웠을까? 조금 있으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양분이 가득 찬 알뿌리는 4개월 정도의 휴면기를 거치고 나서 쑥쑥 자라 지구에서 가장 큰 꽃을 피운다. 높이 3m에 달하는 나팔 모양의 이 꽃은 36도 정도의 열을 가지고 특유의 냄새를 발산해 인근의 파리를 모조리 불러 모은다. 다름 아닌 자신의 짝짓기를 위한 파티를 여는 것인데, 열의 도움으로 이 냄새는 반경 1km까지 퍼진다. 꽃은 사이즈에 어울리게 수많은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다. 이 향기(?)에 반한 파리들이 먼 곳에서 찾아와 꽃의 수분을 돕는다. 하지만 거대한 꽃이 오래 피어있기는 힘들다. 타이탄 아룸은 단 2일 동안 피어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나서 7년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꺾어진다.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도 그랬다. 영국인 아버지와 네덜란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드리 헵번은 영화 「로마의 휴일」(1953)로 본격적인 데뷔를 할 때까지 가정적, 사회적, 시대적인 시련을 겪으며 안으로 알뿌리를 키웠다. 어릴 적 사랑했던 아버지와의 홀연한 이별, 전쟁 속에서 외가의 몰락, 가난과 기아와 질병의 시달림으로 소녀시절이 채워졌다. 그녀의 깡마른 몸매와 커다란 눈 속의 신비한 비애감은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연약한 신체가 뿜어내는 강인함과 배려심과 성숙함은 타이탄 아룸의 알뿌리의 마력일 것이다. 20년을 키워 온 알뿌리의 양분은 오드리 헵번 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로마의 휴일」 이후 그녀를 단 몇 년 만에 세상에서 가장 큰 꽃, 최고의 스타로 급성장시켰다. 묘목에서 거대한 꽃으로그녀의 마력은 무엇이었을까? 타이탄 아룸이 열대지방에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모습으로 승부했듯이 오드리도 대단한 존재감을 지녔다. 육감적이고 부드러운 당시의 여배우들과는 달리 보이시하고 단순한 소녀의 매력을 지녔다. 큰 키에 오랫동안 발레로 다져진 몸은 우아함과 자신감을 뿜어냈고, 큰 눈과 각진 얼굴은 당당하게 다양한 감정을 발산했다. 「로마의 휴일」의 공주 역할, 「사브리나」(1954)에서의 신데렐라 역할, 「마이 페어 레이디」(1964)의 숙녀가 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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