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강성남의 그노시스

‘검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뜻의 에티오피아에서 1974년, 역사적인 발견이 있었다. 320만 년 전 살았던 원시인 ‘루시’를 찾아낸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낮엔 발굴 작업을 하고 밤에는 쉬면서 1967년에 발매한 비틀스의 노래(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듣다가 빛이란 원시인(여성) 이름을 지었다. 루시는 키 1m, 몸무게 30kg, 평균수명이 20세 전후라고 추정한다.


루시 후손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면 인류 진화의 생생한 파편들을 보게 된다. 그 여정에서 윌리엄 페일리의 ‘지적설계론’이나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론’은 인류 진화의 복잡성을 방증한다.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인류의 조상이 지금 우리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후 문명화를 통해 가장 복잡한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성이 증대한다. 그래서 우리의 지능 역시 복잡성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그래서 복잡한 것을 단순화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현명해야 한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일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은 복잡한 일인 것도 알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명령하던 참견쟁이 메티곤이
지하철을 타고 나면 보이지 않는다.
식당 안에서 마스크를 벗고 웃고 떠드는 사람들에게
참견쟁이 메티콘은 맥을 추지 못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 참견쟁이 신, 메티콘(meticn)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사람 사는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사사건건 개입하고 참견한다. 복잡성 지수가 0에서 10까지 있다고 하면 메티콘을 가진 사회는 모두 6.1 이상의 복잡성 지수를 나타낸다. 신이 복잡한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란 뜻이다. 친 사회적인 신이 사회적 행동을 강화하고,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대신 반사회적인 행동에는 벌을 내린다. 메티콘은 국가의 각종 규제와 형벌 제도 속에 숨어 복잡한 사회가 혼돈이 아닌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간섭한다.


메티콘은 종교의 규율로도 현현한다. 라틴어 ‘묶다’라는 의미에서 파생한 종교(religion)란 단어는 신과 인간의 결합이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인간의 존재적 불안에서 출현한 제도로서의 종교는 지리결정론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리는 모든 것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보스(boss)이기 때문이다. 유일신교가 출현한 지리적 특성은 동일하다.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 한 후 사막에서 40년을 헤매고 다닐 때에도 그들에게 참견했던 규율이 613가지나 된다. 유대인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메티콘은 토라에 나온다. 그중에 절반은 ‘~하지 말라’는 금령으로 365개다. 나머지 절반은 ‘~하라’는 명령으로 248개다. 유대인들은 아주 법적인 신을 믿은 셈이다. 그래서 어렵다. 613가지 계율 체계를 배우는 것도 어렵고, 일상생활에서 613가지 율법을 다 지키는 것도 어렵다.


음식을 먹을 때도 정결한 음식과 불결한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한다. 레시피에도 정결한 것과 불결한 것으로 구별한다. 안식일법은 그중에서도 가장 복잡하다. 유대교의 안식일에는 노동이 금지돼 있다. 심지어 화장실 두루마기 휴지에 절단용 점선이 있는데, 안식일에는 그걸 뜯는 일도 노동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금지돼 있다.


하루 전날 미리 점선을 따라서 뜯어놓아야 한다. 유대인 주부들이 안식일을 앞두고 하는 일 중에는 장만해 놓은 음식을 온장고에 넣어두는 일과 화장실 휴지를 뜯어서 차곡차곡 쌓아놓는 일이 있다. 안식일에는 산책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2,000 걸음까지만 괜찮다. 그걸 넘어서면 노동이 된다. 그럼 산책하는 거리는 880m까지는 괜찮고 그걸 넘어서면 죄가 된다. 메티콘의 개입은 일상생활의 일거수일투족에까지 뻗친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관적인 게 특징이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종식될지 불확실하다. 정부는 방역 수칙을 몇 주에 한 번씩 수정 발표하면서 금령과 명령을 반복하고 있다. 지하철 플랫폼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명령하던 참견쟁이 메티콘이 지하철을 타고 나면 보이지 않는다. 식당 안에서 마스크를 벗고 웃고 떠드는 사람들에게 참견쟁이 메티콘은 맥을 추지 못한다. 오후 6시 이전과 이후 시간대에 사적 모임 인원수에 차등을 두는 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간대별로 알아서 활동한다는 뜻인가? 사적 모임 금지 적용 예외 요건으로 가족 구성원임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하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가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방패라도 된다는 말인가? 2년 가까이 쌓인 이동데이터는 누가 분석하고 있나? 어째서 유대인의 금령이나 명령처럼 일관적인 간섭을 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는가? 정부는 ‘납득답’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신이 부재하는 사회적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각자도생해야 할 판이다.

방송대 교수·행정학과


1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