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고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말이다. 대학을 선택할 때, 직장을 찾거나 이직을 고려할 때, 미래 배우자를 파악할 때, 고가의 신차를 구입하고 최신 가전제품 견적을 받아볼 때,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댓글을 달 때조차도 그렇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이들로부터 나오게 되는 평가를 의식한다. 이를 통상 ‘평판’이라고 부른다. 평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지니지만 미래의 성공을 창출하는 최고의 경쟁력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커버스토리 1면에서는 평판 관리의 중요성, 원칙 및 전략, 성공 및 실패 사례 등을 짚었다. 2면에서는 장기적 안목에서 평판 전략 수립 방법에 대한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3면에서는 내부 구성원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방송대의 브랜드 평판 가치를 따져봤다.
#브랜드마케팅팀에 대리급 한 명이 필요합니다. 경쟁 회사 직원 가운데 7~8명이 지원했고 이력서를 받아 면접대상자 3명을 추렸습니다. 이력서상으로 볼 때 가장 유력한 후보는 A였습니다. 일류대 경영학과 졸업에 관련 분야 전공 석사, 해외유학 경험까지. 실무경험 프로젝트를 맡은 다채로운 이력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B와 C는 약간 뒤처졌습니다. 이후 A에 대한 평판조회를 시도했는데 사내에서 ‘왕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확인 차원에서 그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통화한 결과 ‘자기 이익만 챙기는 교만한 성품의 소유자’임을 알았습니다. 최종 의사 결정자에게 이러한 내용이 보고됐고, 결국 최종 입사자는 A가 아닌 다른 지원자로 결정됐습니다.
나를 말하는 최고의 이력서
가상의 사례지만 경력사원 채용의 숨겨진 이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이른바 ‘평판 조회’다. 보통 평판 조회는 경력직이나 고위 임원급 대상으로 진행된다. 인성, 태도, 업무능력, 대인관계 등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이 더 들지만 채용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떤 인재가 들어오느냐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평판 조회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평판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 사람들의 비평 또는 비평해 시비(是非)를 판정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즉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말한다. 평가는 이미지의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관계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은 물론 인간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 사이에서 성실한 신뢰가 구축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평판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평판의 힘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은 직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취침 시간을 제외한다면 직장인들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같이 일하고 회의하고 뭔가를 만들어가면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함께 점심을 먹거나 회식을 하면서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에 대해 많이 알 수밖에 없다. 이렇게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람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평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입으로 입사할 때 학력, 자격증 같은 ‘스펙’이 중요했다고 한다면, 경력직원은 이직이나 승진할 때 직장 내 평판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게 된다. 평판은 나를 말하는 최고의 이력서인 셈이다. 실제로 평판 조회를 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조사결과도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적지 않은 기업들이 평판 조회의 필요성에 공감해 이를 실시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기업 369개사를 대상으로 ‘경력 채용 시 평판 조회의 필요성’을 물어본 결과, 76.4%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기업 37%는 ‘실제로 평판 조회를 실시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평판 조회로 알고 싶은 항목도 주목할 만하다. ‘인성 및 성격’(64.2%,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상사, 동료와의 대인관계’(57.7%), ‘전 직장 퇴사 사유’(48.9%) 등이었다. 인성이나 도덕성, 대인관계는 이력서만 봐서는 알 수 없기에 이 같은 항목을 알고 싶어 하는 니즈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촘촘해진 네트워크 사회에서 평판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SNS 등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짐에 따라 개인이든, 기업이든 평판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평판 무너지는 건 단 5분
통상 개인의 평판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역량, 인성, 사회성 등을 꼽는다. 역량의 경우 어느 조직에서든지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인식된다. 업무 전문성과 동의어인 역량은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의미한다. 개인의 품성과 관련된 인성은 도덕성과 윤리성으로 평가한다. 사회성은 타인과 잘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인의 명성과 생존의 수단으로 작용하는 평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다. 그녀는 불행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방송 진행자로 우뚝 섰다.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어두운 사춘기를 보냈지만, 사람의 마음을 여는 탁월한 공감 능력을 발휘하면서 누구도 쌓지 못한 명성을 얻었다.
이처럼 평판은 모래 한 알씩 쌓이는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세계적 가치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은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 평판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평판은 도덕성의 또 다른 단어로, 하나의 실수가 오랜 기간 노력해서 쌓아올린 평판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불륜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우즈는 뛰어난 실력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효심이 깊고 가정에 충실한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스캔들로 그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졌다. 이혼을 통해 사생활 논란을 잠재우고 필드에 복귀했지만 주변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만큼 추락한 평판을 복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꾸준함과 진정성이 우선
누구나 좋은 평판을 만들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평판을 바꾸기는 어렵다. 높이는 것도 쉽지 않다.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꾸준한 활동도 뒤따라야 한다. 좋은 평판을 쌓고 싶으면 일단 현재 나의 평판이 어떠한지 객관적인 조사 역시 필요하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도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평판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나와 내 주변의 관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된다. 상대방이 느끼는 것을 객관화시키면 외부 평판이 된다. 평판 관리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진정성’이다. 상대방이 감성적인 가슴으로 나를 느끼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참을성 있게 나를 브랜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송대에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자기계발에 힘쓰는 샐러던트가 많다. 평판이 직장인들에게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평판 관리는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력서만으로 당신이 평가받으리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평판은 하루하루의 인성과 매너, 소통이 쌓여 완성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성공적인 인생경영을 원한다면 지금부터 평판 관리를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