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휴학의 역설]


대학 생활의 변곡점은 휴학
휴학은 ‘학업 지속’을 위한 고리
갭이어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공부는 즐겁고 유연하게



휴학은 대학 생활에서 하나의 변곡점이다. 일반대학에서는 3월과 9월에 집중적으로 휴학이 발생한다. 우리 대학을 선택한 이들은 과연 어떤 이유에서 ‘휴학’을 선택하는 걸까? 입학 자원이 감소하고 있는 교육 환경을 고려한다면,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심리적 요인과 조건을 탐색하고, 이를 ‘학업 지속’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위클리> 26호 커버스토리의 주제를 ‘휴학의 역설’로 잡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갭이어족의 관점에서 휴학을 바라보고, 휴학과 관련된 Q&A와 최근 5년간 각 학과별 휴학생 변화 추이의 의미 등을 짚었다.


휴학의 일반적, 사전적 의미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겐 적용하기 어렵다. 이른바 ‘교육 라이프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이다. 40대가 주축을 이루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교육적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방송대만의 문화 속에서 휴학은 글자 그대로 이런저런 이유에서 ‘학업을 잠시 쉬는’ 의미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갭이어족(gap year族)’이란 단어가 우리 대학 담장 밖에서 무성하게 피어나고 있는 이상, 이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학업이나 직장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이나 봉사 활동 등을 하면서 자아를 성찰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갭이어족’은 새로운 대학 인간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휴학을 ‘갭이어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다른 인식의 전환도 가능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때문에 봉사나 여행, 새로운 진로 탐색, 교육,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흥미와 적성을 찾아 나선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고 노래한 독일 낭만주의 시인 노발리스는 이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40대 이상 장년들의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고약한 데가 있다.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젊은 대학생의 특권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진 데는 ‘장년들의 새로운 도전을 불편해 하는’ 사회적 풍토도 한몫한다.


‘일과 가사’ 때문에 휴학 고민

대학 본부가 발행한 「2019 통계연보」에는 우리 대학 학생들의 휴학 비율 추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2015년 37.3%였던 전체 휴학 비율은 2016년 33.2%, 2017년 32.8%, 2018년 32.9%으로 완만하게 낮아지다가 2019년에는 32.5% 근처에서 멈춰선 것으로 조사됐다. ‘팩트’는 열 명 가운데 세 명이 휴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원격교육연구소가 정리한 「2018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휴학(학업중단)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 일이나 가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송대 커뮤니티인 ‘방송대인의 이야기’ 카페에도 다양한 휴학 사연이 올라온다. 임신, 출산,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기 어렵다는 호소에서부터, 가족 병구완으로 휴학하게 된 사연 등 하나하나가 절절하다. 그런데 이들의 스토리에는 ‘휴학’ 기간, 무엇을 하면서 재충전했는지가 빠져 있다. ‘휴학을 하게 되면, 공부를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학업 완주에 대한 의지의 방증이다.
그렇다. 확실히 방송대인은 ‘완주’를 선호한다. 신입생으로 입학하든, 편입생으로 들어오든 정해진 기간 완주해내는 것을 더 없는 영예로 여긴다. 청소년교육과를 졸업한 뒤 다시 법학과에 적을 두고 안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학우는 바로 위 언니, 남동생 포함해서 셋이 ‘방송대’로 묶여 있다. 오래 전에 임신으로 학업을 중단한 이후, 청소년교육과를 거쳐 법학과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전에 ‘휴학’은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자리잡았다. 학업에 매진하면서 동문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휴학 유혹이 없진 않지만, 가족들이 뭉쳐서 서로 격려하면서 이겨내고 있다. 공부하는 것도 즐겁지만, 가족들이 자주 만날 수 있고, 방송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커가는 게 정말 짜릿하다”고 말한다.


학업 완주와 중도탈락

사실 학업 완주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지만, ‘중도탈락’이라는 불가역적 장애물 때문에 다소 경직된 것으로 보이는 면도 있다. 휴학과 ‘중도탈락’은 개념적으로 완전히 구분되는 용어다. 그런데도 휴학=중도탈락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건 곱씹어볼 내용이다. 한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것은 천천히 즐기면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 무엇보다 생물학적 나이에서 오는 건강 문제도 소홀할 수 없다.
‘학습 부담’, ‘낮은 성적에 따른 자신감 상실’ 등도 휴학을 결정하게 만드는 주 요인이지만, 이들 역시 중도탈락의 불안감에 영향을 받고 있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은 건강을 먼저 챙기고, 그 다음이 학업이라고 조언한다. 이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휴학을 잠시 짐을 내려놓고 충전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경영학과와 중어중문학과를 거쳐 문화교양학과에 적을 두고 있는 한 학우는 “주변에 보면 중도탈락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 휴학을 할 수도 있고, 또 잘 활용하면 득이 되는 데도, 중도탈락으로 비쳐질까봐 전전긍긍하시는 분들이 있다. 솔직히 즐기면서 공부하려고 방송대에 왔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서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면서, “휴학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휴학은 재충전의 기회일 수도 있고, 마냥 길어지는 느슨한 도피의 시간일 수도 있다. 영어영문학과의 한 학우는 “휴학 후 애초 계획과 달리 우왕좌왕하다가 휴학 기간이 길어지면서, 복학에 대한 두려움도 커져서 우리 곁을 떠나간 동기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공부와 학습은 자신의 생체시계와 여건에 맞춰 즐기면서 나아가는 게 맞다. 그렇다면, 공부를 좀더 내밀하게 하기 위한 재충전도 고민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한번 휴학하면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강박을 걷어낸다면, 진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만날지도 모른다. 길이 끝나는 곳, 바로 거기서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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