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공지능 VS 인간지성]


무인계산대가 늘어나고 있다. 몇 해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우리는 막연히 먼 미래로만 여겼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존재에 대해 놀랐었다. 그런데 요즘엔 그 존재를 체감하고 있다. 위험하고·더럽고·어려운 일들을 AI가 대신한다는 ‘편리’와 단골가게의 친했던 점원 대신 ‘기계’가 나를 맞이하는 당혹감이 동시에 생긴다. 이런 현상 때문에 만약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그 근원에는 아마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공지능 시대는 도래했고 AI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해야만 한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갈 때가 많다. 그래서 예측의 가장 좋은 방법은 개척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6년 존 매카시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든 지능을 뜻한다. 뇌과학에서는 신경망(Neural Network)에서 인간의 지성이 발휘된다고 한다. 이 신경망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에 굳이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일까?
프로그램은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로서 인간이 알고리즘을 구상하여 입력한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고, 인공지능은 프로그램을 구현하면 ‘스스로’ 학습하여 최적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나간다. 정리하자면 인공지능이란 스스로 학습하여 실행하게 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인공지능은 컴퓨터와 로봇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컴퓨터는 튜닝과 노이만이 고안한 장치인데 숫자와 언어로 이루어진 상징체계로 논리적 완결성을 가진 업무 방식 (알고리즘)을 제안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수행한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1921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파크가 발표한 희곡 「로성의 만능 로봇」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체코어의 ‘일하다(Robota)’를 어원으로 한다. 인공지능은 그래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AI 포비아’와 ‘잘못된 걱정’

옥스포드 대학 연구팀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머지않은 미래에 전체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경제인·기자·정치인·학자 등이 모여 범세계적으로 경제 문제를 토론하고 국제적인 대안과 실천을 논의하는 2016년 다보스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곧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또 미국과학경제협회는 향후 30여 년간 인공지능이 인류의 50%를 실직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관마다 예측이 약간씩 다르지만, 자율 주행차가 대세가 되면 제일 먼저 운전기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이미 챗봇 시스템으로 텔레마케터나 상담원 등도 감소하고 있다. 전문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의 회사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기사를 게재하고 대형 로펌에서는 인공지능 변호사 사용을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공지능 포비아(Phobia, 공포증)가 생겨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어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을 요구하는 노동자 대신 다치지 않고 불평 없이 작업하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방식이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전환해보면 인공지능은 오히려 역사상 거대한 일자리 엔진이 될 수도 있다. 증기기관이나 전기가 등장해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이런 공포증은 절정에 달했다. 19세기 영국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Luddite)운동이 그 실례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았는가? 그렇지 않다. 인류는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기계를 제어하면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단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의 ‘성격’이 달라지는 과도기일 뿐이다. 그래서 미국의 정보기술혁신재단에서는 인공지능 비관론자들의 염려를 ‘잘못된 걱정’이라고 주장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지성의 차이

블룸의 텍사노미(Bloom’s Taxonomy) 도식에 의하면 인간은 컴퓨터와 달리 ‘이해하는 뇌’를 가졌다. 인간의 지성은 정보-이해-적용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컴퓨터는 이해 단계 없이 정보-적용으로 넘어간다. 문제 해결이 즉시 가능하도록 프로그램 됐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수많은 양의 데이터를 분류하고 범주화해 경우의 수를 높여 판단한다.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해-적용’의 단계를 거쳐서가 아니라, 경우의 수(정보) 중 최적의 것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분류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이해’가 담당할 영역이다. 인공지능이 처리한 숫자와 데이터들 속에서 깊은 통찰을 통해 추론하는 분석적 능력은 인간의 지성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은 이 분석을 통해 더 새로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으로 노동의 ‘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미래를 개척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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